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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How Should Medical Education Be Planned for Medical Students’ Future? 의과대학생이 만날 미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비영리 CC BY-NC
ABSTRACT
How Should Medical Education Be Planned for Medical Students’ Future?
KEYWORD
Forecasting , Trend , Medical informatics , Individualized medicine , Suggestion
  • 서 론

    우리는 과거와 달리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살고 있다. 의학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의 기술의 발전속도가 가져오는 새로운 미래의학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의 변화까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10–20년 뒤의 의료환경은 현재와는 크게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현재의 의과대학생들이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실제활동하는 중간에 현실화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현재의 의학교육의 측면에서 당면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의학교육의 혁신 노력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있어 왔다. 연세대학교에서는 미래 의료환경에 적합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방법의 혁신을 위해 2004년 광혜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 학문단위별 교과목에서 과목의 통합성을 증대시키고, 선택과목과 문제중심학습의 확대, 인문사회의학 과목 개설 등의 혁신을 단행한 바 있고(Ryue et al., 2009), 이런 변화는 한국의 많은 의과대학의 의학교육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양은배와 맹광호는 “미래 의학교육을 위한 5가지 제언”이라는 논문(Yang & Meng, 2014)을 통해 의사들이 갖추어야 하는 역량에 기초한 교육을 실시하고, 의과대학교육, 졸업 후 수련교육의 연계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의학교육의 질 개선 활동강화, 의사양성시스템의 재정비, ‘대학의학’의 개념정립이라는 5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가장 최근에는 서울대학교에서 임상의사 이외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생경력개발센터를 개소하고, 바뀌는 미래의 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맞는 다양한 미래지향적인 인재개발에 나선다는 보도가오기도 하였다(Lee, 2014). 해외에서도 미래의 의료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의학교육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데, 특히 영국의학협회는 1993년 “미래의사(Tomorrow’s doctors)”라는 지침서를 발간하고, 2003년과 2009년에 개정판(General Medical Council, 2009)을 만들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해나가고 있다.

    이와 같이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미래의 의료환경의 변화와 이에 대비하기 위한 의학교육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현재 진행되는 미래 의료 패러다임 변화의 속도에 비추어 볼 때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할 때에는 추상적으로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목표시기를 특정하는 것이 미래예측에 도움이 된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현재의 의과대학 1학년들이 교육과 수련을 마치고 실질적인 의료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하는 2025년 정도를 시작으로 10년 정도의 시기인 2025–2035년 사이에 예상되는 미래의료 패러다임 변화의 중요한 양상들을 보다 심도있게 들여다보고, 현재의 의학교육 변화의 방향성, 그리고 의과대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대비를 해야 하는 내용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소비자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과 Health 2.0

