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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An analysis on the Deconstructed Visage in Fashion Illustration
  • 비영리 CC BY-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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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n analysis on the Deconstructed Visage in Fashion Illustration
KEYWORD
Francis Bacon , visage , deconstruction , Gilles Deleuze , fashion illustration
  • 1. 서 론

    신체에 대한 관심이 구체적으로 재조명되고 활발하게 논의된 것은 서구 모더니즘이 지닌 편견과 오류, 그리고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70년대 말, 80년대 초부터이다. 이때부터 신체에 대한 시각은 데카르트적인 정신 우위의 이분법에 대한 반발로 신체가 물질적 하부구조로서가 아니라 정체성을 결정하는 여러 담론들, 즉 성과 권력, 인종과 계급의 문제가 교차하는 힘과 투쟁의 현장으로 인식되었다(Park, 2003). 특히 철학과 예술에서는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한 욕망하는 몸, 파편화된 몸, 기관없는 몸, 모호한 탈경계의 몸 등이 주요한 소재가 되었다.

    인간의 몸에 대한 끊임없는 갈구는 시대의 문화 기호인 얼굴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인간에게서 얼굴이라는 것은 각 개인들에게 부여되어 있는 각기 다른 정체성이라는 성질을 나타낸다. 이러한 얼굴은 예술적 논지와 주제의식을 표현하기에 용이한 모티브로서 자주 사용됨으로써(Shin, 2004) 시대의 정신을 이해하는 근거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탈근대에 이르러서는 사람들이 더 이상 하나의 얼굴로 재현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수많은 우회적 방법들에 의한 얼굴에서의 해체가 이루어지고 있다(Aumont, 2006).

    얼굴을 주제로 한 예술과 철학에서의 해체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학자로 들뢰즈(1925~1995)가 있다. 해체주의 이론을 통해 잘 알려진 들뢰즈는 신체 기관 가운데 얼굴해체를 통해 고정되지 않는 무한한 생성으로 나아갈 것을 권유한 바 있다. 그의 탈 얼굴화는 인간화라는 이름 아래 여성과 남성, 어른과 아이, 동양과 서양 등의 이분법적 대립구도와 더불어 서구의 남성 백인 특히 엘리트 중심의 편향성을 폭로하는 것이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주체화 과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들뢰즈의 탈 얼굴화는 고전적 존재론으로 각인되고 주입된 것들의 해체이며(Yun, 2011) 일원화된 얼굴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얼굴 해체에 대해 들뢰즈는 프란시스 베이컨(1909~1992)의 작품을 통해 그의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시대의 이상적인 신체 및 패션을 다루는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시대의 가치인 이분법적 사고의 해체성은 직접적 재현을 넘어선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름다움을 논하는 신체 부위인 얼굴은 재현적인 형태를 넘어 시대나 사회적인 맥락을 드러내는 감각적 상징체계로서 해체의 형태로 시각화되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본 연구와 관련된 선행연구로는 들뢰즈의 ‘기관없는 신체’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한 연구(Lee, 2011)가 있으나, 본 논문에서는 들뢰즈의 얼굴 해체론과 그의 감각 논리의 모델이 된 프란시스 베이컨의 회화 작품분석을 토대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얼굴 해체에 대해 집중 조명하여 분석함으로써 해체된 얼굴에 대한 새로운 이해과 해석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본 논문의 연구방법으로는 들뢰즈 및 프란시스 베이컨에 대한 서적, 연구논문 등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표현방법에 대해 분류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200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발표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을 수록한 패션서적 가운데 , , , , , , , 등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베이직한 표현기법이 아닌 작가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작품집을 중심으로 선정하였으며, 최종 자료 선정에서는 3인의 패션전문 석·박사급 패널과 이론적 연구의 표현 방법에 준거한 총 53점의 작품을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2. 얼굴의 개념 및 얼굴 해체론에 대한 일반적 고찰

       2.1. 얼굴의 개념과 표현

    얼굴(visage)이란 단어는 ‘보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videre’의 과거분사 ‘visus’에서 파생한 것이다. 원래 얼굴은 보는 능력, 보이는 것, 그리고 보이는 것의 겉모습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제 얼굴은 내 눈에 보이는 다른 사람의 모습,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내 모습을 의미한다(Park, 2011). 이에 대해 들뢰즈와 가타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얼굴을 본다는 것에 대해 눈과 입 등으로 만들어진 표정을 본다는 말과 동일하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표정을 갖게 되었을 때 비로소 얼굴이 탄생 할 수 있다(Deleuze, 1980/2001)고 설명한다. Choi(2002) 역시 표정이라는 맥락에서 얼굴이 의미작용과 주체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과 함께 얼굴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걱정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무엇을 감각하는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기구라고 설명하였다.

    얼굴은 다른 신체 부위와는 달리 운동기능을 잃고 수용기능만 담당하기에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신경판이다. 이는 얼굴의 미세 근육운동이 표현하는 감정은 운동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신체 다른 부위의 투박한 기록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다채롭고 섬세하며 풍부하고 깊기 때문에 얼굴은 곧 감정을 드러내는 몸의 기관이라 할 수 있다(Choi, 2002).

    얼굴은 또한 상호 소통적, 상호 주체적, 표현적, 언어적 기능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된다. 얼굴은 가장 존재론적인 기능을 갖는 가시적 도구로(Aumont, 2006), 무엇보다 인간을 규정하는 중요한 부분이자 동물의 머리와 구분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한 기관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얼굴의 표현에 관해서는 역사적으로 초안을 작성했던 쿠르틴(Courtine)와 아로슈(Haroche)가 있으며, 그들은 모든 정황상 얼굴의 역사가 ‘표현’ 개념의 출현과 동시에 시작된 것으로 간주하였다. 인간의 얼굴을 표현이라는 개념으로 관찰하려는 태도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는 르네상스 시대이다. 르네상스 시대는 그러한 얼굴 기능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정하고 그 기능을 약호화했던, 나아가 그것에 관해 언급하고 그 원인과 전형을 제공했던 사회였다. 한마디로 르네상스 시대는 얼굴의 역사를 시작했던 최초의 사회였던 것이다.

    근대에 들어 얼굴의 역사는 얼굴 표현성의 역사이자 얼굴 표면을 이용한 자유로운 감정 기록의 역사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얼굴 예절에 관한 역사이자, 동시에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감정의 기록을 고정시키고 정련하고 약호화 하였다. 특히 옆얼굴은 관상학에 근거한 윤곽들로 이루어진 실루엣 얼굴로서 18세기 초상화로서 성행하게 되었다. 옆얼굴은 또한 통화 화폐를 위한 얼굴, 부, 권력,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얼굴로 혹은 단순한 신원확인을 위한 상징으로도 사용되었다(Aumont, 2006).

