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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통합형 국어과 교육과정 구성의 방향과 과제* Direction and Task for Development of Integrated Curriculum of Korean Educatio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통합형 국어과 교육과정 구성의 방향과 과제*

Education teaches a small portion to students and requires displaying integrated outcome. Therefore, education stands between the antagonism of division and integration. Educational curriculum has been continuously dividing for effective education. At the same time, Korean education has emphasizing integrated education by suggesting contents related to integration at the 6th and 7th National Curriculum Standards. As the 2015 national curriculum modification process promotes integration of liberal arts and natural sciences, it can be a good opportunity to amend Korean education and curriculum.

In Korean education, based on the axis of integration, big idea of integration, integration layer, integration time, character and motivation of integration, integration intensity, integration revelation condition, properties of integrated elements, mode of integrated elements and relationship of integrated elements, Korean education can lead to diverse courses. Professionals have to provide adequate and effective integrated curriculum that meets the purpose of integration and requirements of the students. At the ecosystem of curriculum, one can improve the essence of Korean education curriculum by approaching the integrated problems from the general viewpoint.

KEYWORD
2015 교육과정 개발 , 통합형 국어과 교육과정 , 국어과 핵심 역량 , 분화와 통합의 길항 , 교육과정 생태계
  • Ⅰ. 서론:‘통합형 교육과정’에 대한 국어교육의 대응

    최근의 학술·교육 분야에서는 융·복합이 대세다. 국가의 미래 역량으로 창의·인성과 함께 융·복합이 주요 화두로 거론되며, 실제로 과학·기술 분야의 융·복합 프로젝트인 STEAM 사업 등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1) 2015년 8월 고시를 목표로 현재 개정 작업 중인 교육과정도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표방하며, 이 역시 융·복합의 시대적 흐름을 직접 반영한 것이다.2)

    교육부가 말하는 통합3)이란, 다소 생경하지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과생’, ‘과학적 소양을 갖춘 문과생’으로 집약된다. 그래서 ‘문·이과 통합형’이라 명명했으나, 이 명칭이 어떤 교육과정의 철학을 보여 주기에는 지나치게 기능적이고 협애하다는 비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문·이과 통합’이라는 모토는 정치권을 대표하는 정권 담당층의 요구에 따라 교육계가 만들어 낸 새로운 이념이다. 여기서 ‘새롭다’고 한 것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강조해 온 ‘맞춤형 교육’이나 ‘진로 중심 교육’, ‘선택 중심 교육과정’ 등의 이념들과 부분적으로 충돌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새롭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통합형 교육과정은 개별화·자율화를 지향하는 교육의 거시적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통합을 추구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1학년에 <통합 사회>, <통합 과학> 같은 과목을 만들어서 문/이과 구별 없이 공통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방식인데, 이것은 자연스럽게 10학년까지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을 운영했던 7차 교육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외적 형식이 그렇게 보이더라도 전혀 다른 통합형의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새 교육과정의 성패가 달려 있는 셈이다.

