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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시월애>와 <김씨표류기>에 나타난 섬과 소통의 의미* The meaning of the island and communication in A Love Story and Castaway on the Moo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시월애>와 <김씨표류기>에 나타난 섬과 소통의 의미*

Recently, because the island is recognized as the marine territory and often introduced through various TV programs, so our concern about the island is also increasing. But the movies set in the island are not much, and often having prejudices and negative views on the island. If let you tell the names of movie set in the island, you will be easy to think Paradise Murdered(2007), Bedevilled(2010) or Shutter Island(2009). In these movies, the islands are described as the places that commit terrible things like murder. It can be said that it was caused by only regarding the geographic specificity of the island as severance. Because if we only recognize that the island separate from the mainland, it will be the place that terrible affairs occur or want to escape, but if we recognize that it connects with the mainland, it will be the attractive place that is different from the mainland. In this respect, this study considered our understanding on the island in the movies by analyzing the meaning of the island and communication in A Love Story(2000) and Castaway on the Moon(2009).

First of all, in these movies, the real islands and the symbols of the islands are Seongmodo and Il-Mare in A Love Story, Bamseom and the alcove of apartment in Castaway on the Moon. Seongmodo is the location of the movie, Il-Mare has a shape of remote island and eco-friendly structures, it can be said to shaped human fundamental solitude and father’s love towards his son. Through the main characters are connected with these spaces, their forgiveness and love are realized, therefore the image of a lonely and solitary island is converted to the warm and intimate island accordingly. Bamseom is in contrast with the mechanical and heartless modern society, and symbolize the primitive space that conceive and cultivate other lives as well as has its own strong vitality. On the other hand, the alcove of apartment is a symbol of the island in a negative sense, because it cut completely from the world and exists as an isolated world. Therefore the images of the island to symbolize the primitive space with strong vitality and the isolated space coexist in Castaway on the Moon.

In these movies, the characters who are lonely and isolated being also have image of the island, but they understand and hold hands each other through interactions, and overcome such images. They communicate by letter, Eun-ju and Seong-hyun use letterbox, the Man Kim and the Women Kim use the sands and bottles of wine, and exchange letters. They exchange direct and honest feelings by slow and troublesome analog means, not quick and easy digital means.

In this regard, the islands in these movies are primarily symbolizing isolated and disconnected space and human. But they overcome disconnection by forgiveness, love and harmony through attention and communication. So ultimately, in A Love Story and Castaway on the Moon, their positive images are working compositively, and they will broaden the horizons of recognition about the island.

KEYWORD
섬 , <시월애> , <김씨표류기> , 일마레 , 밤섬 , 아파트 골방 , 고립 , 소통
  • 1. 영화와 섬

    주로 육지로 한정되어 있던 우리의 공간인식이 최근에는 섬으로까지 확대되고 섬이 해양영토로 인식되면서 정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1)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관점에서도 섬의 독특한 문화나 자연환경이 주목받고 있고 <1박 2일>이나 <6시 내 고향>과 같은 방송프로그램을 통해서 섬과 섬 주민들의 생활이 일상적이고 친근하게 소개되면서 섬에 대한 육지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섬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섬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시각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기억을 쉽게 소환하기 위해 2000년 이후의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잠시 영화 속 섬의 유형을 살펴보자.2)