    19세기는 얼굴이 단순한 표식의 기호를 넘어 유형학으로 확장되었다. 알퐁스 베르티옹(Alphonse Bertillon)은 1882년 파리경시청 ‘범죄자 신원 확인부’를 창설하고 범죄인의 초상사진을 찍어서 그것을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오늘날 몽타주의 전신이 된 그의 방법론은 범죄의 유형과 범죄자의 용모 특성을 연결짓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눈과 코, 입, 귀, 얼굴의 대체적 윤곽이 각각 임의의 기준에 따른 유형으로 분류되고, 그렇게 분류된 각각의 기관들을 조합하면 얼굴 전체의 유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은 아직까지도 범죄수사에서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범인의 얼굴을 가상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Park, 2011). 19세기 말에 이르러서 얼굴은 억압적 부르주아의 시대의 내적 압력에 대한 진정한 표현을 분출해내는(Aumont, 2006) 소재로 사용되었다.

    20세기 초에는 강렬한 표현력을 선호했던 독일의 표현주의 회화가 성행하였으며, 내적인 분출이 얼굴의 파열로부터 시작 되었다(Aumont, 2006). 이어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원론이 무너지고 얼굴은 재현을 넘어 해체되는 양상이 뚜렷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2.2. 들뢰즈의 얼굴해체론

    얼굴은 신체로부터 벗어나 표현적인 능력을 갖는 표면이 되고, 표정을 만드는 표면이 된다. 얼굴은 신체의 표면이자 신체로부터 탈코드화된 표면이다. 들뢰즈는 입이나 눈이 얼굴이 되는 것은 신체적 기능과 무관하게 둥그런 흰 벽 위에 이런저런 모습으로 표정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때 입은 먹는 활동과 무관하며, 코 또한 숨을 쉬는 기능과 무관하다. 즉 신체의 코드화된 기능에서 벗어나 고유한 표현능력을 획득할 때, 얼굴은 머리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표면으로서 성립된다는 것이다(Lee, 2002).

    들뢰즈는 얼굴표현을 ‘인간화’라는 명목 하에 모든 인간의 차이를 동일화하려는 서구의 독단적 사고의 한 전형으로서 사회적으로 코드화된 얼굴성(faciality)으로 설명하며, 이는 언어표현에서의 문법과도 같은 규정된 체계를 지니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때 하나로 체계화되고 동일화되는 얼굴에 대해 그것은 '백인 그 자체'이며 그리스도로서 이러한 백인 얼굴로 동일화되는 것은 서구의 독단적 사고 안으로 흡수되어 우열과 열등이라는 이분법적 구도 안에 감금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얼굴성은 유럽 백인 남성 중심으로 보편화되는 얼굴을 만들어 차이와 이질성을 동일화하는 체계이며, 결국 이것은 하나의 고정된 중심으로 환원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Lee, 2012).

    ‘검은 구멍-흰벽’의 체계로 얼굴성을 설명하고 있는 들뢰즈는 유럽 백인 남성 중심의 보편화된 얼굴에는 권력이라는 관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얼굴이라는 것이 권력을 코드화한 신체이며, 나아가 얼굴 해체하기를 통해 생성 혹은 되기의 문제를 다루었다. 말하자면 얼굴해체는 인간화된 얼굴의 통일성, 동질성의 붕괴(Lee, 2012)이며, 사회적으로 코드화된 정상과 비정상으로 양분화된 위계성을 뛰어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들뢰즈의 ‘검은 구멍-흰벽’의 체계는 톱니바퀴의 변형 가능한 조합들에 따라 얼굴을 생산하는 추상적인 기계(Deleuze, 1980/2001)로 설명된다. 그에게 있어서 추상적 기계는 변화무쌍한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와 같다. 거대한 나무에서 몸통은 구상이며, 가지와 뿌리는 추상에 속하는 것이다. 이것은 가지와 뿌리가 몸통과 달리 도저히 그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것으로서 부단히 파생하는 분지와 분산으로서 추상적 형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추상은 에너지가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사물)라 할 수 있으며(Jin, 2008), 이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측 불가능한 특징을 지닌다.

    들뢰즈는 또한 얼굴은 벙커이며, 보편화된 얼굴에서 벗어나는 것, 얼굴과 얼굴화를 망치는 것, 지각 불가능하게 되는 것, 잠행자(clandestin)가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것은 동물성으로의 회귀나 머리로의 회귀에 의해서가 아니라 매우 정신적이고 매우 특별한 ‘동물-되기’에 의해서, 벽을 뛰어 넘고 검은 구멍들로부터 벗어나는 진정 이상한 되기(=생성)에 의해서이다. 이 이상한 되기는 얼굴성의 특징들 자체가 결국 얼굴의 조직화에서 벗어나게 하는(Deleuze, 1980/2001) 탈주체화의 길인 것이다. Yun(2011)은 이러한 탈주체화를 위한 얼굴 탈구 행위를 포스트 휴머니즘의 관점으로 설명하며, 해방적, 비판적 실천 행위라고 언급하였다.

    얼굴 해체는 결국 고착화된 잣대에 가려진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해주는 그 어떤 무엇이며, 이를 위해서는 괴물까지 포함할 수 있는 긍정을 필요로 한다. 이때 괴물들이란 붕괴된 인간 형상, 해체된 얼굴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인간을 재단하고 위계화하는 얼굴성이 균열을 일으키며 예측 불가능할 때 구획성이 파기되고 분열적 주체화방식, 즉 새로운 주체화의 모색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얼굴을 해체한다는 것은 길들여지지 않는 타자들, 괴물들이 된다는 것이며 기이함과 낯섦에 노출되는 것이다. 괴물성과 동물성은 사회의 코드화에 순응하지 않은 몸들이다. 얼굴 해체하기는 물려주고 전수해야할 어떤 얼굴 형상도 전제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얼굴지우기, 즉 인간이라는 형상의 해체는 동일성의 논리 안에 일원화된 얼굴을 벗어나는 길인 것이다(Lee, 2012).

    결국 들뢰즈의 얼굴해체론은 관습적으로 코드화된 이분법적 위계 체계를 벗어나는 것이며, 이는 비정상성이라는 인식체계를 가질 수 있는 괴물과도 같은 형상이기는 하나 무한한 잠재력과 생성의 의미를 담으며 새로운 주체화를 모색할 수 있는 길이라 할 수 있다.

    3.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회화의 얼굴해체

    본 장에서는 들뢰즈의 얼굴해체에 대한 이론을 전개하는데 사고 모델로서 제시된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들에 대해 살펴보고 얼굴해체의 과정인 ‘동물-되기’와 돌발흔적 그리고 구체적인 표현방법에 대해 분석·정리하였다.