    ‘문·이과 통합’이 모토가 되다 보니 이번 개정에서의 관심은 주로 사회과와 과학과에 몰려 있다. 실제로 ‘문·이과 통합’은 국어과나 영어과, 예술·체육 교과 등과는 긴밀한 관계가 없어 보인다. 수능시험에서 ‘국어’(옛 ‘언어’)와 ‘영어’(옛 ‘외국어’)를 문·이과 공통으로 치르는 것 역시 이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국어과에 ‘문·이과 통합’을 요구한다면, 국어과의 입장에서는 이를 교육과정 개선의 새로운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나 총론 팀, 혹은 문·이과의 규제선 밖에서 ‘통합’의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정교화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수사학-언어학-문학>의 삼각형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짠 4차 교육과정과 수사학을 의사소통으로 대치한 5차 교육과정 이래, 국어과는 지속적으로 분과화(分科化)돼 왔다. 수직적으로는 유아-초등-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양) 국어교육으로, 수평적으로는 화법·독서·작문·문법4)·문학 교육으로 각기 영역을 다져 가면서 이론은 정교화되고 교사는 전문화되었다. 최근에는 전공자끼리 서로 영역을 인정하고 넘보지 않는 것이 예의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학생과 사회의 반응이 반드시 호의적인 것 같지는 않다. 학생은 언어활동에 관한 지식이나 문법·문학에 관한 세부 지식을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채 배우고, 사회는 국어 교육이 영역 논리에 빠져서 평생 교양은 물론이고 학업·직업 생활에 필요한 실질적인 국어 능력을 길러 주지 못한다고 회의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단지 ‘가르치기 위해서’, 혹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보는 내용들을 시험을 볼모로 하여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통합은 이에 대한 한 대답이 될 수 있다. 분석적·분절적으로 가르쳐도 학습자 내부에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통합된다고 말하면서 통합의 책임을 학습자나 교사에게 넘기는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한 일이다. 분석적 ·분절적으로 가르치더라도 그 반대편에서 통합적으로도 가르치고, 최종 단계에서 그 결과가 통합적으로 발현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교육의 효율과 교수 가능성을 고려하면 내용 요소를 지식과 기능의 체계에 따라 나눠서 접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점과 균형 감각이라 할 수 있다. 비율이 문제가 되겠지만, 어느 정도의 분석적·분절적 교육과 어느 정도의 총체적·통합적 교육이 균형을 이뤄야 할 것이다. 수직적으로는 초기(유아·초등 저중학년)에 통합적으로 출발했다가 중기(초등 고학년·중학교)에 분석적으로 다지고 후기(고등학교 이후)에 다시 통합으로 가는 식의 시계열적 균형도 필요해 보인다.5)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 졸업 시점에(혹은 대학 교양 수준에서) 학생이 지니게 되는 통합적 국어 역량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국어과에 주어진 기회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주장이다. 2009/20126) 교육과정을 개정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국어과의 특성상 ‘문·이과 통합’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다. 따라서 2009/2012 교육과정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수요자(학생과 국가·사회) 중심으로, 통합적·실제적 국어 능력 쪽으로, 국어교육의 본질을 향해 미세하게 방향을 선회할 수 있는 기회다. 언어적 사고력·의사소통 능력·언어문화적 소양과 같은 국어과 핵심 역량이 그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다만, 그 방향은 다소 협소한 감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STEAM Literacy로 강조하는 것은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창의재단에서 STEAM 교육을 주도하면서 그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특히 기술·공학 영역으로) 한정하는 문제를 낳았다. 원래 STEAM에서의 ‘Art’는 디자인이나 퍼포먼스뿐 아니라 Language Art를 비중 있게 다루며, 모든 융합의 중심축에 언어(소통)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이화여자대학교 김경자 교수를 총 책임자로 하여 총론 분야 6개, 각론 분야 6개(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한국사)의 정책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하여 실제 교육과정이 개발될 예정이다.  3)융합·복합·통합·fusion·integration·convergence 등, 비슷하면서 개념이 조금씩 다른 용어들이 많다. 맥락에 따라 개념을 적확하게 구별해서 쓰는 것이 좋지만, 실제 교육과정 개발 상황에서는 그렇게 세세한 구별은 필요하지 않은 듯하다. 여기서는 교육부에서 쓰는 대로 ‘통합’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병합’이나 ‘종합’까지 포함하는 매우 폭넓고 범박한 개념이다.  4)개인적으로 ‘문법’이라는 명칭 대신 ‘문학’과 짝을 맞춰서 ‘언어’라고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국어’ 아래에 ‘언어’를 두면 상하(포함) 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그것은 언어종(言語種)으로서의 ‘한국어’와 ‘국어’라는 교과를 혼동한 견해일 뿐이다. 의사소통 능력, 언어에 대한 이해·탐구 능력, 문학 능력을 다루는 교과를 ‘국어’라고 명명했을 뿐으로, 국어과에서 언어 일반을 다루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언어와 사고’, ‘세계의 언어’ 같은 글을 단순히 읽기 자료(설명문의 예시)로 읽는 경우와 언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읽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다만, 이 글에서는 관습을 인정해 ‘문법’이라는 용어를 쓴다.  5)통합 교과를 처음 도입한 4차 교육과정에도 이와 비슷한 관점이 나온다. “가) 교과활동 시간은 교과 간의 연관성과 학생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1, 2학년은 교과 간의 통합을, 3학년 이상은 분과를 원칙으로 배당한다.(4차 국민학교 교육과정 ‘나. 편제와 시간 배당’)”  6)2009 총론에 따라 2012년에 개정 고시한 국어과 교육과정을 지칭한다.

    Ⅱ. 통합형 교육과정 구성의 방향과 방법

       1. 분화와 통합, 그리고 통합형 인간

    분석·비교·분류·범주화·계열화·구조화 등의 사고는 논리적 사고의 핵심이다. 이른바 ‘좌뇌적’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사고는 과학의 발달과 개인의 인지 발달에 필수적이다. 학교 교육 또한 이 부분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붓는다. 세상에 미만해 있는 지식과 기술, 경험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면 구조화가 필수적이다. 굳이 블룸이나 브루너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데카르트 이래 ‘지식(또는 학문)의 구조’는 모든 교육의 화두가 되어 왔고, 근대의 학교는 이 구조에 따라 교과를 설정했다. 교과 설정 자체가 분과화의 산물인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세상의 수많은 지식과 기술을 감안하면― 10개 남짓한 교과는 그 자체로 선별과 통합의 결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통합교과가 사회과7)이고 실과(초등) 또는 기술·가정과(중등)이다.8) 과학과도 물·화·생·지의 통합(최근에는 ‘융합 과학’이라는 말이 대세다) 교과를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국어과 역시 표현·이해+언어+문학의 통합 교과라 할 수 있다.9)