    먼저, 섬을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는 경우인데, <깃>(2004)은 아름다운 섬 제주도와 비양도를 배경으로 지난 사랑의 상처를 씻고 새로운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이다. <인어공주>(2004)는 섬마을에서 맑고 순수했던 스무 살 시절의 엄마를 만나게 되면서 이제는 생활에 찌들어 거칠고 억척스러운 아낙이 되어버린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판타지영화이다. <로맨틱 아일랜드>(2008)는 일상에 지친 네 명의 젊은 남녀가 각자 여행을 떠났다가 맺어지는 이야기로, 마닐라와 보라카이의 눈부신 경관을 배경으로 그들의 로맨스가 펼쳐진다. 이 유형의 영화에서는 섬의 풍광 그 자체로도 충분히 낭만적이지만 섬은 대부분 치유와 사랑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의미 작용을 한다는 점이 눈에 띤다. 이 글에서 다룰 <시월애>나 <김씨표류기>도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마파도>(2005)나 <백프로>(2013)처럼 친근해 보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이 그다지 긍정적으로 그려지고 있지 않은 경우이다. 다섯 할머니만 사는 마파도는 정상적인 곳이라고 할 수 없으며 마을 곳곳에는 남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섬에 흘러든 건달과 부패형사가 밭일을 도와주고 집을 고쳐주며 급기야 할머니의 목숨까지 구해준다. <백프로> 역시 사고로 인생이 어긋나버린 전직 천재 프로골퍼가 폐교의 위기에 처한 섬마을 초등학교에 와서 어른들을 설득하고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 이처럼 섬은 비정상적이고 낙후된 곳이며 섬사람들은 무지렁이에 고집불통인 반면 육지에서는 낙오자였던 사람들이 섬에 와서는 훌륭한 조력자나 지도자가 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섬을 완전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경우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극락도 살인사건>(2007)과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은 아예 제목에 ‘살인사건’이라는 단어를 달고 있으며, 영화 속 섬들에서는 끔찍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10억>(2009)에서 섬은 10억 원의 상금을 얻기 위해 서바이벌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잔혹하게 죽고 죽이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위도>(2011) 역시 위도 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들의 숨겨진 욕망을 파헤치고 있으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혈의 누>(2005)에서도 외딴 섬 동화도에서 자행되는 사지를 찢어 죽이는 공개처형과 연쇄살인을 보여준다. <실미도>(2003)와 <지슬>(2012)은 각각 684북파특수부대 훈련병이야기와 제주도 4.3항쟁이라는 끔찍하고 비극적인 역사사건을 다루고 있다. <7월 32일>(2007)에서는 집창촌에 맡겨졌다가 섬으로 팔려간 다섯 살배기 소녀가 어린 나이에 몸을 팔면서 내일 데리러 오겠다던 아버지가 15년간 복역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품고 살아간다. <집으로 가는 길>(2013)은 딸과 남편밖에 모르는 한국여성이 마약운반책으로 체포되어 2년간 프랑스의 외딴 섬 마르티니크의 교도소에 수감되어 절규했던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거칠기는 하지만 이상의 유형 분류를 통해서 섬은 영화에서 훌륭한 공간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영화의 관심대상이 되지 못한 채 왜곡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3) 실지로 잘 가꾸어진 휴양지를 제외하면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섬은 영화에서 그리는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이기만 한 곳도, 그렇다고 몸서리치도록 벗어나고 싶은 끔찍한 곳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외롭다’는 느낌이나 ‘고립’되어 있는 형상을 흔히 ‘섬’에 비유하면서 주로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이는 육지와 분리되어 있는 섬의 지리적 특성을 단절이라는 관점에서만 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섬을 그저 육지와 단절되어 있다고만 본다면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벗어나고 싶은 곳으로 인식되겠지만, 만약 바다를 통해 육지와 소통한다고 본다면 육지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매력적인 곳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2000)와 이해준 감독의 <김씨표류기>(2009)를 대상으로 물리적인 섬과 섬을 상징하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 그리고 섬의 고립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코드인 소통의 의미를 고찰함으로써 이들 영화에 나타난 섬의 이미지와 인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1)우리나라의 도서는 모두 3,358개이며 그 중에서 무인도서는 2,876개로 전체 도서의 85.65%를 차지한다(국토해양부, 『무인도서종합관리계획 2010-2019』, 2010, 6쪽 참고). 우리나라는 1986년 도서개발촉진법에 의해 본격적인 도서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으며 2015년 1월 18일자 뉴스보도에 의하면 해양수산부에서 무인도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여 전국의 무인도가 개발 가능지역으로 변경될 전망이라고 한다. 이는 섬에 대한 국가적, 개인적 관심이 높아지고 중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서, 귀어귀농 등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에 따른 환경보존과 난개발 방지와 같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한국영화에 나타난 섬과 섬사람들의 이미지에 관해서는 목포대학교 HK인문학단 소식지 제6호 《섬》에 소개되어 있다(곽수경, 〈영화에서 그려지는 섬, 그리고 섬사람들〉, 《섬》(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2014.12, 22-23쪽). 여기에서 언급하는 영화들은 섬을 배경으로 촬영되었고 영화에서 섬이 절대적인 비중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김기덕 감독의 <섬>은 고삼저수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섬을 물리적인 공간으로 제한하기 보다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상징적 의미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섬> 이외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역시 물리적인 섬을 배경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선명한 섬의 형상이 등장하며 그것은 영화에서 대단히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밖에도 이 글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인간, 아파트 등 섬으로 표상되는 이미지는 대단히 광범위하며, 이런 경우 대부분 고립과 소통의 의미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여기에 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또 다른 연구에서 보다 깊이 고찰하고자 한다.  3)이 글에서는 외국영화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섬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대표적인 예로, <커플 테라피 : 대화가 필요해>(2009)처럼 위기를 맞은 부부들이 섬 여행을 통해 다시 사랑을 회복하게 되는 이야기나 좀 오래되었기는 하지만 <푸른 산호초(블루 라군)1>(1980)과 <푸른 산호초2>(1991)와 같이 섬을 지상낙원으로 그리며 육지를 부정하는 영화도 있다. 하지만 2012년에 개봉된 <푸른 산호초3>에서는 주인공들은 섬에서 구조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맘마미아>(2008)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그리스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주인공의 삶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한편 마틴 스콜세지와 네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손을 잡고 다시 한번 세계적 흥행을 이룬 <셔터 아일랜드>(2009)는 정신병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섬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영화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섬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지 않으며 섬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