       3.1. ‘동물-되기’와 돌발흔적

    1927년 파리의 폴 로젠버그 화랑에서 열린 피카소 전시회를 보고 그림에 입문한 프란시스 베이컨은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하여 1953년 뉴욕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베이컨은 추상이나 표현주의 화가로 분류되기를 거부하며 일상적이고 피상적인 시각을 조롱하고 왜곡하며 살아 있는 경험을 재현하는 것을 추구하였다(Faerna, 1994/1995). 베이컨은 얼굴의 화가가 아닌 머리의 화가로 불린다(Deleuze, 1980/2001). 머리는 불확정성의 영역에, 인간과 동물 사이의 비결정성의 영역에 속하며(Bogue, 1996) 베이컨의 그림에서는 ‘동물-되기’로 나타난다. 베이컨의 작품에서 ‘동물-되기’는 얼굴을 해체하여 머리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의 많은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머리들은 결정적 영역으로서의 고정된 인간의 얼굴과 달리 유동적으로 변화하며 새롭게 생성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기관없는 신체’와 같다. 일찍이 들뢰즈가 주장한 ‘기관없는 신체’는 ‘기관’을 단순히 없앤 신체가 아니라 ‘유기체적인 신체’로 한정되지 않는 신체이다. 즉 ‘입’은 ‘젖을 먹기 위한 입’이면서 동시에, ‘키스를 위한 입’, ‘말하기 위한 입’일 뿐 만 아니라 장애인에게는 손을 대신하여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입’으로 다양하게 변용된다. 이러한 신체는 결국 유기체적인 방식의 조직화에 대립하기 위한 것(Deleuze, 1980/2001)이며, 보편화된 얼굴이 지닌 관습적 체계와 의미를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Lee(2012)는 이러한 베이컨의 작품에서 얼굴의 머리화는 각 기관이 지닌 관습적 체계화를 통해 동일화된 얼굴을 표현하여 왔던 서구의 독단적 사고의 한 전형을 벗어난 것으로서 ‘기관없는 신체’를 만드는 유목적 주체와 통하고 있다고 보았다.

    베이컨의 ‘동물-되기’에 대해 들뢰즈는 또한 프로이트의 욕망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프로이트는 인간과 동물 경계의 모호함을 억압된 것의 회귀로 본다. 인간은 태어나기 전에 생물과 무생물, 유기체와 무기체, 삶과 죽음의 구별을 몰랐기 때문에 태어난 이후에도 그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 욕망(사의 충동)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컨의 작품에서 이것은 인간과 동물이 하나의 근본적인 고기라는 사실이며, 형태 결합이 아닌 둘 사이의 공통의 사실이라는 것이다(Deleuze, 1981/1995). 말하자면 베이컨의 얼굴해체 과정은 인간내면의 억압된 것의 근원적인 욕구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다.

    베이컨의 그림 속에 이러한 ‘되기’라는 것은 신체가 특정한 개성을 가진 얼굴을 벗어나려는 것이며, 외침, 비명 또는 미소같은 것들에 의해 나타난다. 베이컨에게 있어 미소란 얼굴을 해체시키는 것이며 결국 신체 자체를 해소시키는 것이다. 들뢰즈의 비유에 따르면 미소라는 것은 산이 신체를 녹여버리는 것과 같다.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그것을 신체의 뾰족한 부분, 더 이상 기관을 갖추지 않은 고깃덩어리로 바꾸는 이러한 미소는 말하자면 신체를 마비시키고 경련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마비와 경련을 통해서 존재론적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회화적 시도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Park, 2004).

    베이컨의 여러 작품에서 ‘동물-되기’의 주요한 과정으로서 힘(power)의 두드림이 일어난다. 이는 움직이지 않는 머리 위를 압력, 팽창력, 수축력, 평탄하게 누르는 힘, 늘어뜨리는 힘이며, 여기서 지워지고 쓸어 지는 얼굴 부분들은 힘이 두드리고 있는 지역을 표시한다(Choi, 2002). 이렇게 가해진 힘을 표현하는 주요한 방법에 대해 들뢰즈는 돌발흔적이라 부른다. 돌발흔적이란 비의미적이고 비재현적인 선들, 지역들, 흔적들 그리고 얼룩들 전체이다(Oh, 2009). 돌발흔적에 의해 머리에 가해진 기(氣)로부터 지워지거나 늘어난 얼굴들은 결국 ‘동물-되기’의 형상으로서 위상변환의 과정이며, 인간인지 동물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함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구상과 추상을 동시에 벗어나려는 의미적이지 않은 흔적들이자 감각적인 얼룩들이 된다.

    결국 베이컨의 작품에서 보여 지는 ‘동물-되기’는 우연과 통제를 통해 돌발흔적이라는 힘의 작용으로서 얼굴을 해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또한 기존의 인간 중심주의적인 고전적 존재론에 대한 규범화된 사고를 벗어나 탈주체화하는 것이자 불확정적이고 비결정적인 새로운 주체화를 위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3.2. 얼굴해체의 표현방법

    베이컨의 회화는 끊임없는 재현의 거부이며, 이는 또한 전통적인 회화의 거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물의 이미지를 화폭에 재현하며, 그 이미지들 사이에 줄거리를 만들고 할 말을 만들었던 것이 전통 회화라면 베이컨의 회화는 이를 거부하기 위한 끝없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통회화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추상을 통해 순수한 형태를 지향하는 것, 다른 하나는 추출 혹은 고립을 통해 순수하게 형상적인 것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베이컨은 두 번째 길을 선택한다(Deleuze, 1981/1995).

    얼굴에 있어서 순수하게 형상적인 것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베이컨은 안정된 유형학의 체계를 거부한다. 일반적으로 유형학에서 눈, 코, 입 등의 기관이 유기적인 체계를 이룬 기호를 얼굴로 간주하며, 정면 얼굴이라는 기호를 통해 다른 얼굴 기호와 구별한다. 베이컨의 회화에서 얼굴은 이러한 유형학적 체계 속에서 하나의 안정된 기호가 아니라 살덩어리로서 기호 이전의 상태인 ‘형상’인 것이다(Park, 2011).

    전통적 재현을 거부한 베이컨의 그림은 인물을 주체로 한 형상(figure)과 윤곽선 그리고 아플라(aplat)로 불리는 배경으로 구성됨으로써 철저하게 서술적인 그림을 배제하게 된다. 이러한 구성 속에서 베이컨의 얼굴 형상들은 헝겊으로 문지르기, 솔로 쓸기 이외에도 물감으로 뿌리기, 두 개로 분화시키기, 여럿으로 만들기, 관점의 변화, 조각으로 떼어내기, 어긋나게 하기, 표면 찢기(as cited in Shim, 2007), 구멍 뚫기 등과 같은 돌발흔적을 통해 해체된 얼굴로 나아가고 있다.