    교과가 분과화의 산물이자 통합의 결과물이라는 양가성은 통합의 층위가 다양하기 때문에 성립한다. 만일 법령으로 교과를 ‘5개’로 못 박는다면 현재의 10개 교과는 다시 어떻게든 통합을 할 것이고, 개수를 늘린다면 몇몇 교과는 분열할 것이다. 고등학교의 어떤 선택 과목들은 한 교과 안에 있어도 사실상 거의 관계가 없는 경우도 많다.10) 층위를 고려한다면 ‘자르거나 합치는’ 일은 통합 논의의 본질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어쨌든 ‘통합’은 분석·분절·구분을 전제로 한다. 무언가 나뉘어 있지 않다면 통합의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들을 한데 몰아서 ‘분화(分化)’라고 해 보자. 우리가 통합을 이야기하는 시점은 학생들의 국어 능력이 분화한 이후가 될 것이다. 단순히 분화한 이후가 아니라, 분화가 총체적인 국어 능력을 발휘하는 데 장애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할 때부터다. 인간의 인지와 기관(器官)의 발달은 본질적으로 분화의 과정으로, 분화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어느 순간 분화가 자신의 특수한 기능에 충실한 나머지 전체의 작동을 왜곡할 때가 바로 통합이 필요한 때다. 하지만 통합이 과하면 교육이 불편을 느낀다. 통합적으로 접근하면 교수·학습의 내용과 방법이 명료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화와 통합이 서로를 견제하며 상호 교차하는 관계를 ‘분화와 통합의 길항’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길항은 교육의 역사나 개인의 발달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어교육과 관련해 보면 분화와 통합의 길항은 여러 차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분화는 언어의 탄생, 곧 대상 또는 개념과 기호로서의 언어 사이에서 일어난다. 두 번째는 음성언어와 문자언어 사이에서 일어나고, 세 번째는 인지적·과학적·논리적 언어와 정서적·심미적·유희적 언어 사이에서 일어난다. 학교 교육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이미 알고 있는 교육 수단으로서의 언어와 이제부터 배울 목표로서의 언어 사이에 분화-통합이 일어나고, 학교의 언어와 일상 언어 사이에도 이 현상은 일어난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분화와 그것을 다시 묶으려는 통합이 서로 밀치고 당기는 가운데 국어 능력이 발달한다고 보면 된다. 국어교육은 이 양상을 상위에서 통어해야 하는 과제를 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은 분석적·분절적·분과적 교육보다 통합적 교육이 적절하다고 본다. 4차 교육과정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 통합교과를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초기에는 단순히 2~3교과를 합쳐서 시간 배당을 한 수준이었다가11) 5차 교육과정에서는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이라는 통합교과를 설정하여 정규 교과로 이수하도록 하였다. 입학 후 한 달 동안 이수하는 <우리들은 1학년>도 통합교육을 표방한다. 물론 교과서만 하나로 묶었을 뿐 실제로는 사회+과학(<슬기로운 생활>), 체육+음악+미술(<즐거운 생활>)의 병렬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통합이라는 애초의 취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 교육의 출발점에 통합 교육이 있다.

    국어과도 마찬가지다. 4차 교육과정 초기에 초등 1~2학년 국어·도덕·사회를 하나로 묶어서 운영하다가 금방 국어를 떼어냈지만, 그것은 입문기 국어교육의 중요성과 특성 때문이지 국어가 통합에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유치원 단계부터 국어교육은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런 ‘통합형 국어’는 최소한 초등 1~2학년까지 이어져야 한다. K~1학년 단계에서 문자 리터러시가 분화되는 것은 통합형 국어와 별개로 일종의 모듈형 학습으로 해결할 일이다. 그때는 교과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범교과적으로, 문자에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듣기·말하기·읽기·쓰기의 범영역적으로, 좌뇌-우뇌의 분리가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래·그림·놀이·탐구 등과 결합한 다중 양식적(multi modal)으로 국어교육이 수행된다. 분과화는 초등 중학년 이후의 일이다.

