자폐스펙트럼장애는 의사 소통 및 사회적 상호 작용의 장애와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행동을 특징으로한다. 여기서 제한된 관심이란 한정적이고 변화가 적은 흥미, 활동과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저항을 말하며,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행동이란 상동화된 신체 움직임, 사물의 반복적 사용, 언어의 반복적인 사용 등을 의미한다.1) 이 중에서 상동화된 신체 움직임과 사물의 반복적 사용은 제한된 관심에 비해 좀 더 하위 체계의 행동으로 분류되었다.2)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행동은 이상하게 보이거나 소음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부정적인 편견을 갖게 하고 또래와의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일 수 있다.3) 그리고 상동화된 신체 움직임은 일반적인 학교 환경에서의 적응을 힘들게 하며 습득된 과제를 정확하게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4)
이러한 상동증의 특징은 목적이 없는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수의적으로 억제될 수 있다. 상동증을 자기 만족을 위한 행동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널리 알려진 관점으로 상동증은 흥분 또는 불안하거나 지루할 때 증가할 수 있다.5)
기존 연구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은 아동들에서 손과 손가락의 매너리즘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지 않은 아동들보다 더 많이 보고되었다.6) 또 다른 연구는 자폐증에서 나타나는 상동증의 양상으로 몸 흔들기(65%), 까치발로 걷기(57%), 손가락을 꼬거나 튀기기(52%), 빙빙 돌기(50%)등을 보고하였다.7)
자폐장애와 연관된 상동증에 대해 기존 연구에서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는 점은 상동증이 인지 기능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지능이 낮은 자폐장애 환자에서 나타나는 상동증의 유병률이 지능이 높은 자폐장애 환자에서 나타나는 상동증의 유병률보다 높았다.5) 상동증과 자폐장애 증상 심각도의 연관성에 대해서 보고한 기존 연구들을 보면 일관되지 않은 결과들이 있었다. 상동증과 아동기 자폐증 평정 척도(Childhood Autism Rating Scale)의 양의 상관성을 보여준 보고가 있었으나8) 다른 연구에서는 상동증과 Wing Autistic Disorder Interview 점수의 연관성이 보고되지 않았다.5)
Turner9)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에서 실행기능의 이상과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행동과의 관련성에 대해 두 가지 가설을 제안하였다. 첫 번째는 상동증이 현재 하고 있는 행동을 중단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상동증이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사용된 검사의 종류, 전반적인 인지 기능과 언어 능력이 실행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연구에서는 실행기능의 이상과 상동증의 연관성에 대한 결과가 뚜렷하지 않았다.10)
본 연구의 목적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나타나는 상동증과 임상적인 특징의 관련성을 조사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가설은 상동증이 있는 군에서 지능이 더 낮을 것이며 행동 문제, 상동증 이외에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연관된 증상들이 더 심하다는 것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언어가 유창한 아동들만을 대상으로 지능을 보정한 뒤에 두 군에서 실행기능의 차이가 있는지를 조사할 것이다.
연구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행동 유전학 연구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으며 모든 대상자들은 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국 자폐스펙트럼장애 유전 연구 컨소시엄을 통해 2008년 5월 1일부터 2009년 4월 30일까지 모집하였다.
모든 대상자들은 우선 소아정신과 의사가 Diagnostic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ourth edition, text revision 기준으로 전반적 발달 장애에 대해 선별하였다. 본 연구에는 3세부터 15세까지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이 포함되었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신경학적 질환, 심각한 내과적 질환, 염색체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제외되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을 확인하고 자폐증 증상을 정량화하기 위해 한국어판 자폐증 진단 면담지-개정판(Korean version of Autism Diagnostic Interview-Revised, K-ADI-R)11)과 한국어판 자폐증 진단 관찰 스케줄(Korean version of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 K-ADOS)12)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는 참여 기관의 임상 시험 윤리 위원회의 승인(B-0807/059-018)을 받았고 모든 대상자들의 부모로부터 사전에 서면 동의를 받았다.