    먼저 주요한 얼굴 해체의 표현방법으로 베이컨은 헝겊으로 문지르기, 솔로 쓸기와 같은 돌발흔적을 통해 얼굴과 윤곽, 아플라의 색조가 모호하게 번지는 듯 한 흐리게 하기를 선택한다. 그의 여러 작품에서 나타나는 얼굴 흐리게 하기는 초상화의 모티프로 사용된 인물의 아이덴티티를 모호하게 하며, 이로서 결정적 영역에 따른 해석이 아닌 새로운 의미를 낳게 한다. Fig. 1의 1949년 작품 <두상>은 이노센치오(Inocencio) 10세의 초상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서 형상과 아플라가 결합되어 문질러져 흐리게 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직육면체 프레임 내부에 고립된 형상은 재현적, 서술적 표현의 원본에서의 이미지를 거부하며, 헝겊으로 문질러 지워진 얼굴이 아플라 속으로 블러링되어 모호함과 함께 또 다른 인물로 느껴지게 만든다. Fig. 2의 1983년 작품 <잉그리스(Ingres) 이후의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에서는 스핑크스의 얼굴 형상을 그린 후 헝겊으로 문질러 뿌옇게 흐리게 함으로써 서술적인 스핑크스 고유의 얼굴을 파괴하여 또 다른 생성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베이컨의 회화에서 주요하게 등장하고 있는 흐리게 하기 기법은 결국 모호함을 통한 의미의 이중성을 내포하며, 재현적인 얼굴의 상징성을 파괴하여

    동물의 머리와 같은 고깃덩이에 불과한 존재로서의 의미로 전락하게 한다. 이는 재현적 얼굴이 보여주는 이미지를 무효화하고 변화무쌍한 새로운 의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하겠다.

    얼굴해체의 두 번째 방법으로 베이컨은 구멍 뚫기와 같은 얼굴의 일부를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들뢰즈는 이러한 제거하기에 대해 이미지 전체를 완전히 떼어내서 아무것도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의 이미지들과 재현의 흔적들을 지워 새로운 것을 구성하고 재창조하는 것(Lee, 2010)이라고 보았다. Fig. 3의 <세 명의 자화상연구>에서는 왜곡, 찢김과 함께 구멍을 뚫은 듯 명확하게 떼어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제거하기의 또 다른 방법으로 Fig. 4의 1982년 작품 <자화상 연구>에서는 배경이 얼굴을 침투한 것처럼 왼쪽 일부분이 푸른색 물감으로 거칠게 칠해짐으로써 제거된 효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세 번째 얼굴해체의 방법으로서 베이컨은 위상변환에 의한 왜곡된 얼굴을 선택한다. 그의 많은 작품에서 나타난 이 방법은 원격시야에서 근접시야로 접근해감으로써 문질러진 듯 불안정하고 비구상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베이컨 회화 속에서 형상이 항상 일그러져 왜곡된 모습을 취하는 것은 형상으로서의 신체가 그 신체의 유기적인 기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Han, 2007). 이러한 인물이 왜곡되는 과정에서 아플라와 윤곽이 결합되고 상호작용하면서 형상은 결국 위상변환(topological transformation)한다. 위상변환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Fig. 5는 1969년 <헨리에타 모라에스(Henrietta Moraes)의 연구>이다. 물감을 붓에 묻혀 힘 있게 쓸어내림으로써 눈, 코, 입 기관들은 뭉개지고 비틀려 있다. 이 외에도 <이사벨 로스톤의 세 연구>, <자화상을 위한 세 연구>에서도 왜곡된 얼굴들은 고전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규범화된 인간 범주에 대한 탈주를 보여준다.

    얼굴해체의 주요한 마지막 방법으로 베이컨은 고정된 인물의 서술성과 아이덴티티를 거부하며, 두 개로 분화시키기, 여럿으로 만들기, 조각으로 떼어내기, 표면 찢기와 같은 분화하기를 선택한다. Fig. 6의 1967년 <조르주 다이어(George Dyer)와 루시앙 프로이트(Lucian Freud)의 초상>에서는 얼굴의 강도 높은 움직임을 분화한 얼굴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운동감에 의한 두 개의 분화된 얼굴은 만나는 지점이 모호하게 블러링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소재로 한 베이컨의 작품들 가운데 이러한 분화된 얼굴은 정신 분열증에 따른 다중인격체처럼 고정된 하나의 정체성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아를 재창조하는 새로운 생성적 표현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Fig. 7의 1966년 <자전거를 타고 가는 조르주 다이어(George Dyer)의 초상>은 분화된 얼굴을 따로 어긋나게 떼어내어 어두운 그림자와 함께 미끄러지듯 겹쳐진 얼굴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Fig. 8의 1968년 작품 <거울 속의 조르주 다이어(George Dyer)의 초상>에서는 거울 속 얼굴로서 분화되어 쪼개지는 폭력성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Fig. 9의 1976년 작품 <마이클 레리스(Michel Leiris)의 초상>에서는 왜곡을 통해 입이 미끄러지듯이 두 개로 복수화 되어 분화되기도 한다. 이처럼 베이컨의 여러 머리시리즈를 살펴보면 해체된 얼굴 이미지는 이중화, 분화되어 분산적이거나 복합적인 특징이 드러난다.

    기존의 것을 참조, 차용하고 이를 가공하는 베이컨의 작업방식은 친숙함과 동시에 전혀 다른 이미지임을 깨닫게 된다. 여러 초상화의 경우에서 베이컨은 기존의 이미지를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돌발흔적을 택하며 구상도 추상도 아닌 얼굴로서 원본과 여전히 닮음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은 대상과의 닮음이 아닌 전혀 새로운 닮음으로 나타난다(Lee, 2009). 결국 베이컨의 돌발흔적은 보이지 않는 힘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재현으로서의 구상을 벗어나기 위한 흐리게 하기, 제거하기, 왜곡하기, 분화하기를 통해 감각적인 닮음에 의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다음에 제시된 Fig. 10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얼굴해체를 위한

    과정과 표현방법을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한 것이다. 베이컨의 작품에 나타난 해체된 얼굴들은 우연과 통제를 통한 드로잉에서 시작되어 파워풀한 돌발흔적이 더해진 흐리게 하기, 제거하기, 왜곡하기, 분화하기의 표현방법이 사용되었다. 이는 감각적인 닮음을 가진 해체된 얼굴이며, ‘동물-되기’에 의한 탈영역적, 비확정적 이미지를 생성한다.