    물음을 바꿔 보자. 통합형 교육과정을 구성한다는 것은 우리가 통합형 인간을 원한다는 뜻이다. 21세기에 K~12 과정의 보통 교육이 목표로 삼은 통합형 인간은 누구인가? 모든 것을 잘하는 ‘universal man’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인간형은 르네상스 시대에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오늘날 기대하기는 힘들다. ‘어떤 존재로도 발전할 수 있는 원형적(原形的) 인간’도 아닐 것이다. 그런 인간형은 낭만주의적 교육관이 지배하던 18~19세기의 인간관이고, 굳이 갖다 붙이자면 유아·초등 저학년 단계의 학생들에게 해당하는 인간관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과생’이나 ‘과학적 소양을 갖춘 문과생’ 역시 이론으로는 가능해도 현실로는 쉽게 이루기 힘든 목표다. 일부 그런 학생이 있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그런 유형으로 자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여기서 출구를 제시할 수 있는 개념이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이다. 결과적·현상적인 통합형 인간도 관념적·잠재적인 통합형 인간도 현실적이지 않다면, 일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영역에서, 한정된, 그러나 필수적이고 전이력이 높은 핵심 역량을 갖춤으로써 창의적인 발전 가능성을 확보하는 인간이 우리가 기대하는 통합형 인간이라 할 수 있다. 다 잘하는 인간이 아니라 필요한 영역에서 필요한 경우 잘할 수 있는 인간이고, 백지 상태의 가능성만 있는 인간(tabula rasa)이 아니라 명료한 프로토타입(原型)을 갖춘 인간이다. 또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유기적 ·협력적으로 소통하며 큰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인간이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 ‘국어 능력’과 ‘국어과 핵심 역량’은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어에 관한 지식·기술·태도 및 경험은 국어 능력이 된다. 예컨대 말하기에 관한 지식, 읽기 기술, 쓰기 태도, 문학적에 관한 경험은 능력이다. 그것은 구체적이고 현상적이며 조작적이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 내에서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 그에 비해 역량은 더 본질적이고 중핵적인 어떤 것이다. 국어교육을 왜 하는지에 관한, 국어교육의 목적에 해당하는 것― 필자는 언어적 사고력, 언어적 소통 능력, 그리고 언어문화에 관한 소양이 국어과의 핵심 역량이라고 본다. 그보다 층위가 높아지면, 예를 들어 문화 발전이나 시민의식 함양 같은 것으로 가면 교육 일반의 핵심 역량이 나올 것이다. 창의적·비판적 사고, 대인관계, 의사소통, 정보 처리, 문제 해결 역량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국어과의 핵심 역량과 일반 핵심 역량 양자에 비슷한 용어가 중복 출현하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층위는 다르다.

    분화와 통합의 길항을 통해 고등학교 졸업 단계에서 통합적 국어 역량을 갖추는 것이 국어과 교육과정의 시계열 구조다. 문과를 가든 이과를 가든 다 잘 적응하는 학생을 기르자는 뜻이 아니라, 문과생으로서 문과적 상황·과제에 통합적으로 대응하고 이과생으로서 이과적 상황·과제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학생을 기르자는 뜻이다. 그러려면 보편 국어 능력의 바탕 위에 문·이과의 언어 형식·내용에 적응할 수 있는 원형(原型)이 얹혀 있어야 한다. 그 원형은 마치 줄기세포처럼 문·이과의 상황·과제와 만나면서 구체적으로 작동하게 될 터이다. 문과생에게 과학 보고서 읽기를 가르치거나 이과생에게 철학 텍스트 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국어과가 바라는 통합이 아니다.

       2. ‘통합’으로 본 국어과 교육과정사

    국어과 교육과정 문서에 ‘통합’이라는 용어는 뜻밖에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통합을 언급하는 경우에도 대부분은 원론적·선언적 수준에 그치며, ‘종합’과 자주 혼용되기도 한다. 일단 1차~6차 교육과정에서 ‘통합’ 혹은 ‘종합’을 언급한 예를 찾아보자.12)

    <표 1>을 보면, 1차와 4차 교육과정에는 통합이나 종합에 관한 언급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2차·3차 교육과정에 언급된 ‘종합적’이라는 용어도 별 의도 없이 사용되었다는 점을 암시한다. 초·중·고에서 ‘종합’을 고루 언급한 2차 교육과정이 그나마 체계적으로 보이는데, 거기서의 종합은 ① 듣기·말하기·읽기·쓰기의 종합 ② 편중되지 않고 폭넓은 언어활동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쓰였다. 국어과의 기본 4영역을 나누면서 언어활동의 실제에서 통합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표 1>] 1~6차 교육과정에 언급된 ‘종합/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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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차 교육과정에 언급된 ‘종합/통합’

    4차 교육과정에는 그나마도 언급되지 않는다. 4차를 건너뛰고 5차부터 ‘종합’ 대신 ‘통합’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5차에서는 2·3차와 마찬가지로 영역 간 통합을 언급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에 비해 6차 교육과정에서는 거기에 더해 ① 초·중·고에서 학습하는 내용의 발달적 통합 ② 사고ㆍ내용과 기능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보여 주었다. 또한 통합을 ① 지도 내용으로서의 통합적 국어 능력 ② 지도 방법으로서의 통합적 지도로 이원화함으로써 통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 주었다. 오늘날 우리가 주목하는 통합의 개념은 6차 교육과정부터 조심스럽게 다뤄지기 시작한 것이고, 그 취지는 수능시험에 그대로 반영되었다.13)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통합을 의도적·체계적으로 강조한 것은 7차 교육과정부터이다.(<표 2>) 특히 7차 <문학> 과목은 성격ㆍ목표ㆍ방법ㆍ평가 항목에서 반복하여 통합을 강조하는데, 이는 듣기ㆍ말하기ㆍ읽기ㆍ쓰기의 의사소통 영역과 문학 영역의 층위가 달라서 그것들과 통합되지 않으면 문학이 존재하기 어려운 특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한 당대의 국어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문화론적 국어교육관도 교과 내 통합에 동력을 제공하였다.