    2. 물리적인 섬과 상징된 섬

    <시월애>와 <김씨표류기>는 모두 섬을 배경으로 섬에서 촬영했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그런 사실은 왠지 낯설다. 그것은 <시월애>의 실제 배경인 석모도가 아니라 영화 속에서 남자주인공이 일마레(Il Mare)라고 이름붙인 바다 위의 집과 <김씨표류기>의 여자김씨의 아파트 골방이 더 섬처럼 느껴지고, 기세등등한 여의도의 고층빌딩들 앞에서 그 존재가 미미하기 짝이 없는 밤섬이 배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는 섬이 가진 상징성과 섬을 상징하는 공간의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섬에 대한 인식이 영화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1) 일마레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가 일렁이는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물위에 떠있는 집을 비춘다. 그것은 집이라기보다는 마치 섬과 같다. 영화에서 남자주인공 성현(이정재 분)이 일마레라고 이름붙인 이 집은 영화 속에서 전지현과 이정재라는 두 스타를 한 쪽으로 밀쳐놓고 화면 중앙에 떡 하니 자리 잡고서는 주인공으로 행세한다. “감독은 이정재와 전지현이라는 두 사람의 스타성(stardom)보다는 오히려 ‘일마레’라고 하는 공간에 더 집착했다. 자신의 장기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공간 연출, 감각적 화면 구성에 더 많은 노력과 애정을 쏟았던 것이다. 석양을 뒤로 한 채 밀물이 밀려오는 개펄 위로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일마레’가 다름 아닌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4)