    4.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나타난 얼굴해체의 표현특성과 의미

    본 장에서는 베이컨의 얼굴 해체의 주요한 표현 방법으로서 흐리게 하기, 제거하기, 왜곡하기, 분화하기를 토대로 패션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얼굴해체 표현특성과 의미에 대해 분석하였다.

       4.1. 흐리게 하기

    흐리기는 물체의 경계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음으로 인해 전통적인 이분법에 따른 확정성의 논리를 비켜나간다. 이는 물체 혹은 존재가 가진 다양한 의미로의 확장이자 과도기적 상태로서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특성을 가진다. 이미 베이컨의 여러 작품에서 보았듯이 단순화된 형상과 아플라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경계 흐리기는 결국 존재자에 대한 분간 불가능성을 표현하였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얼굴은 패션에 대한 테마와 이미지, 작가의 개성, 경험 그리고 철학 등을 반영하는 신체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러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얼굴은 미묘한 감정을 살린 사실적 모사에서부터 이종의 생물이나 무생물의 형상을 대입하는 것까지 다양한 표현방법이 시도되어져 왔다. 그 가운데 얼굴 해체적 관점에서 흐리기와 같은 방법은 명확하지 않은 모호함으로 인해 패션 테마와 이미지에 대한 해석의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베이컨의 회화에서 나타나는 흐리기는 전통적인 회화 도구들에 의해 배경으로 쓸려 내려가듯 표현되었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표현된 Fig. 11의 2009년 러스밀스(Russmills)의 작품에는 얼굴 기관의 일부를 브러시로 힘이 느껴지듯 빠르고 거칠게 휩쓸고 지나간 흔적과 액션 페인팅과 유사한 뿌리기 기법이 뒤섞여 있다. 여러 번의 검정색과 흰색 물감이 상호 교차함으로써 명암을 형성한 흔적들은 흰색 백그라운드와의 명확한 경계를 파괴하고 있으며, 특히 패션에서 주요한 헤어스타일과 눈의 경계가 모호해짐으로써 불확실한 인상을 남긴다.

    베이컨의 회화에서 얼굴의 일부분을 문질러 흐리게 표현한 방법은 그의 모델이 되었던 인물들의 아이덴티티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였다. 작가의 개성과 심상을 토대로 인물을 표현하는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흐리기를 통한 표현이 베이컨의 회화와 같이 인물의 아이덴티티를 어느 정도 유지한다는 측면보다 이미지의 효과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컴퓨터 매체의 이용이 급속도로 확산됨으로써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흐리기는 정교하거나 더욱더 부드러워짐으로써 환상적 효과를 더해준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블러링 기법이 더해진 Fig. 12는 쉬브(Shiv)의 2002년 작품 나이키 광고이다. 얼굴기관의 일부와 몸, 의상의 경계가 흐리게 묘사되어 있으며,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비사실적인 내외부선과 색채는 서술적인 묘사를 벗어난다. CG에 의한 흐리게 하기의 또 다른 사례로 Fig. 13의 카주키 타카마츄(Kazuki Takamatsu)의 2009년 작품에서는

    옆면의 실루엣 얼굴로서 정면성을 벗어나며, 유기적인 선들로 중첩된 그러데이션방법을 사용하여 모호하고 기이한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재현의 붕괴는 잠재성의 영역이자 곧 또 다른 새로운 생성의 영역임을 들뢰즈가 지적한 바 있다. 이렇듯 애매모호함에서 오는 해석의 다양성과 연상성은 즉각적인 이해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감상자로 하여금 적극적인 관여를 초래하며, 사고를 보다 확장시켜주는 효과를 가진다.

    강한 선의 미끄러짐으로 인해 흐리게 표현된 Fig. 14의 나이스 디자인즈 라인 레이디(Nice Design's Line Lady)의 작품에서는 늘이기에 의한 얼굴과 백그라운드의 경계 흐림이 주요한 특징으로 나타나며, 강한 힘의 두드림이 느껴진다. Fig. 15의 줄스 줄리엔(Jules Julien)의 2009년 작품에서도 흐리기를 통한 힘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점묘와 확산에 의해 부서져 버린 얼굴은 애매함을 극적으로 유지했던 베이컨의 얼굴과는 달리나 아닌 타자로서의 존재, 구체적인 인물 대상이 아닌 기괴함을 유발하며, 은유적으로 표현되었다.

    이와 같이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흐리게 표현된 얼굴들은 불확정적 이미지의 패션, 모호함, 신비함, 기괴함 등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는 베이컨의 회화에서 나타났던 분간 불가능성을 통한 다양한 해석이 적용될 수 있어 감상자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킬 수 있는 회화적 성격과 닮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4.2. 제거하기

    베이컨의 작품에서 제거하기는 가히 폭력적이었다. 배경이 얼굴을

    무차별적으로 침입한 듯 지워져 버린 흔적은 인물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며, 얼굴이 갖는 특권적 지위를 제거하고 새로운 주체화를 모색하는 방법이기도 하였다. 앞서 언급한 흐리게 하기와 함께 제거하기 역시 베이컨의 여러 작품에서 분별할 수 없는 불확실한 얼굴을 형성하며, 이는 인간과 동물간의 분화되기 이전의 분간 불가능성에 매달린 그의 의지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분화되기 이전의 상태 즉, 기관 없는 신체로 나아갈 것을 주장한 들뢰즈는 이를 유기적 결정화 이전의 신체, 기관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신체를 의미하였다(Sauvagnargues, 2005/2009). 그리고 베이컨의 여러 작품에서 얼굴 기관 제거하기 흔적은 ‘없음’이 아닌 새로운 ‘생성’의 의미로 해석된 바 있다.

    얼굴해체의 한 방법으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제거하기는 여러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Fig. 16은 2004년 리차드메이(Richard May)작품으로 모델의 사진 이미지를 원본으로 하여 다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흰색의 물감으로 도포하여 흔적 없이 제거해 버린 것을 알 수 있다. 얼굴을 제거한 이후에 그는 의상과 헤어만을 그려 넣어 익명적인 이미지를 유지하여 유기적 결정화 이전의 상태로 표현하였다. Fig. 17은 2007년 마를로스 듀이커(Marloes Duyker)의 작품으로서 얼굴의 일부를 제거하고 내외부의 다양한 선들을 스티치로 표현하여 배경의 이미지가 얼굴 위로 솟아오르게 하였다. 인물의 정체성을 확인하는데 주요한 눈, 코, 입의 기관은 베이컨의 작품처럼 폭력적으로 잘려져 나갔으며, 마치 수술한 자국처럼 인지되는 실 자국들은 강인한 임펙트와 동시에 인식 불가능한 모호함을 유지하고 있다.