모집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총 176명이었으나 그 중에서 K-ADI-R을 평가하지 못해 운동 상동증 요인을 평가할 수 없었던 5명은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1) 한국어판 자폐증 진단 면담지-개정판(Korean version of Autism Diagnostic Interview-Revised, K-ADIR)
ADI-R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표준화되고 반 구조화된 면담도구이다. 이 도구는 자폐장애 진단 기준에 포함된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제한되고 반복적인 흥미와 행동 등 세 영역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부모나 주양육자가 각 영역의 항목들에 대한 행동 양상을 기술하도록 되어 있고 대부분의 항목들은 면담시점으로부터 최근 3개월간의 상태와 과거 상태에 대해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과거 상태는 행동이 과거 어느 시점에서 최소 3개월 이상 유지되었을 경우에 채점하도록 되어 있다.
2) 운동 상동증 요인
ADI-R 중 제한되고 반복적인 흥미와 행동 영역에서 운동 상동증에 해당되는 두 가지 항목을 바탕으로 상동증이 있는 군을 정의하였다. 해당되는 두 가지 항목은 ‘손과 손가락의 매너리즘’, ‘다른 복잡한 매너리즘 혹은 상동화된 신체 움직임’이다.
ADI-R에서 상동증에 해당되는 항목들의 점수는 0점부터 3점 사이에 채점하도록 되어 있다. 특정 행동이 없으면 0점, 특정 행동이 어느 정도 있으면 1점, 특정 행동이 명백하게 자주 있거나 개인 활동을 저해할 정도이면 2점, 특정 행동이 매우 심각하여 사회적 활동을 저해하고 어떠한 활동으로의 참여를 저해한다면 3점으로 표시한다. 본 연구에서는 상동증에 해당되는 두 가지 항목 중 한 가지 이상 항목에서 1점 이상으로 채점된 경우 상동증이 있는 군으로 정의하였고 두 가지 항목에서 모두 0점으로 채점된 경우 상동증이 없는 군으로 정의하였다.
3) 운동 상동증 외 다른 제한적이고 반복적 행동 및 관심 요인
운동 상동증과 운동 상동증 이외 다른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및 관심 증상과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K-ADI-R에서 각 증상에 해당하는 항목들을 사용하였다. 비정상적이고 제한적인 관심에 해당하는 두 항목은 ‘유별난 집착’과 ‘한정된 관심거리’이며 비효율적인 틀에 박힌 일 또는 의식에 고집스럽게 매달림에 해당되는 두 항목은 ‘언어적 의식’과 ‘강박행동/의식’이다. 물체의 부분에 지속적인 몰두에 해당되는 두 항목은 ‘사물의 반복적 사용 혹은 사물의 부분에 대한 관심’과 ‘유별난 감각적 관심’이다.
4) 한국어판 자폐증 진단 관찰 스케줄(Korean version of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 K-ADOS)
Lord 등6)에 의해 개발된 반구조화된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 도구로 반구조화된 놀이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관련된 사회성 및 의사소통 행동의 질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ADOS는 모두 네 가지 모듈로 구성되어 있는데, 표현성 언어에 따라 한 아동에 대해 한 가지 모듈만을 시행하게 되어 있다. 모듈 1은 어구를 일관되게 사용할 수 없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모듈 2는 어구를 사용하기는 하나 자유롭게 언어를 구사할 수 없는 아동, 모듈 3은 언어표현이 자유로운 아동, 모듈 4는 언어표현이 자유로운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5) 한국판 라이터 국제 동작 척도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표준화된 비언어적인 지능검사 도구로 Leiter14)가 개발하고 Roid와 Miller15)가 개정하였는데 유아들의 지적 능력, 주의력 및 기억력을 평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지능검사로 평가받을 수 없는 장애 아동들의 지적 능력, 주의력 및 기억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이 도구는 시각 및 추론 영역과 주의 및 기억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6) 한국어판 아동행동평가척도(Korean Child Behavior Checklist, K-CBCL)
한국어판 아동행동평가척도(Korean Child Behavior Checklist, K-CBCL)는 아동의 문제 행동과 사회적응 능력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척도로 본 연구에서는 63점을 기준으로 임상적인 군과 비임상적인 군을 나누었다.
