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유명 스타들의 밀리터리 패션이 여러 매체를 통해 노출되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밀리터리 룩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밀리터리룩은 아미 룩(army look)이라고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아이템으로는 야상(野上)이라 불리는 밀리터리 재킷(military Jacket), 피 코트(pea coat), 트렌치 코트(trench coat), 점프 수트(jump suit), 윈드브레이커(windbreak), 보머 재킷(bomber jacket), 에비에이터 선글래스(aviator sunglass), 군화에서 착안한 워커힐(walker heel) 등이 있다. 색상은 카키(khaki)를 중심으로 브라운(brown), 블루(blue), 그레이(gray), 오렌지(orange), 핑크(pink) 등 다양하며 특히 카무플 라주 프린트(camouflage print)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밀리터리 룩은 여성스럽고 섹시하게 보인다(“Military jumper”, 2011; “Military look”, 2009; “Pea coat”, 2010; “Warker-Heel Boots”, 2011; “Winter Military Look”, 2010).
한편 지금까지 연구된 밀리터리 룩에 관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Lim and Chu(2004)는 밀리터리 룩이 힘과 지배를 상징한다고 했으며, Kan(1997)은 밀리터리 룩이 딱딱하고 건장하며 단정하고 반듯한 느낌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Kim and Cho(1997)는 밀리터리 룩이 여성들의 자유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다고 했으며, Kim(2006)은 밀리터리 룩에는 중성성, 관능성, 해체성이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선행 연구들은 2010년 이전의 밀리터리 룩을 그 대상으로 하여 여성패션에서 대부분 강한 남성성을 표출한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013년 5월 11일 네이버 뉴스(http://news.search.naver.com)에서 ‘밀리터리룩’을 검색한 결과 4433건의 기사가 검색되었는데, 그 중 80% 이상인 3553건이 2010년부터 현재까지의 기사였으며, 그 내용 또한 현대 여성들이 밀리터리 룩을 통해 여성스럽고 섹시한 이미지 등 을 표출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최근 여성컬렉션에 나타난 밀리터리 룩의 다양한 이미지를 분석함으로써 과거 남성의 군복이 여러 사회·문화적 변화를 거쳐 현대 여성의 패션으로 창조되고 있는 현상을 이해하고, 밀리터리룩을 창조한 디자이너들의 독특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패션디자인을 위한 기초자료로 제시할 수 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밀리터리 복식을 역사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그 조형적 특성과 미적 가치를 고찰하고, 최근 컬렉션에 나타난 밀리터리 패션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밀리터리룩의 이미지를 분석하는데 있다. 이를 위한 연구 방법은 문헌연구와 사례연구를 병행하고자 하는데, 문헌 연구는 복식미학과 복식사에 관한 저서, 논문을 주로 하고, 신문 및 패션 전문지 기사를 참고하며, 사례 연구는 패션사이트 트렌드포스트(http://www.trendpost.com)의 여성 컬렉션에서 ‘밀리터리(military)’, ‘아미(army)’, ‘카무플라주(camouflage)’의 용어가 언급된 사진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연구 범위는 먼저, 밀리터리 룩을 역사적으로 고찰함에 있어 그 시기는 여성들이 군복을 착용한 제 1· 2차 세계대전, 미국과 소련의 냉전과 전쟁에 반대한 젊은이들의 영향으로 밀리터리 스타일이 재등장하게 된 1960~70년대, 냉전의 종식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패션이 세계화되고 다양화된 시기인 1980~90년대로 구분하여 살펴본다. 다음으로, 최근 컬렉션은 201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즉, 10 S/S, 10/11 F/W, 11 S/S, 11/12 F/W, 12 S/S, 12/13 F/W의 여성 컬렉션으로 한다.
제 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남성들이 전쟁에 참전하게 되면서, 여성들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운전사, 철도 신호 기사, 경찰, 굴뚝 청소부 등과 같은 여러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에, 여성들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제복과 그 제복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밀리터리 수트를 착용하는 등 여성들의 의복에 큰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다(Jung, 1997). 당시 밀리터리 수트는 군복과 유사한 재킷과 종아리 길이의 스커트로
구성되었으며, 대부분 어둡고 침침한 색상이었다(Mendes & Haye, 1999/2003). Fig. 1은 전쟁에 동원된 여성 근로자들의 모습으로, 모두 테일러드 재킷과 발목 길이의 스커트로 구성된 제복을 착용하고 있다(Bond, 1981/2000). Fig. 2는 간호사의 모습으로, 군복과 유사한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Koh, 2008).
또한 여성들이 고도로 숙련된 일을 하는 군수품 공장, 교통과 화학 산업 같은 직종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여성들의 작업복에도 큰 발전이 있었다. 즉, 여성들이 남성용 반바지 형태의 브리치스(breeches) 혹은 니커보커즈(knickerbockers), 면바지, 보일러수트(boilersuit), 덩거리(dungarees)등과 같은 바지를 착용하게 된 것이다(Mendes & Haye, 1999/2003). Fig. 3은 군수품 공장 노동자의 모습으로, 여성들은 당시 혁신적이었던 보일러 수트를 입고 있다(Ewing & MacKrell, 2005).
이러한 여성들의 제복 착용은 많은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도 영향을 주어 군복의 영향을 받은 일상복들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허리가 약간 들어간 테일러드 재킷과 수트가 대표적이다. 잡지들은 이 의상을 “최고로 멋진 옷(the acme of smartness)”이라고 묘사했고, 유행을 타지 않음을 강조했다. 재킷은 품이 넓고 길이는 엉덩이까지 오며 허리 위에 폭이 넓은 벨트를 느슨하게 맸다. 장식 디테일로는 기능적인 군복을 연상시키는 크고 실용적인 패치 포켓(patch pocket), 파스망트리(passementerie), 브레이드(braid), 프로그(frog) 등이 사용되었다. 소재는 군복에 사용되는 모직물 대신 서지(serge)를 많이 사용하였다(Mendes & Haye, 1999/2003). Fig. 4는 패치포켓이 달려있고 벨트로 허리를 느슨하게 맨 재킷과 발목까지 오는 주름스커트로 구성된 일상복이다(Laver, 1969/1988).