    2002년 세바스챤 자놋(Sebastien Jarnot)의 작품<Fig. 18>에서 제거하기는 얼굴을 포함한 머리를 잘라냄으로써 충격을 던져준다. 두려운 낯섦, 기괴한 자놋의 얼굴은 시각적으로 익숙해져 있던 대상을 벗어남으로써 불안함을 야기한다. 이는 불확실성과 탈경계성을 유지하며, 얼굴을 해체했던 베이컨의 의지와도 닮아 있다. 빠른 운동감, 속도감을 나타내기 위한 전략으로 컴퓨터 그래픽에 의해 조작된 폭력적 흔적의 자놋의 작품에서는 기존의 인체와 패션을 주요한 표현의 대상으로 해왔던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난 전복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기괴함, 섬뜩함을 야기하는 얼굴 제거하기의 또 다른 사례로 Fig. 19의 2004년 토시푸미 타나부(Toshifumi Tanabu)의 작품에서도 제거하기 기법이 적용되었다. 긴 장검과 잘린 남성의 머리를 들고 있는 포토 몽타주화 된 팜므 파탈의 모습은 익히 여러 역사 속 화가들의 작품에서 주요한 소재로 등장한 바 있는 살로메(Salome)이다. 이를 응용한 타나부의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에서는 눈, 코와 같은 얼굴 기관의 일부를 폭력적으로 도려내듯 제거함으로써 살로메의 섬뜩한 이미지를 극대화하였다. 팜므 파탈과 같은 이미지와 유사한 일본의 게이샤를 모티프로 한 Fig. 20의 타케시 요네모치(Takeshi Yonemochi)의 작품에서도 포토몽타주로 표현된 얼굴의 일부를 여지없이 도려낸 듯 제거함으로써 쾌락과 공포, 성욕과 죽음에 대한 이중적 메시지를 함축한다.

    베이컨은 과거의 재생산에서 벗어나, 완전히 임의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형태와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의 컴퓨터 그래픽에 의한 놀라운 효과들은 이러한 비설명적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있어 급진적인 결과를 낳으며,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주요한 표현 도구로 확장되고 있다. 제거하기에 의한 얼굴해체에서는 얼굴 사진의 일부분을 지우고 덩그러니 비워진 백그라운드 혹은 관련성이 낮은 백그라운드와 혼합하여 기이한 패션에 대한 환상성을 비설명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얼굴 전체 혹은 얼굴 기관 일부를 도려낸 흔적들은 모호하고 불확실한 주체를 보여주며, 그로인해 새로운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4.3. 왜곡하기

    피카소의 20, 30년대 작품에서 나타나는 형태 해체는 베이컨의 여러 작품에서 어긋나게 왜곡된 얼굴로 표현된 바 있다. 물론 피카소와 달리 베이컨의 작품 속에서 얼굴은 유기적인 선들이 정렬과 비틀림을 오가며 의외적 형태로 표출됨으로써 인물의 분간 불가능성의 최고점에 있음이 아마도 그 차이일 것이다. 그리고 강렬한 시각적 긴장감이 느껴지는 문지르기, 늘이기 등의 돌발흔적에 의한 짓눌린 얼굴들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난폭함이 묻어나기도 하였다.

    형태의 왜곡은 특히 주어진 자연적 형태가 가진 의미를 벗어나 새로운 생성과 의미로 나아가는 방법이며, 이는 들뢰즈의 인간화된 얼굴의 통일성과 동질성을 무너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베이컨의 작품에서 왜곡된 얼굴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인물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동시에 담고자 한 것이 특징적이었으며, 이때 나타난 왜곡된 얼굴유형들은 힘의 작용에 의한 운동을 동반하며 기형적인 수축과 팽창의 형태를 띠었다. 이러한 존재의 특별함을 더해주는 베이컨의 얼굴 왜곡은 사실과 함께 무의식적이고 우발적인 극적 행위로 인한 복합적인 것이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얼굴의 왜곡은 패션에 대한 주제와 작가의 심상 그리고 시대에 대한 해석이라는 특수한 표현적 목적을 가지며, 설명적인 얼굴과 달리 사실적인 동시에 추상적이고 우발적인 것들이 동시적으로 융합되어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Fig. 21의 2001년 수잔 히페(Susan Hippe)의 작품에서는 사실적인 인체를 기반으로 하여 불명확하고 자유로운 여러 선들과 일그러진 얼굴 기관들로 이루어져 설명적인 재현성과 함께 우발적인 감정적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Fig. 22의 잔폰(Zanpon)의 작품에서도 복잡하고 무의식적이며, 비의지적인 드로잉 선들이 얼굴 기관임을 상상하게 하고 있어 닮음을 유지한 왜곡하기로 나타나고 있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또한 비실재적으로 형태가 구체화되어 있지 않는 디지털화된 신체를 통해서 왜곡이 급진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가상현실은 육체에서 해방된 환경, 성과 인종의 신체적 구현에서 탈출한 장소이다(Joung, 2000). 이러한 가상의 세계에서 디지털화된 신체는 어떠한 육체적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변경이 가능하다. 따라서 비 물질적인 유동적 신체를 표현하는데 있어 왜곡은 새로운 창조와 생성의 욕망을 끌어내는데 주요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Fig. 23에서 와렌과 닉(Warren & Nick)은 현실적 자아의 대체물로서 끊임없이 유동하는 디지털 아바타의 특별한 존재 이미지를 유기적으로 흐르는 곡선들의 조합들을 통해 왜곡된 얼굴을 표현하였다. 디지털을 활용하여 경직된 현실에서의 얼굴을 해체한 와렌과 닉의 또 다른 작품 Fig. 24에서는 우발적인 추상 형태의 유닛(unit)들이 모여 얼굴 기관들이 기이하게 조합된 형상을 보여준다. 다양한 색상의 일그러진 부정형의 유닛들은 얼굴을 분해하거나 뭉갠 효과를 내어 모호함을 나타내고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빗어낸 특별한 존재의 의미를 담은 왜곡된 얼굴은 Fig. 25의 린 오로프스도터(Linn Olofsdotter)의 작품에서 기괴함의 극대화로 표현되었다. 길게 드리워진 목, 돌출된 얼굴과 힙(hip)이 새에 대한 은유적 형상으로 표현되었으며, 특히 얼굴은 늘어나거나 눌린 듯 비결정적이고 유동적인 형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얼굴과 함께 서술적 묘사를 벗어나기 위한 비현실적인 백그라운드가 판타지 테마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와 같이 사실적인 존재의 특별함을 부각시키는 얼굴 왜곡하기는 실재하는 것에 대한 특별함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며, 이는 오히려 사물의 사실에 접근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작가의 심상과 개성 등을 통해 구현되는 여러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얼굴의 왜곡은 패션에 대한 작가만의 독특함과 특별한 의지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 점에서 베이컨의 회화의지와도 닮아 있다.