7) 이상행동척도(Aberrant Behavior Checklist, ABC)
이상행동척도(Aberrant Behavior Checklist, ABC)는 평가 대상자를 잘 아는 일차 보호자가 작성하는 설문지로 자폐스펙트럼장애 관련 임상 연구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설문지는 총 58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0점부터 3점 사이에 답 하도록 되어 있고 점수가 높을수록 문제가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요인 분석에 따라 5개의 하위 척도로 구성 되어 있으며 5개의 하위 척도는 자극과민성, 무기력, 상동 행동, 과잉행동, 부적절한 말이다.
8) 실행 기능
언어 능력이 비교적 유창한 아동만이 실행 기능 평가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 중에서 K-ADOS 모듈 3 또는 모듈 4로 평가된 언어가 유창한 아동들만을 선별하여 상동증이 있는 군과 상동증이 없는 군으로 나누어 이 두 군 간의 실행 기능을 비교하였다.
(1) 위스콘신 카드 분류 검사(Wisconsin Card Sorting Test, WCST)
개념 형성과 인지적 유연성 등의 수행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로, correctly completed categories(a measure of ability to establish, maintain, and change set)와 perseveration error의 수를 분석하였다.
(2) 아동 색 선로 검사(Children’s Color Trail Test, CCTT)
Part A와 part B로 구분되어 있으며, part A는 정신 운동 속도를 part B는 전략의 전환(shift strategy)능력과 수행기능 및 시공간 작업 기억력(visuospatial working memory)을 평가하였다.
(3) 스트룹 단어 색채 간섭 검사(Stroop Color-Word Test)
전두엽에서 담당하는 고차적인 인지과정 중에서도 특히 억제기능(inhibitory process)을 주로 측정하며 동시에 주의, 자동화(automaticity), 읽기, 의미기억 등을 평가하였다.
자폐스펙트럼 아동에서 상동증이 있는 군과 상동증이 없는 군의 임상적인 특징을 비교하기 위해서 연속성 변수의 경우 t-test로 분석하고 범주형 변수의 경우 카이 제곱 검정으로 분석하였다.
K-ADI-R에서 다른 두 영역(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의 심각도를 비교하기 위해서 성별, 비언어성 지능, 연령을 공변인으로 하여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하였다.
운동 상동증과 다른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관심과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K-ADI-R에서 운동 상동증에 해당되는 항목의 총점과 다른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관심에 해당되는 항목의 총점을 지능, 연령, 성별을 보정하여 편상관분석을 시행하였다.
K-CBCL 각 항목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군(절사점 ≥63)의 빈도와 ABC 각 하위척도의 평균을 비교하기 위해서 성별, 비언어성 지능, 연령을 공변인으로 하여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하였다.
언어가 유창한 하위그룹에서의 실행 기능을 비교하기 위해서 성별, 비언어성 지능, 연령을 공변인으로 하여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하였다.
통계 분석은 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s(SPSS) version 17.0(SPSS Inc., Chicago, IL USA)을 사용하였고 통계적 유의성은 p value＜.05로 정의하였고 양측 검정을 사용하였다.
총 171명의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아 중에서 운동 상동증이 있는 군은 90명(52.6%)이었다.
상동증이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아군과 상동증이 없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아군의 인구학적 특징을 제시하였다(Table 1). 두 군 간의 연령을 비교하였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특성상 두 군에서 모두 남아가 여아보다 많았으나 운동 상동증이 있는 군과 상동증이 없는 군에서 성별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한국판 라이터 국제 동작 척도로 측정한 지능은 상동증이 없는 군의 지능이 상동증이 있는 군의 지능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t=3.571, p＜.001).
[Table 1.] Demographic characteristics of the subjects
Demographic characteristics of the subjects
2. K-ADI-R에서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관련 증상
Table 2는 두 군 간 K-ADI-R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점수를 성별, 나이, 지능을 공변인으로 하여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시행한 결과이다.
Differences of severity of language/communication and reciprocal social interactions domains by repetitive behavior/interest domain in the K-ADI-R
사회적 상호작용 영역에서 상동증이 있는 군(23.76±5.05)에서 상동증이 없는 군(19.69±7.06)에 비해 사회적 상호작용의 손상 정도가 더 심했다[adjusted odds ratio(AOR) 1.114, confidence interval(CI) 1.044–1.189].