    미래 의료환경의 변화 중에서 가장 근 미래에 등장할 중요한 변화는 information technology (IT) 기술 발전으로 인해 수백 년을 지탱해온 의료의 기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의 비대칭성’이 깨질수 있다는 점이다. 보건의료산업에 다른 어떤 산업보다 규제가 많은 것은 ‘지식의 비대칭성’이 가져오는 시장실패 때문이고, 사회보험이나 민간의료보험, 국영 의료체계 등이 나오게 된 것도 보건의료산업의 이런 특징이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기본 가정이 최근 이른 바 ‘구글 환자(google patient)’로 대별되는 환자 집단의 등장과 소셜 미디어와 네트워크의 확장으로 깨지는 사례가 많아지기 시작했다(Meisel, 2011).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급부상한 개념이 Health 2.0이다. Health 2.0의 정의는 월스트릿저널(Wall Street Journal, 2006)에서 언급한 소셜 네트워크 중심의 건강의료, Scott Shreeve가 백서로 정리한 보다 자세한 정의(Shreeve, 2011) 등이 있지만, 간단히 이야기하면 의료의 소비자로서 수동적인 역할만 수행을 했던 환자들이 능동적으로 바뀌며, 공유와 참여, 집단지성으로 대표되는 웹 2.0 기술이 이러한 판도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Health 2.0 패러다임은 전통적인 공급자 중심의 의료서비스체계에 도전장을 던지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제도화하는데 강한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런 사회적 혼란을 적절하게 중재하지 못하면 국가적인 건강 관련 비용의 증가와 커다란 사회적인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과 스마트 시계 등의 첨단 IT 기기의 보급과 이를 지원하는 앱세서리,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공급이 확대되면 환자들의 적극적인 건강행위는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Health 2.0 패러다임은 더욱 강화되면서 전통적인 의사와 환자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IT 융합형 의료서비스가 개발되고 실험 중에 있으며, 최근에는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 등의 커다란 IT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어서 그 변화의 폭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와 같은 Health 2.0 패러다임에 맞는 의사와 환자 상호작용과 관련한 아카데믹한 연구들도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MIT의 뉴미디어 의학그룹에서 진행하는 CollaboRhythm의 경우 의사와 환자 상호작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기술적인 프레임워크 프로젝트로 주머니 속의 주치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선의 다양한 접속망과 협업의사 결정, 그리고 환자에게 효과적인 교육을 위한 첨단 인터페이스와 시각화, 치료에 대한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이런 연구결과들이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현재와는 다른 의사-환자 관계 모델들이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주류로 자리잡는 디지털 헬스

    Health 2.0이 주로 의사와 환자 관계와 소셜 네트워크와 인터넷의 보급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를 이야기했다면, 디지털 헬스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의료의 변화를 바라보는 다소 기술적인 시각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바일 기술을 바탕으로 연결이 되고,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나 기능성을 모두 갖춘 제품적인 완성도가 높은 각종 스마트 헬스 제품들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헬스산업이 의료서비스의 큰 변화를 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과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결되는 수많은 가정용 의료기기들이 보급되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활동들과 간단한 질병의 진단 및 치료, 관리 등은 집에서도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런 변화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는 이런 기술들에 대한 지나친 규제보다는 스마트 규제(smart regulation)라는 이름으로 보다 쉽게 관련한 의료기기나 스마트 건강 앱 등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Hamburg, 2014).

    이런 변화와 함께 2014년 세계 최대의 가전박람회인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헬스스팟(HealthSpot)이라는 일종의 자동판매기 내지는 동네 편의점형 의원이 등장해 큰 눈길을 끌었다. 헬스스팟은 2013년부터 미국의 미네소타 주에서 진료를 시작하였는데, 한 명의 간호사가 관리하는 무인 진료실에 들어서면 전 세계의 다양한 의사들과 원격진료로 만날 수 있으며, 필요하면 원격진료 기기를 이용해서 각종 검사를 직접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패키지화한 것이다. 헬스스팟은 2014년 5월, 8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미네소타 주를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Comstock, 2014). 이는 앞으로 유사한 형태의 원격진료시스템이 다양한 방식으로 보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거시적인 변화의 양상을 반영하듯 유명한 경제지인 포브스는 수많은 이슈들을 제치고 2013년을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의 해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Nosta, 2013). 이런 변화는 벤처투자 양상에서도 나타난다. 디지털 헬스와 관련한 투자 상황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RockHealth 리포트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디지털 헬스와 관련한 투자 액수는 2013년 상반기에 비해 176%나 급증하였다(Rock Health, 2014). 이는 의료기기 분야의 13%, 바이오테크 분야의 28% 성장은 물론이고 디지털 헬스 관련하여 전년도에 기록한 39% 성장률도 월등히 뛰어넘는 수치다. 이런변화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움직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기업인 GE는 스타트업 헬스(Startup Health)라는 조직과 손을 잡고 소비자 건강 관련 제품들에 대한 3년짜리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스타트업 양성에 들어갔으며, 애플은 영국 NHS, 캠브릿지 대학병원, Mayo Clinic, 스탠포드 대학병원, UCLA 메디컬 센터 및 세계 최대의 EHR(electronic health record) 업체인 Epic 등과 손을 잡고 본격적인 의료서비스와 애플에서 자체 개발한 HealthKit의 연계작업에 들어갔다. 또한 구글은 Google Fit이라는 운동과 관련한 기술을 내놓고 디지털 헬스 시장진입을 타진하고 있으며, 동시에 노화와 관련한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연구를 위해 Calico라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저렴한 유전자검사 비용과 개인화된 의료의 시대