       4.4. 분화하기

    베이컨은 운동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원천으로 하여 단순한 물리적인 운동을 통한 남성의 긴장된 근육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닌 동적 긴장감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을 시도하였다. 이때 그가 사용한 방향성을 드러내는 화살표 또는 분화된 얼굴을 통한 동세의 움직임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돌발흔적은 긴장감 있는 운동감을 연출하기 위해 사용되어졌다. 특히 얼굴의 분화는 베이컨이 일관성 있게 추구해 온 복수적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다. 베이컨 회화에서의 얼굴 분화는 찢기, 시간적 움직임에 따른 형상의 중첩, 모호하게 블러링되어 분화된 양상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특징들은 모든 동적 가능성을 담기 위한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흔적들은 익히 미래주의 작품에서 나타난 중첩하는 여러 선들의 효과와도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분화하기는 이러한 베이컨의 동적 움직임에 대한 얼굴 분화 양상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 Fig. 26의 2007년 잉그리드 바(Ingrid Baar)의 작품에서는 사진을 중첩시키고 투명성을 조절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른 힘의 흔적들이 불확정적으로 산포되어 있다. 뼈의 형상을 함께 중첩한 이미지는 인간의 고통과 죽음이라는 메시지를 함축하며 내면의 폭력성을 보여준다. Fig. 27의 2007년 진티(Jeanti)의 작품에서는 베이컨의 우연에 의한 얼굴 찢김과는 달리 얼굴 사진을 지그재그와 같은 감각적인 선에 의해 의도적으로 매끄럽게 자른 듯 나누어 어긋나게 함으로써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으나, 어긋나게 한 방향의 동적인 힘이 느껴질 수 있도록 여러 도형과 선으로 중첩한 특징은 베이컨이 추구했던 힘의 흔적을 담고 있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얼굴의 분화는 기괴함을 표현하는데 주요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Fig. 28의 2008년 가브리엘 모레노(Gabriel Moreno)의 작품에서는 두 개의 얼굴과 새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분화를 보여준다. 날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 욕구를 테마로 하여 복수의 자아와 새 이미지가 기묘한 선들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베이컨의 분화하기와는 또 다른 자연으로서 의 인간이미지를 파괴한 탈영역적 특성을 명확히 보여준 점에서 표현 의미의 전달에서는 보다 명시적이라 할 수 있다.

    베이컨의 작품에서 나타난 얼굴 기관의 일부를 분화시킨 유사한 사례 역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위상변환에 의한 분화의 결과와는 달리 기관 일부를 추가 생성한 특징을 보여준다. Fig. 29의 2009년 줄스 줄리엔(Jules Julien)의 작품에서는 옆모습에서 볼 수 있는 귀의 형상을 얼굴 가운데로 추가 생성하여 이중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모호성,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여러 개의 눈과 손이 고정된 관념으로부터 벗어나 방향성과 위치를 이탈하여 중첩되거나 연결되어

    [Table 1.] Expressive categories of deconstructed visage in fashion illu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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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pressive categories of deconstructed visage in fashion illustration

    분화된 기괴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Fig. 30의 2010년 질도 메디나(Gildo Medina)의 작품에서는 더욱더 지각 불가능한 복잡성의 얼굴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흐리게 하기, 제거하기, 왜곡하기와 같은 방법들과 함께 분화하기는 복수적 정체성, 주체에 대한 예측 불가능한 얼굴이자 지각 불가능성을 나타내는 얼굴을 생성하며 패션에 대한 기괴한 메시지를 함축한다. 이는 곧 베이컨이 추구해왔던 새로운 생성적 주체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 결 론

    존재론적 기능으로서 얼굴은 과거 단선적 의미 구조와 가치 체계라는 강권적 질서 아래 서구 백인 남성의 권력적 속성을 합리화하는 주요한 기준이 되어 왔다. 들뢰즈는 이러한 인간이란 종속적 조건화의 방식을 벗어날 것을 요구하며, 새로운 추 상기계로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측 불가능한 ‘동물-되기’를 요구하였다. 오늘날 탈영역적, 불확정적 사고로서 해체주의적 흐름 속에서 들뢰즈의 얼굴 해체론과 그의 사고모델이 된 베이컨의 얼굴해체의 표현은 전통적으로 이원화된 인간이라는 가치체계가 아닌 무한히 잠재적이며, 새로운 생성적 의미를 지닌 시대의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주요한 이론과 모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베이컨의 회화에 나타난 해체된 얼굴의 표현과정이 인간내면의 억압된 것의 근원적인 욕구로 인한 것이며, 우연과 통제, 힘의 작용에 의한 돌발 흔적의 결과인 ‘동물-되기’로 나타나고 있음을 이해하였다. 또한 베이컨 회화의 얼굴해체 표현 방법에 대한 범주화로서 흐리게 하기, 제거하기, 왜곡하기, 분화하기로 분류하여 이를 시대의 이상적인 몸과 얼굴, 라이프스타일, 유행 그리고 작가의 주요한 심상과 개성을 토대로 제작되는 패션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얼굴해체 특성과 의미로 연결하여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흐리게 하기는 표현특징으로서 붓으로 쓸어 얼굴 기관을 모호하게 하기, 얼굴기관과 몸 및 의상과의 경계 없애기, 얼굴 윤곽선 내부를 유기적인 선들의 중첩으로 그러데이션하기, 얼굴과 결합된 아플라 선의 늘이기, 얼굴내부를 점묘로 확산한 파편화시키기로 나타나며, 이러한 특징들은 패션 테마와 이미지 해석의 불확실성, 불확실한 인상을 통한 존재자의 분간 불가능성, 서술적 묘사를 벗어난 환상성, 패션메시지에 대한 사고의 확장 그리고 기괴함을 유발한다.

    둘째, 제거하기는 사진의 얼굴을 아플라의 컬러로 칠하여 지우기, 사진의 얼굴 일부를 자르고 아플라의 배경과 중첩시키기, 머리 전체 제거하기, 눈, 코, 입 기관의 일부분을 도려내듯 삭제하기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인물의 정체성 약화, 익명성의 강화, 폭력적이고 섬뜩한 이미지 전달, 낯섦, 기괴함 그리고 쾌락과 공포, 성욕과 죽음에 대한 환상적인 이중성을 지닌다.

    셋째, 왜곡하기는 자유로운 드로잉 선에 의한 일그러진 얼굴 내부기관, 복잡하고 무의식적이며, 비의지적인 드로잉선, 비 물질적으로 유동화 된 디지털 신체, 유기적으로 흐르는 무의식적 곡선들의 조합, 우발적인 추상 형태의 유닛들의 기이한 조합, 비현실적인 은유에 의한 비결정적인 유동적 형상화로 나타나며, 이는 사실적 존재의 특별함을 부각시키고 사물의 사실에의 접근, 가상적 비 물질성과 판타지를 나타낸다.