    [<표 2>] 7차 교육과정 이후에 언급된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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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차 교육과정 이후에 언급된 ‘통합’

    2007 교육과정은 특히 교수·학습 방법에서 통합을 강조하였다.(<표 3>) 여기에는 통합에 관한 다양한 접근 방법-① 영역 간 통합, ② 영역 내 통합, ③ 표현 영역의 통합, ④ 이해 영역의 통합, ⑤ 음성 언어의 통합, ⑥ 문자 언어의 통합, ⑦ 매체 기반 통합, ⑧ 주제 중심 통합, ⑨ 상황 중심 통합, ⑩ 과제 중심 통합, ⑪ 텍스트 중심 통합이 모두 나온다. 이는 교육과정 개발자들이 그만큼 통합에 신경을 썼다는 방증이고, 통합형 국어교육의 진폭을 충분히 보여 줬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표 3>] 2007 교육과정 ‘4. 교수·학습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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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교육과정 ‘4. 교수·학습 방법’

    2009/2012 교육과정 역시 통합적 교수·학습을 강조하였다.(<표 4>) 내용은 2007 교육과정보다 간결해졌지만 기본 취지는 같다. 이 내용은 공통 <국어>뿐 아니라 고등학교 선택 과목들에도 공통적으로 나온다. 곧, 7차 교육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대두된 뒤 2007 → 2009/2012 교육과정으로 오면서 교수ㆍ학습 면에서 통합은 대세가 되었다.

    [<표 4>] 2009/2012 교육과정 ‘5. 교수·학습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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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2012 교육과정 ‘5. 교수·학습 방법’

    2009/2012 교육과정에서 통합적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과목이 <문학>과 <고전>이다. 특히 <고전>은 <문학>과 달리 고유한 지식 체계 없이 텍스트별로 통합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세부 내용에 주제 중심 통합, 텍스트 중심 통합, 활동 중심 통합, 매체 기반 통합 등에 대한 언급이 나오나(<표 5>), 그보다는 과목의 성격 자체가 통합적이라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14)

    [<표 5>] 2009/2012 교육과정 <고전> 과목 ‘세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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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2012 교육과정 <고전> 과목 ‘세부 내용’

    국어과 교육과정사를 살펴볼 때, 통합의 특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과목이 <국어 생활>(7차), <화법과 작문>·<독서와 문법>(2007), <고전>(2009/2012) 과목이다.15) 하지만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은 과목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시피 통합의 의지를 보여 줬다기보다 현상적 통합에 머물렀고, 그 교과서와 수업은 이른바 ‘시루떡 방식’이라고 하여 각 영역을 교차 병렬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결국 <국어 생활>과 <고전>이 남는데, 이들은 어느 정도 통합을 의식하고 그 방향까지 보여줬으나 학교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아 실패한 과목이 되고 말았다. 대다수의 교사(연구자까지도)는 통합의 철학과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보다는 영역의 특성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 더 깔끔하다고 보는 것 같다. 선택 과목을 <화법>ㆍ<독서>ㆍ<작문>ㆍ<문법>ㆍ<문학>만으로 짠 6차 교육과정이 그러하며, 대단원을 영역별로 구성한 5차 중학교 교과서가 그러하다. 하지만 그 한계는 분명하고, 어딘가에 진정한 통합을 구현할 자리가 있어야 한다.

       3. 다양한 통합 양상

    국어과를 ‘도구교과’ 혹은 ‘형식교과’라고들 말한다. 읽기·쓰기가 학교 학습의 기본 기능이 된다는 점에서 도구교과이고, 사회과나 과학과처럼 대상에 관한 지식을 가르치는 교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형식교과라는 것이다. 그래서 늘 교과 통합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되는데,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얘기다. 국어교과의 내용은 도구ㆍ형식ㆍ기능의 영역과 내용ㆍ문화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으며, 기능 요소와 문화 요소를 바탕으로 각각 다른 교과와 통합된다. 주의할 점은 이 두 경로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기능 요소를 중시하는 경우 통합은 대체로 언어 형식 중심으로 통합이 이루어진다. 교과 내― 예컨대 듣기와 말하기의 통합이라면 형식과 형식의 통합이고, 교과 간― 예를 들어 국어과와 사회과의 통합이라면 언어라는 형식에 사회과의 내용을 얹는 경우가 많다. 다른 교과와의 통합도 마찬가지여서, 모든 경우에 중심은 언어 형식에 있다. 그에 비해 문화 요소를 중시하는 통합에서 형식은 뒤로 물러앉는다. 예를 들어 문학과 역사를 통합하여 학습한다면 형식은 부차적이 된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허구의 상호 조응이고, 형식은 단지 정보 수용과 표출의 도구일 뿐이다.