제 1차 세계대전보다 규모가 훨씬 컸던 제 2차 세계대전에서는 더 많은 여성들이 제복을 입게 되었다. 미혼의 젊은 여성들은 육군, 해군, 공군, 농경 부대 중 어느 한 곳에 징집되거나 군수물자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했으며, 14세 이상의 자녀를 가진 기혼여성들 역시 의무적으로 전쟁과 관련된 일을 해야만 했다. 군복무를 하는 모든 계급의 여성들은 똑같은 기본 형태의 제복을 착용했는데, 군복은 군모, 셔츠, 타이, 스커트, 튜닉 재킷,
두꺼운 스타킹, 끈 매는 단화 등으로 구성되었고, 색상은 남성들의 군복과 동일했다(Bond, 1981/2000). 전 세계의 여군 중에서도 특히 미국 여군의 제복이 가장 매력적으로 평가되었는데, 상당수가 일류 패션 디자이너들에 의해 디자인 되었다(Mendes & Haye, 1999/2003). Fig. 5는 제복을 입고 행진하는 여성들의 모습으로, 착용하고 있는 모자, 셔츠, 재킷은 남성들의 제복과 거의 흡사하다(Bond, 1981/2000). Fig. 6은 1941년 런던 기습 당시 간호사와 공습 대피 지도원으로 근무하는 여성들의 모습으로, 간호사는 스커트 수트를 입고 있고, 공습대피 지도원은 패치 포켓과 에폴렛이 장식된 재킷과 바지로 구성된 제복을 착용하고 있다(Ewing & MacKrell, 2005).
한편 여성들의 일상복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디자인은 이전보다 훨씬 단순해졌으며, 스커트의 길이는 무릎 바로 아래까지 짧아졌고(Bond, 1981/2000), 견장, 커다란 포켓, 라펠 등의 디테일이 활용되었다(100 years of Modern Fashion Compilation Committee, 2002). Fig. 7은 자크 파스(Jacques Fath)가 디자인한 밀리터리 수트를 입은 여성의 모습으로, 이 수트는 넓고 각진 어깨, 벨트로 강조한 허리, 무릎 아래 길이의 짧아진 스커트 등이 특징이다. Fig. 8은 1946년 로피셜(L'Officiel)에 실린 화보로, 밀리터리 수트와 어깨가 강조된 코트를 착용한 여성의 모습이다(Buxbaum, 1999).
1960년대에 들어 미국과 소련 간의 관계는 쿠바(Cuba) 위기 등으로 냉전이 심화되었고, 그 냉전이 길어짐에 따라 밀리터리 스타일이 다시 등장하게 되였다(Jung, 1997). 또한 여성해방운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 여성들은 전통적인 남녀역할을 무너뜨리는 수단으로 밀리터리 의복을 입었다(Buxbaum, 1999). 1963년 앙드레 쿠레주(Andre Courreges)와 1966년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은 단순한 라인의 복식에 견장과 금단추, 브레이드(braid) 장식 등을 사용하여 밀리터리룩을 더욱 발전시켰다. Fig. 9는 1970년에 루디 게른라이히(Rudi Gernreich)가 디자인한 밀리터리 스타일로, 에폴렛과 플랩 포켓으로 장식된
코트와 유틸리티 팬츠(utility pants) 이다(Seeling, 1999/2000). Fig. 10은 1971년 알파 카스탈디(Alfa Castaldi)가 촬영한 이탈리아 보그의 화보로서, 엠마뉴엘 칸(Emmanuelle Khanh)의 디자인이다. 모든 아이템들의 색상이 카키로 이루어졌으며, 밀리터리 코트와 베레모는 실제 군복처럼 보인다.
한편 첨예한 이념대립과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 등의 시대적 상황은 젊은 세대로부터 반항의식을 불러일으켜 히피(Hippie), 펑크(Punk)와 같은 반(反) 사회적인 집단을 만들어냈으며, 그들은 저항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밀리터리 스타일을 적극 활용하였다(Buxbaum, 1999; Jung, 1997). 1960년대 등장한 히피들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강한 저항의 표시로 군복과 같은 의상을 착용하였는데, 그들은 카키색의 미국 군용 캡, 군복 셔츠와 화려한 액세서리를 매치시켰다. 또한 꼭 끼는 카키 진, 쇼츠, 전투복 바지 등은 운동화나 가죽부츠와 함께 착용되었다(Bond, 1981/2000).
1970년대 중반 등장한 펑크는 무정부주의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스타일로 고의적인 충격을 의도했다. 옷은 집에서 만들거나 중고품 가게와 잉여 군수품 판매점에서 옷을 구입하여 찢는 등 단정치 못하게 겹쳐 입었다. 남녀 모두 타이트한 검은색 바지와 모헤어 스웨터, 그리고 페인트로 칠하거나 체인과 쇠징으로 장식한 독특한 가죽 재킷을 입었고, 닥터 마틴(Doctor Marten)과 부츠를 신는 등 의도적으로 위협적인 옷차림을 했다. 재킷과 티셔츠에는 나치의 상징 등 외설적이거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문구나 이미지를 넣었다(Mendes & Haye, 1999/2003). Fig. 11은 1969년 영국의 노바 매거진(Nova Magazine)에 실린 사진으로,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아미 패션(Army Fashion)을 주제로 한 스트리트 스타일이다(Buxbaum, 1999/2009). 수트는 플랩있는 패치포켓이 달린 밀리터리 재킷과 카고 팬츠(cargo pants)로, 재킷에는 계급을 연상시키는 빨간 별장식을 달았으며, 붉은 장식이 부착된 밀리터리 캡과 총알 모양의 팬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액세서리로 착용하고 있다. Fig. 12는 1979년 뉴욕 무드클럽(Mudd Club)에 온 펑크들의 모습인데, 오른쪽 펑크는 밀리터리 스타일을 착용하고 있다(Lurie, 1983/1986).