자폐스펙트럼 환아 중에서 두 군 간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영역을 비교하였다. 상동증이 있는 군에서 비언어적 의사소통 영역의 손상이 상동증이 없는 군 보다 더 심했다(AOR 1.147, CI 1.037–1.269).
3. K-ADI-R에서 운동 상동증과 다른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관심, 행동과의 연관성
운동 상동증과 운동 상동증 이외 다른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관심, 행동의 연관성을 편상관분석을 통해 분석하였다(Table 3).
Partial correlations between motor stereotypes score and other restricted and repetitive behaviors score in the K-ADI-R
운동 상동증의 점수는 사물의 부분에 지속적인 몰두 점수와 양의 연관성을 보였다(r=0.347, p＜.001). 하지만 운동 상동증의 점수는 제한적인 관심의 점수, 비효율적인 틀에 박힌 일/의식에 고집스럽게 매달림 점수와는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K-CBCL로 측정한 행동문제 및 기분 문제에서 상동증이 있는 군의 사고문제가 상동증이 없는 군의 사고 문제보다 더 많았으나(AOR 2.059, CI 1.055–4.016) 위축, 우울/불안, 공격성, 비행 문제, 사회적 미성숙한 문제는 두 군 간의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Table 4).
Associations between stereotypes and other emotional and behavioral problems among children with ASD
ABC로 측정한 행동문제에서는 하위 척도 중 무기력 증상에서 두 군 간의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AOR 1.045, CI 1.001–1.092).
상동증이 없는 군(총 81명)에서 언어가 유창한 환아는 38명(47%)이었고 상동증이 있는 군(총 90명)에서 언어가 유창한 환아는 19명(21%)이었다. 이 두 군 간 실행 기능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Table 5).
[Table 5.] Executive function of children with ASD who were verbally fluent
Executive function of children with ASD who were verbally fluent
연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환아에서 나타나는 운동 상동증과 그와 연관된 임상적인 특징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요인들에 대해 조사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상동증이 있는 군의 지능이 상동증이 없는 군보다 더 낮았으며 연령, 성별, 지능을 보정한 후 시행한 비교 분석에서는 상동증이 있는 군이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 소통 영역에서 상동증이 없는 군보다 더 심한 손상을 보였다. CBCL로 측정한 행동문제에서는 상동증이 있는 군의 사고 문제가 상동증이 없는 군에 비해 더 많았고 ABC로 측정한 행동문제에서는 상동증이 있는 군에서 상동증이 없는 군에 비해 무기력감이 더 많이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는 지능이 낮은 군에서 지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군에 비해 상동증이 많았다는 선행 연구 결과와 일치하였다.18) 선행 연구에서 지능뿐만 아니라 언어 능력이 낮을수록 상동증이 더 많았다는 보고도 있었는데, 본 연구에서도 K-ADI-R로 평가한 의사 소통 장애가 상동증이 있는 군에서 더 심각하였다. 선행 연구에서는 아날로그 기능 분석 동안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에게 대체 반응으로 “그만”과 “더”를 의미하는 오른손을 드는 동작 같은 기능적 의사소통 훈련을 가르쳤다. 즉, 아동이 오른손을 드는 것은 주의집중 조건에서는 주의집중을, 요구 조건에서 “그만”은 과제 제거를, 그리고 주의집중이 없는 조건에서 “더”는 선호하는 실제 자극을 유도하였다. 분석 결과 각각의 조건에서 상동행동 형태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기능적인 면에서는 상동행동이 감소하였다. 그들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이 의사 소통 기능의 손상을 보상하기 위해 상동적인 행동을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는데 사인언어(sign language)를 아동에게 가르치는 치료법이 상동적인 행동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19)
본 연구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52.6%가 운동 상동증을 보고하였다. 선행 연구에서 보고된 운동 상동증의 유병률은 다양하였다.20) 이는 운동 상동증을 정의함에 있어 방법론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전 연구들은 본 연구와 같이 K-ADI-R과 같은 양육자와의 면담이나 양육자가 평가한 설문지를 통해 상동증을 측정하거나 또는 K-ADOS 같은 도구를 이용해 아동을 관찰함으로써 상동증을 측정하는 등 다양한 연구 방법들이 있었다. 더욱이 같은 연구 방법 내에서도 다른 버전의 설문지를 사용하거나 설문 대상자가 달랐던 등 연구 방법들이 일치하지 않았다. 최근 연구에서 걸음마기 아동들에 대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은 ADI-R에서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 필수적이지만 ADOS, 아동기 자폐 평정 척도와 같은 다른 진단 도구들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되었다.21) 또 연령이 어릴수록 상동증의 유병률이 높기 때문에 본 연구보다 나이가 어린 환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상동증의 유병률이 본 연구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8)