    문제는 교과 통합은 문서 교육과정에서는 선언적으로, 혹은 가능성으로만 기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과 간 장벽이 높은 현실에서 교과 통합은 교육과정 총론이나 교과서, 교실(수업) 수준에서 겨우 거론할 수 있을 뿐이다. 국어과의 본질(교육과정 문서상 ‘1. 성격’)이나 교수·학습 및 평가의 방향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교과 간 통합을 언급하는 정도는 가능하다. 오히려, 교과 교육과정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내용은 타 교과와의 통합이 아니라 비교과 활동, 혹은 학교 밖의 비형식적 교육과의 통합이다. 국어과의 도구적 성격은 교과 학습뿐 아니라 학습의 전 영역에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국어과에서 가능한 통합의 방향 또는 방법은 여러 기준에 다양하게 상정할 수 있다.

    ① 통합의 시·공간 축에 따라

    ② 연결 개념(big idea)16)에 따라

    ③ 통합 층위에 따라

    ④ 통합 시점에 따라

    ⑤ 통합의 특성에 따라

    ⑥ 통합의 동인(動因)에 따라

    ⑦ 통합의 강도에 따라

    ⑧ 통합의 발현 국면에 따라

    ⑨ 통합하는 요소의 속성에 따라

    ⑩ 통합하는 요소의 양식(mode)에 따라

    ⑪ 통합하는 요소 간의 관계에 따라

    교육과정을 구성하면서 이론적으로 가능한 통합 방법을 모두 적용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른 교과와 동떨어져서 국어과만 특정 방법을 적용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해당 교육과정의 철학과 방침에 따라 몇 가지 방법을 선별·적용해야 하는데, 이번 2015 교육과정은 어떤 방침을 제시하는가?-이와 관련하여 총론 차원에서는 ‘문ㆍ이과 통합’이라는 큰 원칙과 ‘빅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역량 중심 통합’이라는 기술적 지침을 제시하였으나, 각 교과에서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방안이 없다. 문ㆍ이과 통합이 일차적으로 사회과와 과학과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그들에 가장 적합한 방법, 곧 영역 간ㆍ역량 중심ㆍ주제 중심의 통합 방법을 강조할 뿐이다. 2차 대상이라 할 수학과만 하더라도 그런 방법만으로 통합하기는 어렵고, 국어과ㆍ영어과는 완전히 다른 발상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비슷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비슷한 기조’는 역량 중심의 통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총론팀의 방침이 아니더라도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 핵심 언어 역량은 국어교육 내용의 원천이자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과정 구성의 출발선에서는 역량 중심이라는 취지가 드러나기 힘들다. 그것은 목표와 내용의 체계를 분명히 한 뒤에, 구체적인 내용 기술에서 드러나게 된다.

    7)통합 사회과는 ‘윤리+일반사회+역사+지리’가 묶여 있고, 그중 일반사회 영역은 다시 ‘법·정치+경제+사회ㆍ문화’가 묶여 있다.  8)역시 기술·가정과는 ‘기술+정보+농업ㆍ생명+가정’이 묶여 있고 거기서 가정 영역은 ‘가족ㆍ청소년+의식주+진로’가 묶여 있다. 이들 하위 영역 사이의 논리적 연관성은 그리 높지 않다.  9)그런 점에서 4차 교육과정은 획기적이라 할 만하다. 듣기·말하기ㆍ읽기ㆍ쓰기에서 언어와 문학을 분리해 냄으로써 오히려 국어과의 통합교과적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10)보통 인문학으로 분류하는 ‘역사’와 법·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의 사회과학 영역을 합쳐 놓은 사회과가 대표적이다.  11)4차 국민학교 교육과정(1981)에서는 1~2학년에 ‘도덕’, ‘국어’, ‘사회’를 묶어서 374단위(주당 11시간)를 배당하였다.  12)한 차수 안에서도 교육과정이 여러 차례 부분 개정됐지만, 처음 고시된 연도만을 다뤘다.  13)1992년 6차 교육과정이 고시되고 1994학년도 입시부터(시험 시행은 1993년) 수능 시험이 도입되었다. 6차 교육과정 고시와 함께 수능시험 실험평가가 7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언어 영역에 문학(대표적으로 詩)을 넣어야 하는지, 넣는다면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에 관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고등 사고 기능과 함께 ‘고급 언어로서의 문학’을 중시하는 수능시험이 정착되었다.  14)실제로 교육과정 개발 초기에 <고전> 과목은 ‘교과서 없는 과목’을 목표로 했었다. 다양한 주제에 관해 다양한 텍스트를 활용하여 통합적인 국어 활동 ―주로 사고 역량과 문화 역량에 중점을 두어 ―을 하도록 하려 했으나, 현실 여건을 감안하여 한 발 후퇴하였다.  15)4차 교육과정에 ‘문학’ 영역이 독립 설정된 이래 <문학> 과목은 늘 통합적이었다. 교과 내에서는 읽기·쓰기와, 교과 간에는 윤리(철학), 역사, 사회과와 연계하여 통합 지도되었다.  16)‘big idea’는 축자적으로 번역하면 ‘대주제’ 정도가 적합하겠으나, 통합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영역을 가로지르며 통합의 토대가 되는 아이디어”라는 뜻에서 ‘연결 개념’으로 번역하였다. ‘관통 개념’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Ⅲ. 통합형 교육과정의 미래와 과제