군복 본래의 용도에 부적합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군복을 연상시키는 카키색상의 낡고 더러운 셔츠를 겹쳐 입고 낡아 헤진 카고 팬츠와 카키색상의 베레모를 착용하고 있다.
1980년대는 낙관과 번영의 시기로, 물질 만능주의 풍조와 과시적 소비가 만연하였는데, 이러한 사회적 상황은 이상적인 여성상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자아주체성이 확실하고 능력있는 여성들이 매력적으로 평가되었으며, 여성들도 사회적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성들과 경쟁적으로 일을 해야만 했다. 직장 여성들은 대부분 전형적인 남성성의 기표인 넓고 딱딱한 어깨, 어두운 색상, 무늬가 없거나 줄무늬, 실크와 울 소재로 만들어진 파워수트(powersuit)를 착용했는데, Kim(2011)은 이러한 파워수트에서 권위성, 관능성, 사치성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파워수트는 밀리터리룩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Fig. 13은 1981년 12월 이태리 보그(Italy Vogue)에 실린 화보로서, 한스 퓨러(Hans Feurer)가 촬영하였다(Sozzani, 2011). 수트는 군복과 흡사한 디자인으로 카키색 울을 사용하였는데, 패드가 들어간 넓은 어깨와, 훈장 장식들은 딱딱하고 남성적인 느낌을 준다. Fig. 14는 1989년 9월 이태리 보그의 화보로서, 장 폴고티에의 컬렉션이다. 양쪽에 배치된 이미지는 가운데 여성복들이 군복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한다(Sozzani, 2011). 가운데 여성은 각진 어깨의 빨간색 테일러드 재킷, 플리츠 스커트와
테이퍼드 팬츠(tapered pants)가 레이어드된 하의를 입고 있으며, 오른쪽 여성은 카키색의 테일러드 재킷, 집업(zipup) 스웨터, 버뮤다 쇼츠(bermuda shorts)를 착용하고 있으며, 왼쪽 여성은 카키색의 테일러드 재킷, 집업 스웨터, 플리츠 스커트, 테이퍼드 팬츠가 레이어드된 의복과 밀리터리 캡(military cap)을 착용함으로써 밀리터리룩을 완성하고 있다.
1990년대가 시작되면서 동유럽의 공산국가들이 붕괴되고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국가들이 민주주의, 자유 시장 경제 등을 표방하였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요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아 고전적인 가치체계 대신 다양성과 가변성을 수용하는 가치체계가 확산되었다. 자유 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전 세계적인 분위기는 과거 패션과 거리가 멀었던 국가들을 상대로 하는 의류상품 판매망의 확대로 이어졌고, 정보매체의 발달로 국가 상호간의 정보가 신속하게 전달되어 패션의 세계화가 진행되었다. 이로써 패션은 지배적인 스타일이 일정기간 사회전체에 영향을 주었던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게 되었다. 패션의 출처는 다변화되었으며 패션 변화의 특성은 더욱 복잡해졌다(Crane, 2000/2004; Shin, 2002).
이 시기의 밀리터리 룩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 등이 결합하여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새로이 등장한 그런지 룩(Grunge look)에서는 중고 의류를 입거나 여러 겹을 겹쳐 입었으며, 남녀 모두 투박한 군화를 착용했다. 그리고 제복과 스포츠웨어를 혼합한 디자인이 나타나기도 하였고, 기존의 밀리터리 스타일이 가진 남성적인 스타일에 로맨틱한 스타일과 같은 상반된 요소가 결합하여 등장하기도 하였다(Kim, 2006; Mendes & Haye, 1999/2003). 또한, 여러 나라의 민속적인 요소와 결합하여 모던하고 세련된 밀리터리 스타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리파트 오즈벡(Rifat Ozbek)은 오스만 제국, 아프가니스탄, 세네갈, 티벳, 러시아 등과 같은 여러 나라의 민속적인 요소와 미국 연합군 군복을 결합시킨 밀리터리룩을 발표하였다. Fig. 15는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가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의 1999년 S/S 컬렉션에서 발표한 밀리터리룩으로, 중국의 인민군 제복과 민속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Fig. 16은 1994년 F/W 오뜨꾸띄르 컬렉션에서 등장한 드레스로,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는 풍성한 실루엣, 쉬폰과 새틴 같은 고급소재에 군복을 상징하는 카무플라주 패턴을 결합하여 밀리터리룩을 실험하고 있다(Newark & Miller, 2007).
앞 장에서 밀리터리 룩을 사적으로 고찰한 결과, 밀리터리룩에는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과시하는 권위성, 노동에 적합한 기능성, 반항의식을 드러내는 저항성,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표출하는 양성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특성들이 나타난 밀리터리 룩의 조형성과 미적가치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군복을 포함한 제복은 숨은 권력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제복은 그 자체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엄과 권위를 느끼게 한다(Suzihara, 2007). 앞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제복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으며, 제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여성들이 남성들의 사회적 역할을 대체하면서 제복과 제복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밀리터리 수트를 착용하게 되었다. 즉, 여성들은 과거 남성들의 전유물이자 공권력의 상징인 제복과 밀리터리 수트를 착용함으로써 남성의 역할을 대신하여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Fig. 4, 7, 8은 전쟁 당시 여성들이 밀리터리 수트를 착용한 모습으로, 플랩포켓과 넓고 각진 어깨가 강조된 밀리터리 수트와 코트 등은 당시 여성들의 제복, 군복과 매우 유사해 실제 제복과 군복에서 느낄 수 있는 힘과 권력를 표출한다.