    미래의 의학과 의료서비스와 관련한 전망을 할 때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전자검사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화된 의료(personalized medicine)의 시대가 실체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유전자 염기서열 전체를 해독하는 것에 과거에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비용과 시간이 줄어드는 속도가 18개월에 용량은 2배, 가격은 반으로 떨어진다는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무어의 법칙보다 훨씬 가파르게 속도와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제는 각 개인의 유전자를 모두 해독하는데 100만 원 정도를 달성하기 직전에 와있다(Hayden, 2014).

    또한 미국의 DNA 기술 스타트업인 냅시스(Nabsys)는 고체반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기를 2013년 상용화한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는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진화하면서 기계공학의 시대에서 전자공학의 시대로 바뀐 것에 비견되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유전자검사 기기는 더욱 작고 저렴해지게 될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나노포어 테크놀로지스(Oxford Nanopore Technologies)에서도 유사한 DNA 분석기술의 상용화를 발표하였다. 결국 거대 장비와 서버를 통해서 DNA를 분석하는 것이 아닌 나노포어 기술 등을 활용해서 소형장비로 DNA를 분석하는 쪽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Schneider & Dekker, 2012).

    개인화된 의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DNA를 해독하는 비용이 급격히 떨어지고, DNA의 정보가 실제로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가치가 있어야 하며, 이런 정보를 이용한 적절한 치료법이나 약제를 제약회사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아직까지 개인화된 의료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비용과 효과적인 측면에서의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최소한 비용 부분은 최근의 급격한 기술의 발전으로 수년 내에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나머지 조건들도 머지 않은 시기에 충족이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므로 개인화된 의료의 시대가 그리 멀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유전자 기반의 개인화된 의료를 맹목적으로 반기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도있다. 2012년 4월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자들은 유전자들과 특정 질병과의 연계성을 해석하는 것이 특별히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접근하는 것에 비해 별로 나을 점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Roberts et al., 2012).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비용 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속도로 경제성이 개선되고, 쉽게 유전자검사를 하면서 개인화된 의료가 가능해진다면 이에 따른 새로운 의료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대량생산과 표준화된 지침을 중심으로 하는 보험체계나 진료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며 최선의 진단과 치료를 원하는 인간의 존엄과 관련한 근본적이고도 보편적인 권리와 비용효과성에 입각한 경제성 원칙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보건의료시스템의 비관적 미래 시나리오와 낙관적 미래 시나리오

    Health 2.0 패러다임의 변화, 디지털 헬스 기술의 발전, 개인화된 의료의 시대의 도래와 같은 커다란 미래 의료의 변화와 함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보건의료시스템의 전반적인 변화이다. 우리나라보다 심각한 보건의료시스템의 전반적인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공공과 민간에서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 보면서 미래의 닥칠 커다란 시스템상의 문제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Institute for Alternative Futures에서 2014년 “Health 2030: a scenario exploration”이라는 제목의 미래 시나리오 보고서를 내놓기도 하였다(Institute for Alternative Futures, 2014).