    그런 만큼 일마레는 상당히 독특한 구조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 속에서 근대 건축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원칙들을 발견할 수 있다.5)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일마레가 넓은 갯벌 위에 위치하고 있지만 갯벌 바로 위가 아니라 바닥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어짐으로써 아래에는 빈 공간을 두고 육지와 수평을 이루며 꽤 긴 다리를 통해 육지와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건물 1층을 벽으로 만들지 않고 기둥을 세운 형태를 건축학에서는 필로티(pilotis)라고 한다. 이는 “건축물이 차지한 자연의 공간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준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필로티 방식을 취해 건축물이 띄워져 있으면 지면의 연속성이 끊어지지 않게 된다. 즉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을 차지하지 않고, 필로티를 사용해 건물을 지면에서 띄우면서 자연의 일부를 이용하는 존재로 남겨지는 것이다.”6) 그래서 일마레는 썰물 때는 드러나는 갯벌을 통해 육지와 연결되고 밀물 때는 육지와 분리되는 갯벌섬7)과 닮아 있는 한편, 고정된 건축물에 물의 움직임을 더함으로써 생명력을 가지며 자연의 신비로움과 시각적, 정서적 고독과 낭만성을 배가한다. 한편 건물 자체는 컨테이너박스와 같은 사각형과 직선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외벽 역시 철재의 질감으로 차가운 느낌을 주며 출입문 또한 옆쪽으로 나 있는 숨은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차갑고 방어적이며 폐쇄적인 느낌을 주지만 맞배지붕8)을 얹어놓은 형태를 띤 이층은 모두 유리로 만들어 하늘과 연결시킴으로써 때로는 갯벌과, 때로는 바닷물과 조우하면서 그 자신이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필로티 구조와 더불어 자연친화적인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일마레는 이처럼 형상과 구조적 의미뿐만 아니라 또 한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현의 부친이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로 인해 느끼는 고독을 담아 지은 집이라는 것이다. 성현이 은주(전지현 분)에게 부탁해서 보게 되는 부친의 건축서 『고독과의 친밀한 공간』에 일마레는 “그가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완성한 것으로 그 안에는 인간의 실존적 고독이 담겨있다”라는 해설이 적혀 있다. 아들로부터 거부당하고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 느끼는 ‘실존적 고독’을 표현한 집, 그러기에 일마레는 외딴 섬의 형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것과 연관되어 있는 성현의 부친, 성현, 은주라는 세 인물 역시 각자의 상처를 끌어안고 홀로 서 있다는 점에서 섬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속에 부친의 사랑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에 은주의 내레이션은 말한다. “쓸쓸히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던 일마레가 그토록 따뜻하게 느껴졌던 건 그 사랑이 담긴 곳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사랑의 방식은 다르지만 사랑은 하나라고 생각해요”9)라고. 따라서 일마레는 아들로부터 거부당한 부친의 고독이 담긴 외로운 섬이면서도 아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따뜻한 집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사실은 마침내 성현이 부친을 용서하고 지나간 사랑에 아파하던 은주와 사랑을 이루게 한다. 이로써 그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을 이루는 공간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썰물 때면 모습을 드러내는 갯벌을 통해서 다른 섬과 연결되면서 다리를 통해 육지와도 연결되어 있는 일마레는 외딴 섬의 형상을 띠고 있지만 결코 고립되거나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로서의 섬을 상징하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2) 밤섬과 아파트 골방

    <김씨표류기>는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이 강도 높게 숨어 있는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10) 이는 남녀주인공이 경제적, 정서적으로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고립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은 물론 이거니와 무엇보다도 63빌딩을 비롯한 기세등등한 고층건물들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하잘 것 없는 밤섬과 그 고층건물들 속에서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아파트의 작은 골방을 배경으로 한 것에서 절묘하게 표현되고 있다.

    감독은 영화의 주요한 배경의 하나로 밤섬을 선택한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사채이자 때문에 한강에 투신자살을 시도한 남자김씨(정재영 분). 하지만 섬으로 흘러들어가는 바람에 그마저 실패했다는 사실도 황당한데 도심을 바로 눈앞에 두고서도 돌아가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는 난감한 상황은 현대사회에서 고립된 개인의 처지를 대단히 형상적으로 표현해준다. 이것을 표현하는 데 밤섬 외에 또 다른 선택이 있을까? “죽지도 못”한 남자김씨의 눈앞에는 투신하면 “반드시 죽을 수 있”는 63빌딩이 있고 그 벽에는 “Love your life, love your dream”이라는 광고문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