그리고 Fig. 9와 10에서의 여성들은 마치 실제 군복을 착용한 것처럼 보임으로써 권력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루디 게른라이히의 에폴렛과 플랩포켓으로 장식된 코트, 엠마뉴엘 칸의 큰 칼라와 라펠이 특징인 카키 색상의 코트와 계급을 암시하는 별장식 등은 실제 군복과 매우 흡사해 군복이 가진 힘과 권력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Fig. 13은 80년대 여성 여피의 모습으로, 밍크코트와 함께 착용한 밀리터리 수트를 통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의 지위와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수트는 당시 유행한 스타일로서, 패드가 들어간 넓고 각진 어깨, 가슴에 달린 훈장 장식, 카키색으로 강조되어 있다.
군복은 매우 기능적인 복식이므로, 군복에서 유래된 복식들 또한 기능성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그 예로 사파리 수트나 트렌치 코트, 스포츠웨어 등을 들 수 있다(Kwak, 2000). 지금은 클래식이 되어 매년 컬렉션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트렌치 코트는 제 1차 세계대전 중 참호 속에서 추위를 견뎌야 하는 군인들을 위해 토마스 버버리가 개발한 실용적이고 비바람에 잘 견디는 외투이다(Schmid & Lochek, 1999/2001).
이러한 밀리터리 복식을 처음 여성들이 착용하게 된 계기는 전쟁으로 인한 여성들의 사회진출로, 의복에 기능성과 편리성 등이 요구되어진 것은 당연하다. 당시 여성복을 살펴보면, 노동에 적합하도록 기능적인 형태로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는데, 디자인 요소들은 단순해지고 스커트는 짧아졌으며, 공습의 영향을 받는 지역의 여성들은 바지와 사이렌 수트를 입기도 했다. 심지어 작업복이 곧 일상복처럼 착용되기도 하였다(Bond, 1981/2000).
Fig. 4, 7, 8에서 여성들이 착용하고 있는 밀리터리 수트는 당시 여성들의 제복, 군복과 매우 유사한 디자인으로, 몸의 움직임을 충분히 고려한 품이 넉넉한 재킷과 다리를 드러낸 스커트, 패치포켓과 허리벨트 등에서 기능적인 의복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Fig. 10에서의 밀리터리룩은 모두 카키 색상을 사용함으로써 실제 군복처럼 보이도록 시도하고 있는데, 스웨터와 반바지 같은 스포츠웨어 아이템에 적용함으로써 활동성과 기능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Fig. 14의 밀리터리룩에서는 단순한 형태의 재킷과 테이퍼드 팬츠(tapered pants), 집업(zip-up)스웨터, 버뮤다 쇼츠(bermuda shorts) 등을 통해 활동성과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위문화는 지배문화 혹은 기성문화의 일반적인 규범과 기준에 저항하기 위해 생겨난 하위집단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이러한 하위 집단은 자신들만의 특징적인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윌리스(Willis)와 카터(Carter)는 하위문화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외모나 의복을 통해 가능하다고 하였다(Kim, 2008). 한 예로 60~70년대 등장한 히피나 펑크와 같은 하위 문화집단은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밀리터리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차용하였다.
히피들은 풍자적 의미의 반전 유니폼으로 질서와 규율을 상징하던 군복을 선택하였는데, 기존 밀리터리 스타일의 엄격한 이미지 대신 헐렁한 군복셔츠와 바지, 낡은 군화, 체 게바라를 떠올리게 하는 베레모 등을 착용하고, 밀리터리 재킷에 독재와 군국주의에 저항하는 표시로 평화의 상징을 그려 넣었다(Buxbaum, 1999/2009). Fig. 11은 1969년 당시 이슈가 되었던 아미 패션을 주제로 한 스트리트 스타일로, 구겨진 밀리터리 수트에 붉은 장식이 부착된 밀리터리 캡과 총알 모양의 팬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함께 착용한 이 여성은 단정치 못한 옷차림에 공격적인 포즈를 취함으로써 저항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펑크들 또한 군복을 조롱하고 유희적 용도로 활용했는데, 주머니가 많이 달린 밀리터리 옷, 염색되고 찢어진 군복바지, 군화와 닥터마틴 작업화, 카무플라주 의류, 탄약대, 짙은 녹색의 긴 가죽 게슈타포(Gestapo) 코트 등 온갖 종류의 밀리터리 옷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밀리터리 스타일은 위협적인 룩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거리를 두었다(Buxbaum, 1999/2009). Fig. 12는 1979년의 펑크스타일인데, 오른쪽의 펑크는 군복을 연상시키는 카키색상의 낡고 더러운 셔츠 둘을 겹쳐 입고 낡아 헤진 카고 팬츠와 카키색상의 베레모를 착용함으로써 밀리터리 스타일을 완성하였다. 그는 낡고 더러운 밀리터리 스타일의 옷차림으로 클럽에 가는 것으로써 군복의 권위적이고 엄격한 이미지를 조롱하고 반항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산드라 벰(Sandra Bem)은 일찍이 남성이나 여성은 모두 남성적 특질과 동시에 여성적 특질을 함께 지닐 수 있다는 양성의 개념을 주장하였다. 복식에서의 양성성은 20세기에 들어서 뚜렷이 나타났는데, 이러한 현상은 여성이 남성 복식을 수용함으로써 좀 더 남성적 특질을 강하게 보여 전통적인 여성의 이미지에 도전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인식되어 왔다(Kim, 2008).