    우리나라의 상황에도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하여 이와 같은 시나리오 기법으로 비관적 미래 시나리오와 낙관적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제대로 된 시나리오 기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의 시간과 여러 인력들이 투입되어 작업을 해야 하지만, 본 논문의 목적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의학교육 및 의대생들에게 인사이트를 주기 위한 것이므로 저자의 직관을 중심으로 한 2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인구비율 7%의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18년에는 고령인구비율 14%의 고령사회, 2026년에는 고령인구비율 20%의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령화와 높아진 기대수명으로 인해 의료비용과 관련한 의료보험재정과 이를 부담하는 인구 사이의 갈등과 반목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심각할 경우 시스템이 전혀 동작하지 않는 파산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먼저 비관적 미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의료보험 재정은 고갈되고, 단일보험체계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시스템은 붕괴 직전상태에 이른다. 공공보건의료와 관련한 정책당국과 건강보험관리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는 고갈된 재정으로 인해 의료공급자들에게 적절한 수가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며, 이는 정책당국에 대한 불신을 불러와 의료서비스 공급자는 의료보험 의무지정에서 탈피하여 경제력이 있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하려는 방향으로 방향전환을 하고, 국민들은 부실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반발로 의료보험료를 내려 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가게 된다. 정치인들은 새로운 건강보건의료와 관련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재정계획을 발표하지만, 현실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인 구호에 그치게 되며, 예산은 삭감되고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어내지 못하게 된다. 공공의료시스템은 약화되고, 국민들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시장 중심의 의료시스템을 적극 도입하여 의료시스템을 재건하려고 노력한다.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을 이런 새로운 시장 중심의 의료시스템에 몰려들게 되는데, 시장 중심의 민간의료시스템은 의료서비스 공급의 양극화를 가져와서 부유층과 빈곤층의 의료서비스 격차를 크게 벌리게 된다. 이런 의료의 양극화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경제에도 타격을 입혀 추가적인 경제불황을 일으키며, 세수부족은 또 다시 의료보험 재정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일반화된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네트워크는 이런 악순환을 끊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불신과 집단 이기주의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며,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과 각 이해집단의 충돌을 일으키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은 가장 필수적인 예방백신 등에 대한 접종거부로 이어지며, 갑자기 유행하는 독감등과 같은 유행성 전염병에 대한 백신접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전국 규모의 대규모 전염병이 유행하고,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어 쓰러지고, 이 중 많은 수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런 위기상황에 공공의료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은 부족한 재정과 정부 및 국민과의 소통의 원활하지 않은 문제, 그리고 과로로 효과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커다란 전염병의 재앙은 사태를 해결하게 만들기는커녕 공공의료시스템을 지켰던 사람들과 국민들, 그리고 정치인들 사이의 반목과 책임 떠넘기기를 가속화하고 전면적인 민간의료시스템으로의 이양을 선언하게 만들고, 공공의료시스템은 붕괴한다.

    공공의료시스템을 믿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시민과학(citizen science)’ 서비스를 통해 자신들이 직접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료시스템 구축에 나서기 시작한다. 이들은 초기에 질병의 감시와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하는 크라우드 소싱작업을 시작으로 점차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체계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한다. 이들이 만든 네트워크와 이들이 수집한 데이터들은 새로운 시민협동 의료시스템의 탄생을 유도하며,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의료전달체계와 시스템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중산층 이상의 기술에 익숙하고, 초연결사회를 잘 받아들이는 계층의 전유물로 빈곤층은 이런 네트워크에 끼어들지 못하면서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면 낙관적 미래 시나리오는 어떻게 될까? 다양한 환경 관련 기술의 발달로 깨끗한 물과 공기가 공급되어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건강의 위해요소들이 제어된다. 먹는 물의 수질이나 공기의 질 등은 인터넷 등으로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차량에는 체온, 심전도 등과 같은 생체신호를 이용하여 건강을 관리할 수 있고, 상용화된 무인자동차는 교통사고의 발생률을 크게 낮춘다.