    국어과 교육과정의 통합 논의는 거의 ‘주제 중심의 영역 통합’에 초점이 놓여 있다. 먼저 영역 통합을 보자. 국어과의 영역은 4영역(1차~3차), 6영역(4차~2007년)을 거쳐 2009/2012년에 5영역으로 정착되었는데, 5영역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조합은 총 31개다.(단독 5개+2영역 통합 10개+3영역 통합 10개+4영역 통합 5개+5영역 통합 1개) 그리고, 이들 조합은 검정 교과서제를 통해 거의 시도되었다고 본다. 영역 통합 자체는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주제 중심 통합은 약간 상황이 다르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추진하기 이전에 이미 범교과 학습의 중요성이 널리 인정되었으며, 대분류/소분류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적게는 10여 개에서 많게는 30여 개의 범교과 학습 주제들이 제시되었다.17) 국어과에서는 글/자료의 내용을 통해 이들 범교과 주제를 수용하여 교과 간 통합을 구현하려고 한다. 그에 비해 국어과 내부의 영역 간 통합을 위한 ‘범영역 학습 주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단순히 범교과 주제 중 국어과에서 쓸 만한 것들을 골라서 그러한 내용을 다룬 글이나 자료를 제시하고, 거기에 화법ㆍ독서ㆍ작문 활동을 붙인 정도이다. 이는 교육과정 차원이 아니라 교과서 혹은 수업 차원에서 통합을 시도한 것으로, 사실상 교과 간 통합과 특성이 구별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국어과의 고유한 주제 중심 통합은 도구 영역(화법·독서ㆍ작문)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들 영역의 통합은 대부분 형식 기반 통합으로서, 거기에 특정 내용(주제)을 담는 순간 해당 내용 교과와의 통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문법과 문학 영역은 국어과 고유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교과 내 주제 통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영역과 영역을 묶어 주는 연결 개념으로 ‘언어와 사고’를 설정하여, 또는 ‘개인적ㆍ역사적 기억으로서의 문학’을 설정하여 화법ㆍ독서ㆍ작문의 통합 활동이 가능하다. 결국 국어과의 주제 중심 통합은 도구ㆍ기능 영역(→ 교과 간 통합)과 내용ㆍ문화 영역(→ 교과 내 통합+교과 간 통합)으로 나누어 논의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보인다.

    ‘주제 중심의 영역 통합’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은 주제를 국어과 교육과정 통합의 연결 개념으로 쓰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문법·문학 영역에서만 범영역 주제를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주제 외에도 많은 연결 개념의 틀을 찾을 수 있다. 상황, 역량, 기능(機能), 과제, 텍스트, 활동 등을 연결 개념으로 하여, 그것들을 교육과정 통합의 출발점으로 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분화와 통합의 길항’을 통한 시계열적 통합의 방향/수준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 관계를 <입문기의 통합적 원형→ 발전기의 분과적 학습→정착기의 변증적 재통합>으로 간략화했지만,18) 거기에 통합의 특성이나 동인, 강도 등을 가미하면 시계열적 통합의 양상은 매우 복잡해질 것이다. 그 양상은 고등학교의 이수 트랙과도 상통해야 한다.19)