본 연구에서 자폐증의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관한 세부 진단 기준 중에서 운동 상동증은 사물의 부분에 지속적으로 몰두하는 증상과는 연관성이 있었지만 관심이 제한적인 증상, 강박증상/의식과는 관련성이 없었다. Bishop 등22)은 아주 어린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에서 손 혹은 몸의 매너리즘, 물건의 반복적 사용, 비정상적인 감각적 흥미와 같은 반복적 감각운동(repetitive sensorimotor) 요인이 강박행동 혹은 의식, 변화에 대한 저항과 같은 동일성 추구(insistence on sameness) 요인보다 더 흔하다고 보고하였다. 이후 다른 연구자들에 의한 요인 분석 연구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이 발달지연이 있거나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아동들에 비해 반복적 감각운동 요인이 흔하였지만 동일성 추구 요인은 차이가 없다고 보고하였다.23)
운동 상동증이 있는 경우 다른 자폐증의 증상 심각도가 더 높다는 것을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하였고 이는 운동 상동증이 있는 경우 예후가 더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의 ADI-R 추적 관찰 연구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다른 영역에서의 호전 정도보다 상동증 영역에서의 호전 정도가 더 작은 것이 보고되었다.24) 또 하나의 운동 상동증이 갖고 있는 의미는 관찰 연구에서 생후 2년 이내에 관찰되는 운동 상동증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초기 단서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25)
본 연구에서 상동증이 있는 군과 상동증이 없는 군 간의 실행 기능의 유의미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전 연구에서 실행 기능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실행 기능의 결과는 평가 방법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고 언어 및 인지 기능이 실행기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실행 기능을 다양한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평가하였다. 하지만 실행기능에 대한 언어 능력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 중에서 언어가 유창한 아동들만 분석했기 때문에 대상 아동 수가 많지 않았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또한 발달에 따른 실행 기능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아동들의 실행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좀 더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낼 수 있었겠다. Turner9)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에서 실행 기능 생성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으나 이후 후속 연구에서는 이를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혼합된 결과가 도출되었는데 이는 실행 기능을 평가하는 방법에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Yerys 등26)은 2세에서 3세 아동들을 자폐스펙트럼장애, 발달 지연, 생활 연령을 일치시킨 정상 발달, 정신 연령을 일치시킨 정상 발달 이렇게 네 군으로 분류한 후 시공간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은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한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실행기능이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의 원인이기보다는 반복적인 행동이 신경인지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주장하였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단면적인 연구로 발달에 따른 운동 상동증의 차이를 간과하였고 상동증이 있는 군을 양육자의 회상에 의한 현재 상태가 아닌 현재까지의 증상으로 정의하였기 때문에 기억의 왜곡에 따른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운동 상동증의 형태, 빈도 같은 운동 상동증 자체에 대한 자세한 기술이 없다는 것과 실행기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언어가 유창한 아동들만을 대상으로 실행기능을 평가한 것이 또 하나의 제한점이다.
본 연구의 강점은 ADI-R이라는 널리 알려진 검사 도구를 사용하였고 비교적 많은 수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운동 상동증에 대해 분석한 국내 최초의 연구이며 인지 기능, 행동과 기분 문제 등 다양한 요인들도 함께 분석했다는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운동 상동증은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향후 운동 상동증의 경과를 추적할 수 있는 종단적인 연구와 또한 비디오 녹화를 통해 운동 상동증을 관찰함으로써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나타나는 운동 상동증의 양상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운동 상동증이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군이 운동 상동증이 없는 군에 비해 자폐증의 핵심 증상인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기능 손상이 더 많았다. 환아의 운동 상동증은 인지 기능의 저하, 언어 능력의 제한 등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중증도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따라서 향후 운동 상동증의 병태 생리나 치료에 대한 좀 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