    백신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전염병을 예방할 뿐 아니라 알쯔하이머병이나 암, 각종 만성질환에도 치료적으로 이용되어 저렴하게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개인 유전자분석의 일반화는 맞춤형 치료제 사용을 유도하여 의료비를 절감시키고, 약의 부작용이 최소화되며, 건강수명이 연장되고, 예방적인 건강행위를 활성화시켜 전반적으로 의료비용이 감소하게 된다.

    늘어나는 고령인구는 삶의 질이 좋아지면서 실질적인 노동을 할 수 있는 연령이 늘어나게 되며, 현재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질병의 치료에도 새로운 신약과 면역치료제, 세포치료제 및 자동화 치료기기의 발전으로 건강한 고령화 시대를 열게 되어 고령화로 인한 일각의 의료보험 재정의 위기를 극복하게 만든다. 노화나 비만 등을 자연현상이 아닌 질병으로 인식하며, 노화와 비만 등을 치료하는 의학 기술이 발전하여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수명기간이 크게 늘어나게 되어 고령화에 대한 인식과 용어 자체가 크게 변하게 된다.

    유전자재조합, 세포 기술 등의 바이오 기술 및 IT 기술의 발전은 보다 싸고 안전한 치료 및 예방목적의 의약품 생산을 가능하게 하며, 제품의 효능과 안전성 예측을 용이하게 만들어 적은 자본으로 수익성 있는 많은 건강의료 또는 제약회사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된다. 바이오 장기, 세포치료제 기술과 인체와 연결하여 동작할 수 있는 저렴한 사이보그 의체 기술의 발전은 과거에는 희망이 없었던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희망이 된다.

    공공보건과 의료기관 및 가정에서 모든 국민들이 건강 데이터 수집과 관리 서비스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으며, 다양한 비영리기관이나 지역사회 커뮤니티에서 더욱 건강한 삶을 위한 서비스를 발표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한다. 지역사회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바이오해커 연구실이 활성화되어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바이오와 IT 기술을 융합한 다양한 과학 기술 개발을 할 수 있게 되며, 이런 변화는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가 건강관리와 건강행위를 할 수 있는 Health 2.0 운동이 또 다른 차원으로 발전하게 만든다.

    의사들은 더 이상 의료서비스 공급을 독점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국민들의 정신적, 사회적인 상담사 역할을 포함한 전반적인 생활을 같이 봐주는 전인적인 카운슬러의 역할을 하기 시작하며, 국민들이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를 해석하고 설명해주는 등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물론 커다란 종합병원이나 전문화된 병원에 취직한 소수의 의사들은 기존의 의사들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에 제시한 비관적 시나리오와 낙관적 시나리오는 양극단의 시나리오를 예측한 것이므로 어느 한 방향으로 흐르기보다는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합의 정도에 따라서 이들 시나리오의 중간 정도 수준에서 타협될 가능성이 가장 많다. 의료는 보수적인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상당한 위협이 현실화하기 전에는 선제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초기에는 비관적 시나리오에 가깝게 흐를 가능성이 많지만 실제로 위기가 닥친 이후에는 정책당국과 사회, 그리고 참여자들의 입장도 바뀌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낙관적 시나리오의 방향으로 상당 부분 변화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어느 방향의 변화가 나타나더라도 현재와 같은 의학교육시스템에서 배출된 의사들이 대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래에 대비하는 의학교육과 의과대학생들에 대한 조언