두 차례에 걸친 전쟁의 영향으로 남성의 사회적 역할을 대신하고자 사회로 진출한 여성들은 밀리터리 수트를 착용하게 되면서 남성의 성역할 이미지를 부여받게 되었다. Fig. 4, 7, 8에서 여성들이 착용하고 있는 밀리터리 수트는 플랩포켓과 넓고 각진 어깨가 강조된 재킷에서 남성성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으며, 동시에 발목과 다리를 드러낸 스커트와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벨트 등에서 여성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60~70년대 여성들은 남녀평등의 일환으로 남성복을 적극적으로 차용하였는데, Fig. 9와 10은 당시 여성들의 밀리터리룩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루디게른라이히의 에폴렛과 플랩포켓으로 장식된 코트에 어깨에 총을 걸친 대담한 포즈, 엠마뉴엘 칸의 큰 칼라와 라펠이 특징인 카키 색상의 코트와 계급을 암시하는 별장식 등에서 활동성과 남성성을 느낄 수 있다. 반면, 몸에 딱 붙어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는 셔츠와 스웨터, 다리를 드러낸 반바지, 잘록한 허리를 부각시키는 벨트 등에서는 관능적인 여성미를 느낄 수 있다.
Fig. 13은 밀리터리 수트에 밍크 코트을 매치한 80년대 여성의 모습으로, 양성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당시 유행한 패드가 들어간 넓고 각진 어깨, 가슴에 달린 훈장 장식, 카키색으로 강조된 밀리터리 수트를 통한 엄격한 남성적 이미지와 밍크코트에서 나오는 우아한 여성적 이미지를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Fig. 14에서 장 폴 고티에의 밀리터리룩은 각진 어깨의 테일러드 재킷과 테이퍼드 팬츠, 밀리터리 캡을 통해 남성성을, 스웨터, 플리츠 스커트와 버뮤다 쇼츠를 통해 여성성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특히, 가운데 여성과 왼쪽 여성은 각진 어깨의 테일러드 재킷에 테이퍼드 팬츠와 플리츠 스커트를 겹쳐입어 양성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Fig. 15는 존 갈리아노의 밀리터리룩으로, 중국의 인민군 제복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붉은색의 라인이 들어간 카키색 팬츠와 군용 모자 등을 통해 강한 남성성을 표출하고 있으며, 동시에 치파오를 연상시키는 실크새틴 소재의 상의는 가슴과 허리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슬릿 장식은 몸을 노출시켜 관능적인 여성성을 강조하고 있다.
본 장에서는 패션사이트 트렌드포스트(http://www.trendpost.com)의 201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즉, 10 S/S, 10/11 F/W, 11 S/S, 11/12 F/W, 12 S/S, 12/13 F/W의 여성 컬렉션 중 ‘밀리터리’, ‘아미’, ‘카무플라주’의 용어가 언급된 사진을 추출하였다. 그리고 이들 중 군복과 유사한 밀리터리 룩을 클래식 이미지, 낭만적인 밀리터리 룩을 로맨틱 이미지, 선정적인 밀리터리 룩을 섹슈얼 이미지, 경쾌하고 역동적인 밀리터리 룩을 스포티 이미지, 파격적인 밀리터리 룩을 아방가르드 이미지, 이국적이며 신비스런 밀리터리 룩을 에스닉 이미지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각 이미지에서 나타난 밀리터리 룩의 조형적 특성을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를 표 Table 1로 정리하였다.
복식에 있어서 클래식은 유행에 얽매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스타일로 약간의 세부적인 변화는 있으나 그 스타일의 기본형은 그대로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클래식 이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밀리터리 룩으로는 Fig. 17과 18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먼저, 막스 마라(Max Mara)는 10/11 F/W 컬렉션에서 스커트 수트를 발표하였는데, 이 수트는 포 버튼의 싱글 재킷과 무릎 길이의 스트레이트 스커트로, 회색의 울 소재가 사용되었다. 재킷은 어깨 폭이 넓고 각이 졌을 뿐만 아니라 견장과 커다란 플랩 포켓이 달려있다. 여기에 허리 벨트와 긴 부츠를 매치함으로써 군복과의 유사성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밀리터리 룩은 권위적인 느낌을 준다.
다음으로,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은 10/11 F/W 컬렉션에서 긴 베스트와 팬츠로 구성된 밀리터리 룩을 선보였다. 베스트는 트렌치 코트를 변형한 것으로, 트렌치 코트에서 소매만 제거되었을 뿐 더블 브레스트에 큰 칼라, 견장, 허리 벨트 등의 디테일과 카키색의 면 개버딘이 그대로 사용되어 트렌치 코트의 형식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어두운 톤의 네이비 블루 팬츠를 매치함으로써 엄격하면서도 절제된 미를 표출하고 있다.
이 외에도 클래식 이미지의 밀리터리 룩은 모스키노(Moschino) 11/12 F/W,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10/11 F/W, 필로소피(Philosophy) 10/11 F/W 컬렉션에서도 나타났다.