    게다가 감독은 “굳이 밤섬이어야 할 이유는 없”12)다며 놓치고 있었지만 밤섬이 끈질긴 자생력으로 되살아난 섬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영화 속의 섬은 필연적으로 밤섬이어야 했다. 그것은 죽기 위해 한강으로 투신했던 남자김씨가 특유의 생명력을 발휘하며 무인도를 자기 삶의 터전으로 일구어낸 상황과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 먼저 밤섬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이상의 기록들을 보면 육지와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고대의 많은 섬들이 그랬던 것처럼 밤섬도 유배지로 이용되기도 했지만 물길이 여러 방향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물류의 중심이 되었으며 여의도보다 훨씬 넓은 면적16)과 아름다운 풍광을 가지고 있었고 경제적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밤섬은 근대로 접어들면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근대화라는 미명하에 여의도 개발에 필요한 값싼 건축자재를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1968년 폭파되어 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밤섬은 그야말로 놀라운 기적을 일으켰다. 1990년대 초부터 밤섬에 갈대와 버드나무가 자라나면서 물새들이 돌아오고 모래톱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밤섬은 눈앞에 우뚝 서 있는 고층빌딩들로 대표되는 문명사회에 기죽지 않고 끈질긴 생명력을 뿜어내는 원시공간으로 의미작용을 하기에 충분하다. 그곳에서 남자김씨는 문명사회에서 폐기처분되어 흘러들어온 쓰레기들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는 자신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던 신용카드를 마음껏 긁으며 새똥을 모으고, 그렇게 모은 새똥 속에 남아 있던 씨앗을 심어서 삶의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짜장면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버려졌던 오리배로는 “연이자 6%, 주택청약적금 7년 만에 드디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다. 나일론포대는 물고기를 잡는 어망으로, 페트병은 슬리퍼로 되살린다. 이로써 남자김씨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물건을 쓰레기로 폐기처분하는 문명사회를 향해 냉소를 던진다.

    한편 <김씨표류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섬으로 상징되는 또 하나의 공간이 있으니, 바로 여자김씨(정려원 분)가 사는 아파트 골방이다. 원래 아파트라는 것이 그 기원에서부터 섬에 비유되었는데, 아파트의 기원은 약 2천 년 전 제정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로마는 도시가 비대해지고 인구가 몰리자 심한 주택난을 겪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자들의 단독주택을 4~5층짜리의 공동주택인 ‘인술라(insula)’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인술라라는 용어에는 공동주택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섬’, ‘고립된’이라는 의미가 있어서 당시에도 이미 아파트를 ‘고립된 섬’에 비유했다는 것이다.17) 현대에는 더욱이 공공의 공간인 골목과 낮은 담으로 집의 안팎이 연결되던 마당이 사라지고 출입문만 닫으면 독립된 개인 공간이 확보되는 아파트는 공동주택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고립된 섬이 되었다.

    여자김씨는 이런 아파트 속에서도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고 3년째 골방에 숨어 사는데, 그곳은 완벽한 질서와 체계를 갖춘 하나의 독립된 세상이다. 그녀는 그 속에서 매일 기상, 운동, 아침식사, 출근, 청소, 점심식사, 자기개발, 퇴근, 취미활동, 취침을 하는 “엄연한 규칙”을 지킨다. 그녀는 아빠가 출근한 8시에 기상을 해서 집밖을 나선다. 172칼로리의 옥수수통조림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9시까지 만보계의 숫자 3천을 채운다. 9시에 출근하여 청소를 하고 화장실은 엄마가 출근한 12시까지 참는다. 점심으로 525칼로리의 생라면을 부셔 먹고 소화가 될 때까지 만보계 숫자를 채우고 잠시 바람을 쐰다. 다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자기 개발에 매진한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퇴근한 후에는 달 사진을 찍는 취미생활을 한다. 자기 전 만보계의 남은 숫자를 채우고 아빠가 퇴근하는 9시에 취침을 한다. 그런데 그녀의 세계에서 집밖을 나서는 것은 벽장에서 나오는 것이고 출근은 컴퓨터를 켜는 것, 청소는 키보드의 먼지를 터는 것을 가리키며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자기 개발에 매진한다는 것은 인터넷에서 미니홈피를 꾸미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볼 때 <김씨표류기>에서 남자김씨가 정착한 밤섬은 원시적 생명력을 가진 육지의 대안이며 여자김씨의 아파트 골방은 외부세계와 단절된 고립된 섬을 상징하고 있다고 하겠다.