    지금까지 2025–2035년 미래의료의 이슈들로 소비자 중심의 의료패러다임과 Health 2.0, 주류로 자리잡는 디지털 헬스, 저렴한 유전자 검사비용과 개인화된 의료의 시대, 보건의료시스템의 커다란 변화를 제시하였다. 이런 이슈들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현재의 의학교육과 의과대학생들에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먼저 소비자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과 Health 2.0 개념의 부상은 의사와 환자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것이다. 이는 결국 소비자가 의사들 이상으로 의료정보를 많이 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일부 잘못된 의료정보로 인한 부작용도 있겠지만 대세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작용을 우려하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의사-환자소통을 통해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커뮤니티활동등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의사상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의과학 위주의 현재의 의학교육체계에 환자 및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소양을 길러주는 교육과정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의과대학생들도 의과학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이상으로 소통의 방식과 인간의 심리, 사회의학, 그리고 소셜 미디어 등의 다양한 소통의 도구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헬스의 부상에 따른 의학교육과 의과대학생들에게 필요한 대비방법은 상당 부분 Health 2.0 패러다임에 대한 대처와 공통분모가 많다. 추가적으로 중요한 것은 디지털 및 IT 기술 전반에 대한 관심이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의료서비스의 혁신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은데, 현재 상황은 의사들보다는 IT 기술에 정통한 엔지니어와 기업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제는 의사들도 IT기술에 대해서 더욱 많은 공부를 하고 필요로 하는 서비스나 의료기기 등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의학교육에 의료정보학과 의공학 등과 같은 공학교육을 보강할 필요가 있으며, 새롭게등장할 기술기반 의료혁신기업이나 스타트업에도 과감하게 뛰어드는 의과대학교 졸업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개인화된 의료의 시대와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의 커다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에 있어서 이런 변화가 가져올 사회적인 부담이나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의 이해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자신의 전문분야만 공부하고 병원이나 의원에 찾아오는 환자에 대해서 임상진료를 하면 되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과거의 안정된 보건의료시스템이 계속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스템 변화의 가능성을 최소한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결 론

    의료의 발전에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이 불가분의 관계로 많이 엮여 있다. 이 논문을 통해 언급한 디지털 헬스 기술이나 개인화된 의료와 관련한 기술 이외에도 첨단수술방이나 정확한 진단과 관련한 부분까지도 기술의존적인 경향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이는 결국 의사 개인의 능력보다는 첨단 기술에 대한 의존도와 병원을 운영하는 주체의 투자 등에 의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커다란 병원과 자본력이 뒷받침된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네에 있는 동네 의사들과 의원들이 필요 없어질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건강관리 및 질병관리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많아질 것이고, 이러한 요구를 충실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동네 의원들과 건강 제공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다.

    앞으로 도래할 미래의 의료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환자와 의사의 신뢰가 중요해 질 것이다. 이러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자들도 기본적으로 의사를 불신하거나 비도덕적으로 보는 선입견을 깨야할 것이고 의사들도 환자들에 대해서 더더욱 인간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소비자 중심의 의학, 그리고 Health 2.0 및 디지털 헬스의 시대는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사들도 환자, 그리고 일반인들의 건강생활에 대한 주도적인 역할을 인정하고 이들과 의료진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을 통해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또한 IT 기술을 포함하여 의공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의학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공부도 하고, 이 분야에 뛰어드는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의학교육의 혁신과 의과대학의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의학교육을 조금 바꾼다고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가능한 심각하게 미래의학과 미래의 의료시스템의 변화에 대해서 알리고, 이에 대한 대처를 의과대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다면 미래의료시스템의 변화속도와 의학교육의 변화속도의 격차로 인해 그 중간시기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의학교육은 임상의학과 기초의학으로 나뉘어져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의과학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과거에 학문단위별 교과목에서 과목의 통합성을 증대시키고, 선택과목과 문제중심학습을 확대하는 등의 개혁이 있어왔지만, 이 역시도 결국 임상의사와 기초의과학자를 양성하는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의학교육으로는 2025년 이후에 예상되는 미래의료 환경에 학생들을 제대로 적응시키기 어렵다. 의학교육에 현재보다 훨씬 다학제적인 특성을 가미해야 하며, 특히 공학과 사회학, 디자인과 기업가 정신과 같이 변화에 쉽게 적응하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교과목들을 대폭 확충하고, 임상의사와 기초의과학자라는 틀에 박힌 틀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학생들에게 많이 보여주는 그런 의학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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