이와 같이 최근 컬렉션을 살펴본 결과, 밀리터리 룩에 있어서 클래식 이미지는 어깨가 넓고 각이 진 재킷 혹은 코트에 팬츠 혹은 스커트로 이루어진 디자인에서 주로 나타났다. 디테일 장식은 주로 견장, 플랩 포켓, 금속 단추, 훈장, 계급을 암시하는 다이아몬드와 별 모양 장식 등이 있으며, 색상은 카키색, 푸른색, 갈색, 회색, 검정색 등 어두운 색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카무플라주 패턴이 많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밀리터리 룩에서는 군복에서와 같이 엄격하고 권위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복식에 있어서 로맨틱은 레이스, 프릴, 리본 등으로 장식한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말하는 것으로
Fig. 19와 20은 이러한 로맨틱 이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밀리터리 룩이다. 먼저, 안토니오 마라스(Antonio Marras)는 12 S/S 컬렉션에서 밀리터리 룩의 원피스 드레스를 발표하였는데, 이 드레스는 어깨 폭이 넓고 각이 졌을 뿐만 아니라 견장과 커다란 스톰 플랩(storm flap)이 달려있어 트렌치 코트와 형태에 있어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이보리색상의 울과 쉬폰이 사용되었는데, 밝고 부드러운 느낌의 색상과 가볍고 섬세한 소재를 통해 우아함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으로, 모스키노(Moschino)는 12/13 F/W 컬렉션에서 밀리터리 룩의 케이프(cape)를 선보였는데, 이 케이프는 더블 브레스트에 견장, 금속 단추 등의 디테일에서 밀리터리 코트와 닮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핑크 색상의 새틴 소재가 사용되었으며,
리본 헤어장식과 화려한 이어링을 매치함으로써 환상적인 여성미를 표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로맨틱 이미지의 밀리터리 룩은 러피안(Ruffian) 10 S/S, 로코바로코(Roccobarocco) 10/11 F/W, 폴앤조(Paul & Joe) 10 S/S 컬렉션에서도 나타났다.
이와 같이 최근 컬렉션을 살펴본 결과, 밀리터리 룩에 있어서 로맨틱 이미지는 기존의 밀리터리 아이템에 여성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결합한 디자인에서 많이 나타났다. 견장, 금속 단추 장식 등과 같은 디테일 장식이 있으며, 색상은 파스텔 색상과 원색을 중심으로 한 화려한 색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소재는 울, 실크, 쉬폰, 레이스 등이 대부분 이었다. 이러한 밀리터리 룩에서는 과거의 군복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우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섹시 룩(sexy look)은 성적 매력을 강조한 스타일로
이러한 섹슈얼 이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밀리터리 룩으로는 Fig. 21과 22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먼저, 장 폴 고티에가 10 S/S 컬렉션에서 발표한 디자인을 살펴보면, 속옷을 연상시키는 상의와 밀리터리 팬츠로 구성되어 있다. 상의는 검정색의 몸에 밀착되는 소재를 사용하여 가슴과 배의 일부만을 가리고 나머지 상반신은 전부 드러냈으며, 하의로는 카키색의 면개버딘을 사용한 헐렁한 형태의 밀리터리 팬츠를 골반에 착용시킴으로써 섹시한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다음은 블루마린(Blumarine)이 10 S/S 컬렉션에서 발표한 카무플라주 패턴의 원피스 드레스이다. 이 드레스는 길이가 매우 짧아 허벅지와 다리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가는 어깨끈으로 어깨와 팔을 노출시켰으며 몸에 딱 붙는 실루엣으로 여성의 몸을 강조하여 성적 매력을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 형광색의 화려한
카무플라주 패턴을 사용하고, 화려한 네크리스, 뱅글, 스트랩 샌들 등을 매치시켰다.
이 외에도 섹슈얼 이미지의 밀리터리 룩은 루이비통(Louis Vuitton) 11/12 F/W, 발망(Balmain) 10 S/S, 펠더 펠더(Felder Felder) 10/11 F/W 컬렉션에서도 나타났다.
이와 같이 최근 컬렉션을 살펴본 결과, 밀리터리 룩에 있어서 섹슈얼 이미지는 여성의 성적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어깨, 가슴, 허리, 허벅지, 다리 등을 드러내거나 부각시키는 디자인에서 주로 나타났다. 여기에 색상은 원색과 형광색을 중심으로 한 화려한 색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카무플라주 패턴이 많이 사용 되었다. 이러한 밀리터리 룩에서는 과거의 군복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선정적이고 유혹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복식에 있어서 스포티는 활동적인 스타일로 운동적인, 경기적인, 스포츠를 좋아하는, 빠르고 날렵한 것을 의미한다(
최근 스포티즘 트랜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밀리터리룩과 스포츠웨어를 결합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Fig. 23과 24는 스포티 이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밀리터리룩이다. 먼저,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이 10 S/S 컬렉션에서 발표한 밀리터리룩은 풍성한 실루엣의 재킷과 미니 스커트로 구성되어 있다. 재킷은 전체적으로 품이 넉넉하고 길이는 골반까지 내려오는데, 어깨 폭이 넓고 각이 졌을 뿐만 아니라 견장과 커다란 플랩 포켓과 같은 디테일과 카키 브라운색의 면개버딘이 그대로 사용되어 밀리터리 재킷의 형식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소매는 운동복에 주로 사용되는 멜란지 그레이(melange gray)의 코튼 플리스(cotton fleece)소재가 사용되었으며, 소매 단 역시 운동복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여기에 스커트는 붉은 색상 스트라이프 패턴이 있는 코튼 저지(cotton jersey)를
사용하고, 그레이 컬러의 니하이 삭스(knee-high socks)를 매치함으로써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밀리터리 룩을 완성하였다.
다음으로, 블루마린(Blumarine)은 10 S/S 컬렉션에서 네온옐로 컬러의 크롭트 재킷과 형광색의 화려한 카무플라주 패턴의 크롭트 팬츠로 구성된 밀리터리 룩을 선보였다. 재킷에서 볼 수 있는 더블 브레스트에 칼라, 견장, 커다란 플랩 포켓, 금속 단추 등의 디테일과 팬츠에서의 카무플라주 패턴은 상당 부분 과거의 밀리터리 아이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재킷과 팬츠의 짧은 길이와 핏, 컬러, 착장방식 등에서 변화를 주고, 피브이씨 소재의 백을 매치함으로써 스포티한 이미지의 밀리터리 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스포티 이미지의 밀리터리 룩은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11/12 F/W,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Marc By Marc Jacobs) 10/11 F/W,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 10/11 F/W 컬렉션에서도 나타났다.