    넷째, 분화하기는 여러 얼굴 각도의 투명한 중첩, 감각적인 선에 의한 의도적인 얼굴형상 나누기, 복수의 얼굴과 이질적인 종의 기묘한 결합, 얼굴기관 일부의 복수화와 방향과 위치이탈에 의한 중첩으로 나타나며, 이는 힘의 흔적을 통한 운동감, 인간 이미지의 파괴로 인한 탈영역성, 지각 불가능성, 모호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기괴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얼굴해체는 최근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과 다양한 드로잉 및 컬러링 도구에 의한 표현방법이 주요하게 사용됨으로써 베이컨만의 독특한 회화적 재료에 의한 돌발흔적과는 작품결과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이는 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표현재료나 기술적 문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시각적 표현방법에 있어 일러스트레이션은 회화를 모태로 하고 있음으로 해서 작가의 개성을 통해 표현된 작품들이 점차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있기 때문에 표현재료나 기술적 문제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다만 회화는 어떠한 규정 없이 자신의 욕구를 주관적으로 거침없이 전개하는 것과 달리 일러스트레이션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특수한 목적에 의해 객관적이면서도 제한적이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모태인 회화에서의 영향력을 받고 있으면서도 시대의 문화, 몸, 패션, 작가의 개성 등을 고려하고 반영한 상업적 목적에 의해 제한되어 제작됨으로 인해 그 결과물에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본 연구를 통해 나타난 결과는 베이컨의 회화에서 보여주는 해체된 얼굴과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나타나는 해체된 얼굴이 재현적인 얼굴을 넘어 시대나 사회적인 맥락을 드러내는 감각적 상징체계로서 예측 불가능한 얼굴이자, 지각 불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맥락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패션일러스트레이션에 나타난 해체된 얼굴에서 이중적 의미, 환상, 낯섦, 기괴함이라는 메시지 등의 은유적이고 추상적인 다양한 의미로의 해석은 베이컨이 표현하고자 했던 변화무쌍한 새로운 의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 점에서도 유사함을 엿볼 수 있었다. 결국 해체된 얼굴을 통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은 감상자로 하여금 모호한 얼굴을 통한 새로운 생성적 주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열린 사고를 가능하게 하여 서술적인 패션 일러스트레이션과는 차별화됨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제한점은 신체를 소재로 한 다양한 담론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이후를 기점으로 한 2000년대 이전 작품 수집에 대한 한계로 인해 얼굴해체에 대한 결과에서는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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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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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2. ]  Oedipus and the sphinx after ingres. Schmied(1996), p.58.
    Oedipus and the sphinx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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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3. ]  Study of three portraits.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70139241
    Study of three portraits.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70139241
  • [ Fig. 4. ]  Study for self portrait. Schmied(1996), p.53.
    Study for self portrait.
Schmied(1996), p.53.
  • [ Fig. 5. ]  Study of Henrietta Moraes laughing. Schmied(1996), p.33.
    Study of Henrietta Moraes
laughing. Schmied(1996), p.33.
  • [ Fig. 6. ]  Portrait of George Dyer and Lucian Freud. Davies & Yard(1986), p.49.
    Portrait of George Dyer and
Lucian Freud. Davies & Yard(1986),
p.49.
  • [ Fig. 7. ]  Portrait of George Dyer riding a bicycle. Schmied(1996), p.20.
    Portrait of George Dyer
riding a bicycle. Schmied(1996),
p.20.
  • [ Fig. 8. ]  Study of George Dyer in a mirror. Ficacci(2003), p.79.
    Study of George Dyer in a
mirror. Ficacci(2003), p.79.
  • [ Fig. 9. ]  Portrait of Michel Leiris. Schmied(1996), p.34.
    Portrait of Michel Leiris.
Schmied(1996), p.34.
  • [ Fig. 10. ]  Deconstructed visage's process and method of Francis Bacon's paintings.
    Deconstructed visage's process and method of Francis Bac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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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11. ]  Russ mills. Klanten(2010), p.178.
    Russ m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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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12. ]  Shiv. Borrelli(2004), p.145.
    Sh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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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13. ]  Kazuki takamatsu. Klanten(2010), p.145.
    Kazuki takamat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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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14. ]  Nice Design's Line lady. Valli(2006),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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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15. ]  Jules Julien. Klanten(2010), p.115.
    Jules Ju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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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16. ]  Richard May. Victionary(2007),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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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17. ]  Marloes Duyker. Klanten(2007),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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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18. ]  Sebastien Jarnot. Dawber(2005). p.117.
    Sebastien Jar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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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19. ]  Toshifumi Tanabu. Klanten, et al.(2004), p.125.
    Toshifumi Tana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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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20. ]  Takeshi Yonemochi. Delicatessen(2007), p.59.
    Takeshi Yonemochi.
Delicatessen(2007), p.59.
  • [ Fig. 21. ]  Susan Hippe. Dawber(2004), p.173.
    Susan Hip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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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22. ]  Zanpon. Delicatessen(2007), p.80.
    Zan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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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23. ]  Du Preez Warren & Thornton Jones Nick. Borrelli(2004), p.132.
    Du Preez Warren &
Thornton Jones Nick.
Borrelli(2004), p.132.
  • [ Fig. 24. ]  Du Preez Warren & Thornton Jones Nick. Borrelli(2004), p.130.
    Du Preez Warren
& Thornton Jones Nick.
Borrelli(2004), p.130.
  • [ Fig. 25. ]  Linn Olofsdotter. Valli(2006), p.148.
    Linn Olofsdotter.
Valli(2006), p.148.
  • [ Fig. 26. ]  Ingrid Baars. Klanten(2007), p.144.
    Ingrid Baars.
Klanten(2007), p.144.
  • [ Fig. 27. ]  Jeanti. Klanten(2009), p.239.
    Jeanti.
Klanten(2009), p.239.
  • [ Fig. 28. ]  Gabriel Moreno. Klanten(2010), p.102.
    Gabriel Moreno.
Klanten(2010), p.102.
  • [ Fig. 29. ]  Jules Julien. Klanten(2010), p.115.
    Jules Julien.
Klanten(2010), p.115.
  • [ Fig. 30. ]  Gildo Medina. Klanten(2010), p.98.
    Gildo Medina.
Klanten(2010), p.98.
  • [ Table 1. ]  Expressive categories of deconstructed visage in fashion illustration
    Expressive categories of deconstructed visage in fashion illu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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