    4)김시무, 〈이현승 감독의 작품세계 : 일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 《PAF75》, 29쪽  5)은주를 위한 집의 설계도를 그리는 성현의 책상 앞에 르 코르뷔지에의 대형 사진액자가 걸려 있다. 여기에서 일마레에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이론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필로티,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파사드, 수평창이 르 코르뷔지에가 주장한 근대 건축의 5원칙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은 인간의 생활을 담는 기계(양진석, 『양진석의 친절한 건축 이야기-내 건물을 갖거나 여행 갈 때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예담, 2012, 서울, 84쪽 참고)”이며 “건축의 목적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에 있다(르 코르뷔지에, 이관석 옮김, 『건축을 향하여』, 동녘, 2002, 37쪽)”며 인간이 중심이 되는 집을 지었다.  6)양용기,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한국문학사, 2014, 33쪽  7)여기에서 사용한 갯벌섬의 개념은 갯벌이나 사구 등에 의해 연결되는 ‘land-bridge’를 말한다. 그것은 밀물과 썰물에 의해 육지와 연결되어 나타나는 일종의 토지의 조각으로, 우리에게 ‘신비의 바닷길’,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알려진 진도의 모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홍선기, 「섬의 生態地理와 持續可能性에 대한 小考」, 『도서문화』제37집, 2011.6, 251쪽 참고).  8)한옥의 가장 기본적인 지붕형태로 박공지붕이라고도 한다. 박공은 옆면의 ‘ㅅ’자 부분을 일컫는다.  9)이 글에서 영화 속 대사는 출처 표기 없이 “ ”로만 표시했다.  10)<김씨표류기>의 현실비판은 신정아·최용호, 「영화 <김씨표류기>:현대 글로벌 소비사회의 사회학적 보고서」, 『비교문화연구』 제25집, 2011.12 ; 김건, 「히키코모리의 행태와 소통방식의 이해방안-<흔들리는 도쿄>와 <김씨 표류기>를 중심으로-」, 『글로벌문화콘텐츠』 제12호, 2013.3에 비교적 잘 나타나있다.  11)김도훈, 〈한강 무인도에 그 남자가 살고 있다〉, 《씨네21》, 2007-09-13  12)위의 글  13)안창모, 「세상에 나온 섬, 여의도」, 『한강의 섬(윤진영 외)』, 도서출판 마티, 2009, 205쪽  14)이종묵, 「조선시대의 밤섬과 여의도」, 위의 책(윤진영 외), 62-66쪽 참고  15)한동욱, 「밤섬,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 위의 책(윤진영 외), 185쪽  16)폭파되기 전까지 밤섬은 지금보다 약 40배 정도 더 컸으며 당시 밤섬에는 62가구 443명이 살고 있었다.(위의 글, 184쪽 참고)  17)서윤영, 『집에 들어온 인문학』, 들녘, 2014, 15-17쪽 참고

    3. 소통수단과 편지

    앞에서 섬의 고립성을 어떤 각도에서 볼 것인가에 따라서 섬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섬을 단절된 곳으로 보면 <극락도 살인사건>이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처럼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 될 것이고, 바다를 통해 육지와 소통하면서도 독립된 공간이라고 본다면 <깃>이나 <인어공주>에서처럼 독특한 풍광을 지닌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곳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섬의 고립성을 해석함에 있어서 관건이 되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소통은 일반적으로 인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나의 메시지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막힘없이 흘러들어갔다가,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18)이다. <시월애>와 <김씨표류기>에서 그 자신이 외로운 섬이기도 한 인물들은 각자 우편함, 그리고 모래사장과 와인병이 라는 방식을 빌려 편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2000년대라는 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영화 속 인물들이 편리하고 신속한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느리고 불편한 아날로그적 소통수단을 선택한 이유와 의미를 분석해보도록 하자.