이와 같이 최근 컬렉션을 살펴본 결과, 밀리터리 룩에 있어서 스포티 이미지는 기존의 밀리터리 아이템에 스포츠웨어의 디자인 요소들이 결합한 디자인에서 주로 나타났다. 디테일 장식은 주로 견장, 금속 단추 장식 등이 있으며, 여기에 색상은 주로 스포츠웨어에 사용되는 내추럴 컬러, 그레이, 원색과 형광색 등 다양하며, 카무플라주 패턴이 많이 사용되었다. 소재는면, 코튼 저지, 코튼 플리스, 극세사나 텐셀(Tencel) 같은 신소재 등이 많이 나타났다. 이러한 밀리터리 룩에서는 과거의 군복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쾌함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4.5. 아방가르드 이미지(Avant-garde image)
복식에 있어서 아방가르드는 전위적인 스타일로 때때로 선정적이거나 충격적인 것을 의미한다(Fashion Dictionary, 1999). 이러한 정의에 근거하여 밀리터리 룩에 있어서 아방가르드 이미지는 군복의 형식을 변형하거나 해체하는 등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다소 파격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Fig. 25와 26은 이러한 아방가르드 이미지를 나타내는 밀리터리
룩이다. 먼저, 준야 와타나베가 10/11 F/W 컬렉션에서 발표한 디자인을 살펴보면, 카키색 터틀넥 스웨터에 아우터와 와이드 팬츠로 구성되어 있다. 아우터는 어깨 폭이 넓고 각이 졌을 뿐만 아니라 견장이 달려있으며, 앞·뒤 길이가 다르고 가슴 윗부분은 케이프와 같이 몸판과 소매 부위가 연결되고 아랫부분은 풍성한 실루엣의 베스트처럼 보이는 형태가 모호하다. 팬츠는 기계 주름이 있는 통이 매우 넓으며 발목까지 오는 긴 길이로 마치 볼륨있는 스커트처럼 보인다. 여기에 카무플라주 프린트와 검정색의 광택나는 새틴 소재를 대담하게 매치함으로써 실험적인 디자인임을 더욱 강조하는데, 이러한 밀리터리 룩은 전위적인 느낌을 준다.
다음으로, 장 폴 고티에는 10 S/S 컬렉션에서 검정 가죽 소재의 코르셋처럼 보이는 상의와 형태가 모호한 아우터와 미니스커트로 구성된 밀리터리 룩을 선보였다. 아우터는 좌·우 형태가 전혀 다른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마치 밀리터리 코트가 일부 해체되고 탑과 다시 결합하여 새로운 패션아이템으로 재구성한 것처럼 보이는 모호한 형태로 카키색의 면 개버딘을 사용하였다. 여기에 검정색의 광택나는 가죽 소재의 코르셋처럼 보이는 상의와 미니스커트, 밀리터리 캡과 화려한 뱅글, 레이스업 부츠를 과감하게 매치함으로써 파격적인 디자인임을 더욱 강조하는데, 이러한 밀리터리 룩은 전위적이면서도 선정적인 느낌을 준다.
이 외에도 아방가르드 이미지의 밀리터리 룩은 루이비통(Louis Vuitton) 08/09 F/W, 웨인(Wayne) 11/12 F/W, 펜디(Fendi) 11/12 F/W 컬렉션에서도 나타났다.
이와 같이 최근 컬렉션을 살펴본 결과, 밀리터리 룩에 있어서 아방가르드 이미지는 재킷의 어깨 부위는 두툼한 패드를 넓게 대거나 혹은 패드를 아예 대지 않아 축 처지게 하고, 재킷의 길이, 소매의 형태와 길이, 부분적인 디테일을 변형시킨 아이템에서 주로 나타났다. 여기에 색상은 밀리터리 룩에 주로 사용하는 카키, 회색, 검정색과 같은 어두운 색상, 카무플라주 패턴, 특수 소재 등을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밀리터리 룩과는 전혀 다른 전위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복식에 있어서 에스닉은 민속복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것으로
이러한 에스닉 이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밀리터리룩은 Fig. 27과 28이다. 먼저, 드리스 반 노튼은 12/13 F/W 컬렉션에서 밀리터리 룩의 코트와 팬츠를 발표하였는데, 이 코트는 어깨 폭이 넓고 각이 졌을 뿐만 아니라 카키색을 사용하여 밀리터리 코트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몸판과 소매의 일부에 금색, 오렌지, 푸른색, 검은색 등 화려한 색상의 문양이 있는 실크를 사용하여 동양적인 신비감을 주고 있다.
다음으로, 장 폴 고티에는 10/11 F/W 컬렉션에서 밀리터리 코트와 롱 스커트를 선보였는데, 코트는 어깨 폭이 넓고 각이 졌을 뿐만 아니라 더블 브레스트에 견장, 금속 단추 등의 디테일을 사용하여 전형적인 밀리터리 룩을 표현하면서도 옆과 뒷 부분을 무릎길이까지 길게 늘어뜨려 독특한 실루엣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노랑, 오렌지, 빨강, 회색, 검은색 등 화려한 색상의 커다란 꽃문양이 있는 롱스커트를 매치하고, 몽골족의 모자를 연상시키는 액세서리를 더하여 에스닉한 밀리터리 룩을 완성하였다.
이 외에도 에스닉 이미지의 밀리터리 룩은 구찌(Gucci) 08/09 F/W, 샬롯 론슨(Charlotte Ronson) 10/11 F/W, 에트로(Etro) 10/11 F/W 컬렉션에서도 나타났다.