    교육과정이 어떻게 됐든, 학생들이 접하는 것은 교재(교과서)이고 부여받는 것은 활동 과제이다. 1~3차 교육과정기처럼 교과서를 시후(‘봄의 ~’)나 주제(‘고향의 ~’) 기준으로 편성할 수도 있고 5차 중학교처럼 영역별·장르별로 딱 부러지게 나눌 수도 있다. 학습 활동도 읽기 자료 중심으로 듣기ㆍ말하기, 쓰기, 행동하기를 덧붙일 수도 있고, 각각의 영역 목표에 충실하게 별개로 구성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입문기→ 발전기 →정착기>의 발달 단계에 따라, 고등학교의 경우 선택 과목에 따라 제시 방법이 달라야 한다. 그동안 교과서 개발 방향은 교육과정과 별도의 ‘교과서 검정 기준’ 등을 통해 제시해 왔는데, 통합 교육에서 차지하는 교재ㆍ활동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교육과정 안에 교과서 관련 내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평가에 관해서도 살펴야 한다. 가장 전형적인 지필 평가는 하나의 지문과 거기에 딸린 몇 개의 문제를 주는 경우인데, 그 문제들은 통합적으로도 분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서술형이나 관찰 평가 같은 경우는 통상 통합형으로 이해되지만 평가 목표에 따라서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분석적·분절적 평가와 총체적ㆍ통합적 평가 사이의 기능 분담 및 균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교수ㆍ학습과 평가 사이의 조응도 중요하다. 수업은 분과적으로 하고 평가는 통합형으로 한다면 그 논리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과 별개로 ‘통합형 평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7차 교육과정(1997)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2007→ 2009 →2015로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는 너무 잦은 교육과정 개정으로 인한 피로감이 팽배해 있고, 학생·학부모는 물론이고 교사조차 지금 가르치는 교과서가 어떤 교육과정에 따른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교육과정 개정을 정권 교체와 연결 지어 설명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 보다는 ‘교육과정 생태계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원론적으로 교육과정 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 기구로서의 학교, 그 학교의 운영 규칙이 되는 교육과정, 그리고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의 국어과 교육과정― 국어과는 이러한 교육과정 생태계의 원인(原因)으로서 비교과 및 다른 교과와의 관계망 속에 존재하고, 그 자신 하나의 체계로서의 많은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뿐 아니라 국어교육 자체가 하나의 시계열적 생태계이다. 한 사람이 평생 살아가면서 국어를 배우는데, 그의 생애 주기에 따라 어떠한 국어 능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 없이는 생태계가 건강히 유지될 수 없다. 말/글을 배울 때의 국어교육과 진학 또는 취업이 제일 목표일 때의 국어교육, 나아가 일상생활 및 교양이 중요할 때의 국어교육, 공동체 구성원 간의 소통이 필요한 때의 국어교육 등, “국어교육이 왜 필요한가?” 에 대한 자문 아래 통합형 교육과정을 논할 필요가 있다. 이때 분화와 통합의 길항을 거치며 큰 걸음으로 통합을 향해 발전해 온 교육과정의 발달사가 참조항이 될 수 있다.*

    17)최근의 사례를 하나 들어 보자.-“민주시민교육, 인성교육, 환경교육, 경제교육, 에너지교육, 근로정신함양교육, 보건교육, 안전교육, 성교육, 소비자교육, 진로교육, 통일교육, 한국정체성교육, 국제이해교육, 해양교육, 정보화 및 정보윤리교육, 청렴·반부패교육, 물보호교육, 지속가능한 발전교육, 양성평등교육, 장애인 이해교육, 인권교육, 안전·재해 대비교육, 저출산·고령사회 대비교육, 여가활용교육, 호국·보훈교육, 효도·경로·전통윤리교육, 아동·청소년 보호교육, 다문화교육, 문화예술교육, 농업·농촌이해교육, 지적재산권교육, 미디어교육, 의사소통·토론중심교육, 논술교육, 한국문화사교육, 한자교육, 녹색교육, 독도교육.” 구정화 외(2013) 참고. 여기서 말하는 ‘주제’가 국어과에서 이야기하는 ‘주제’와 다르다는 정도는 금방 알 수 있다. 그래도 타 교과와 통합 활동을 하려면 이러한 ‘주제’를 공유해야 한다.  18)이것은 전체적 접근 →부분적 접근→ 통합적 접근의 읽기 절차 모형과도 상통한다.  19)고등학교 트랙은 크게 봐도 4가지 ― 일반계고, 특목고, 특성화고, 영재고― 로 나뉘고 다시 그 아래 10여 개의 트랙이 있다. 일단 4트랙만이라도 통합의 시계열은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 논문은 2014년 7월 31일 접수하여 2014년 9월 17일 논문 심사를 완료하고 2014년 9월 22일에 게재를 확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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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1> ]  1~6차 교육과정에 언급된 ‘종합/통합’
    1~6차 교육과정에 언급된 ‘종합/통합’
  • [ <표 2> ]  7차 교육과정 이후에 언급된 ‘통합’
    7차 교육과정 이후에 언급된 ‘통합’
  • [ <표 3> ]  2007 교육과정 ‘4. 교수·학습 방법’
    2007 교육과정 ‘4. 교수·학습 방법’
  • [ <표 4> ]  2009/2012 교육과정 ‘5. 교수·학습 방법’
    2009/2012 교육과정 ‘5. 교수·학습 방법’
  • [ <표 5> ]  2009/2012 교육과정 <고전> 과목 ‘세부 내용’
    2009/2012 교육과정 <고전> 과목 ‘세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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