       1) 우편함과 편지

    <시월애>에서 성현은 1997년에 살고 있고 은주는 그보다 2년이 늦은 1999년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동일한 시간대에서 서로 소통한다. 아무리 2년이라는 시간은 큰 차이가 아니라고 우긴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두 사람은 절대 2년의 시간을 무시하고 동일한 시간대에서 만날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은주와 성현이 시간차를 극복하는 방법을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끌어다가 설명할 수도 있었겠지만 감독은 “미장센에 치우쳤던 전작들과 달리 인물들의 경험과 기억과 감정들을 소중하게 다룰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은 중요치 않다. 연기자들에게도 철저하게 모노로그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표현을 소화하라고 주문할 생각이다. 부딪힘 없이 각각의 감정만으로 서로 다른 시간 좌표에 놓인 두 인물이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말이다”20)라며 감성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서로 알지 못하던 남녀가 각자의 감정을 주고받으며 둘 사이에 존재하는 2년이라는 시간차를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된 것은 편지와 우편함이었다. 현대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디지털적 소통수단은 거의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주지만, 손편지는 쓰는 과정에서 도, 전달되는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전달과정에서 잘못 전달되거나 아예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종이 위에 펜을 움직여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정성과 마음을 담는 편지야말로 가장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매체라고 할 수 있으며 우편함에는 기다림의 미학과 시간성의 파괴가 용납될 공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일마레에서 편지를 쓰는 은주의 모습이 보인다. 은주는 자신이 쓴 편지와 일마레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운전수의 재촉에 아쉬운 마음을 거두고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 트럭에 오른다. 트럭이 사라지고 의연히 서 있는 우편함을 두고 바삐 움직이는 구름이 시간의 역행을 알리는 듯하다. 그렇게 시간은 성현이 일마레로 이사한 시점으로 거슬러 가고, 성현은 은주가 남겨놓은 편지를 발견한다. 끊임없는 교차편집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생활하지만 두 사람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은주와 성현은 서로 알지도 못하고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지만 일마레에서의 각자의 시간들을 공유함으로써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 은주는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며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가자는 애인의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미국으로 간 애인으로부터 연락이 끊기고 은주는 노심초사하며 마음을 졸인다. 급기야 그가 변심했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를 잊지 못해 가슴 아파하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한편 성현은 가족을 버린 부친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부친을 거부하지만 부친을 원망하는 것만큼 부친을 그리워한다. 성현은 은주의 도움으로 시간을 앞질러 구해 본 부친의 저서를 통해 자신에 대한 부친의 사랑을 이해하고 미움을 거둔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성현은 어느덧 은주를 사랑하게 되지만 은주는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옛사랑에 집착한다. 성현은 은주 앞에 모습을 드러내보기도 하지만 은주는 알아보지 못하고 성현은 절망한다. 결국 성현은 은주의 옛사랑을 지켜주기로 하고 약속 장소로 향한다. 은주는 성현의 마음을 너무 늦게 알게 되고, 그제서야 자신이 성현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 편지가 아니라면 이들의 애절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시월애>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레이크 하우스>에서 남자주인공 역을 맡은 키아누 리브스가 잘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레이크 하우스>는 시간에 관한 동화이자 성인을 위한 순수한 사랑 이야기다. 이메일 시대에 편지를 써서 교환하고, 조바심 내는 대신 2년의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는 사랑. 사랑의 단꿈도 꾸어보고 사랑의 실패도 경험해본 성인들을 위한 이야기”21)라고. 이처럼 편지와 우편함은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며 소통하는 과정과 어느새 사랑하게 된 은주를 향한 성현의 애틋한 마음은 물론이고 특히 뒤늦게 성현의 사랑을 깨닫고 시간을 되돌리려고 하는 은주의 안타까운 마음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들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며 낭만과 향수, 그리움, 아늑함, 따뜻함을 배가시키며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영화에는 일마레의 우편함 외에도 두 개의 우편함이 더 등장하는데, 성현이 어린 시절 활짝 웃으며 부친과 함께 찍은 사진 속에 등장하는 우편함과 성현이 은주를 위해 짓는 집 앞에 있는 우편함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영화에서 우편함은 편지와 더불어 가족과 연인들의 상처를 봉합해주고 서로의 마음을 전해주는 소통의 수단이라는 의미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모래사장, 와인병과 편지