이와 같이 최근 컬렉션을 살펴본 결과, 밀리터리 룩에 있어서 에스닉 이미지는 기존의 밀리터리 아이템에 민속의상이 가지는 독특한 색상과 문양 등을 부분적으로 사용한 것과 밀리터리 아이템과 에스닉 아이템을 결합한 구성에서 주로 나타났다. 장식은 견장, 금속 단추 장식 등과 함께 수공예적인 디테일이 많았으며, 색상은 카키색, 푸른색, 갈색, 회색, 검정색 등 어두운 색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여기에 민속의상이 가지는 독특한 색상과 문양 등을 부분적으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밀리터리룩에서는 과거의 군복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국적이면서도 신비스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Table 1.] The result of analysis for images of military look
The result of analysis for images of military look
본 연구에서는 밀리터리 복식의 조형적 특성과 미적 가치를 고찰하고, 최근 컬렉션에 나타난 밀리터리룩의 이미지를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세기 밀리터리 복식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드러내는 권위성, 노동과 활동에 적합한 기능성, 지배계층과 사회에 대한 반발심을 표현하는 저항성,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표출하는 양성성이 나타났다. 권위성은 넓고 각진 어깨와 견장, 플랩포켓, 금단추, 훈장과 계급을 암시하는 장식이 있는 수트와 코트 등에서 주로 나타났고, 기능성은 몸의 움직임을 충분히 고려한 단순한 형태의 재킷과 스커트 혹은 팬츠 수트 등에서 나타났다. 저항성은 구겨진 밀리터리 수트, 카키색상의 낡고 더러운 셔츠, 염색되고 찢어진 군복바지, 단정치 못한 옷차림 등 규범적이고 지배적인 밀리터리 스타일의 변형을 통해 나타났으며, 양성성은 넓고 각진 어깨가 강조된 재킷과 발목과 다리를 드러낸 스커트에 벨트로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수트, 몸에 딱 붙어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는 셔츠와 스웨터, 다리를 드러낸 반바지에 벨트로 허리를 강조한 수트, 팬츠 수트에 스커트를 겹쳐 입거나 밀리터리 수트에 밍크 코트를 함께 착용한 데서 나타났다.
둘째, 최근의 컬렉션에서 밀리터리 룩은 클래식, 로맨틱, 섹슈얼, 스포티, 아방가르드, 에스닉 이미지로 나타났다. 클래식 이미지는 막스 마라, 드리스 반 노튼 등을 통해 나타났는데, 이들은 어깨가 넓고 각이 진 재킷과 코트에 팬츠 혹은 스커트를 디자인하였는데, 여기에는 견장, 플랩 포켓, 금속 단추, 훈장, 계급을 암시하는 디테일 장식, 카키색, 푸른색, 갈색, 회색, 검정색 등 어두운 색상과 카무플라주 패턴을 사용하여 엄격하고 권위적인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로맨틱 이미지는 안토니오 마라스, 모스키노 등을 통해 나타났는데, 이들은 견장, 금속 단추 장식 등이 있는 아이템에 파스텔 색상과 원색을 중심으로 한 화려한 색상의 울, 실크, 쉬폰, 레이스 등을 사용하여 우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섹슈얼 이미지는 장 폴 고티에, 블루마린 등을 통해 나타났는데, 이들은 어깨, 가슴, 허리, 허벅지, 다리 등을 드러내거나 부각시키는 디자인에 원색과 형광색을 중심으로 한 화려한 색상과 카무플라주 패턴을 사용하여 선정적이고 유혹적인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스포티 이미지는 알렉산더 왕, 블루마린 등을 통해 나타났는데, 이들은 견장, 금속 단추 장식 등이 있는 밀리터리 아이템에 내추럴 컬러, 그레이, 원색과 형광색과 카무플라주 패턴이 있는 면, 코튼 저지, 코튼 플리스, 극세사나 텐셀 같은 신소재를 사용하여 경쾌함과 생동감을 표현하였다. 아방가르드 이미지는 준야 와타나베, 장 폴고티에 등을 통해 나타났는데, 이들은 재킷의 어깨 부위는 두툼한 패드를 넓게 대거나 혹은 패드를 아예 대지 않아 축 처지게 하고, 재킷의 길이, 소매의 형태와 길이, 부분적인 디테일을 변형시킨 아이템에 카키, 회색, 검정색과 같은 어두운 색상, 카무플라주 패턴, 특수 소재 등을 사용하여 전위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에스닉 이미지는 드리스 반 노튼, 장폴 고티에 등을 통해 나타났는데, 이들은 밀리터리 아이템에 민속의상이 가지는 독특한 색상과 문양, 수공예적인 디테일 등을 부분적으로 사용하거나 밀리터리 아이템과 에스닉 아이템을 결합함으로써 이국적이면서도 신비스런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셋째, 최근의 컬렉션을 면밀히 살펴본 바, 밀리터리 룩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변화, 포스트모더니즘, 신소재 및 재봉 관련 신기술과 같은 여러 사회·문화적 요인과 디자이너의 조형의지로 인해 새로운 패션으로 창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과거 20세기 밀리터리 복식에서 볼 수 있는 남성적 역할, 지배계층과 사회에 대한 저항은 사라지고, 역할과 의미를 상실한 이미지, 의미가 불확정한 기표들의 조합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밀리터리 룩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포착할 수 있는 한, 밀리터리 룩은 또 다른 이미지로 지속적으로 나타나리라 판단되며, 현대패션에서 밀리터리 룩은 일시적인 유행현상이 아닌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패션의 주제가 됨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여성복만을 그 대상으로 삼은 점인데, 최근 컬렉션을 통해 수많은 이미지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남성복을 포함한다면 더욱 포괄적인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남성 패션에 나타난 밀리터리룩 이미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