    <김씨표류기>는 표류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통해 소통의 부재를 유쾌하게 꼬집는 한편 “섬처럼 떠 있는 인간들의 소통 의지에 대한 우화”22)로서, “현대인들의 소통에 대한 의지를 희망적으로 그려보고”23)자 했다. “<김씨표류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삶 한가운데 불량 남녀를 던져둔 뒤 기적 같은 도킹이 가능한지를 실험하는 영화다. 놀랍게도, 두 남녀는 일정한 격리를 통해 생을 갈구한다. 거리를 두고 상대(실은 자신)와 대면한 두 남녀가 무뎌진 소통의 감각을 일깨운다.”24)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그들이 사용하는 소통수단으로, 여자김씨와 남자김씨가 각각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은 인터넷과 휴대전화인데 반해 두 사람 간의 소통수단은 모래사장과 와인병을 이용한 편지라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애초에 여자김씨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후로 철저하게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외딴 섬처럼 완전히 고립된 자기만의 세계에서 생활한다.25) 그녀는 엄마에게도 휴대폰으로 명사형의 문자를 보낼 뿐이며 컴퓨터를 이용한 사이버세계에서만 소통한다. 그녀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마음껏 쇼핑을 하고 자신의 모습조차 마음대로 선택하며 미니홈피를 통해 네티즌들과 소통한다. 하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디지털 방식을 빌려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은 직접 대면과 진정한 소통을 더욱 차단한다.26)

    반면 남자김씨는 간절하게 소통하기를 원하지만 거부당한다. 그는 밤섬에 고립되자 지나가는 한강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지만 유람선 승객은 인사를 건네는 걸로 오해하고 열심히 손을 흔들어 화답할 뿐이다. 남은 배터리로 간신히 통화에 성공하지만 한강에 있는 무인도라는 말을 장난으로 받아들인 119대원은 어이없어 하며 전화를 끊는다. 이미 절교를 선언했던 여자친구는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리고 통신사 여직원은 녹음기마냥 기계적으로 이벤트 내용만 홍보하는 바람에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어 그는 정작 말을 하지도 못한다. 단 한 사람도 그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할 뿐이다.

    한 사람은 소통을 거부하고 한 사람은 소통을 거부당한다. 이런 두 남녀가, 뿐만 아니라 공간적으로도 떨어져 있고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며 공통의 소통수단도 가지고 있지 못한 여자김씨와 남자김씨가 마침내 소통한다. 이들의 관계에 있어서 소통의 성사 여부를 결정짓는 주체는 당연히 여자김씨다.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민방위훈련 20분 간 아무도 없는 세상을 엿보다가 어느 날 남자김씨가 모래사장에 써놓은 “HELP”라는 글씨를 발견한 여자김씨는 “두 달째 눈팅만 하”며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한다. 하지만 여자김씨의 일방적인 해석은 남자김씨에 대한 오독을 불러온다. 여자김씨는 남자김씨를 “외계생명체”라고 생각하며 남자김씨가 생존을 위해 하는 행동들, 가령 유람선이 다가오자 숨고 새똥을 보고 기뻐하며 새알을 꺼내기 위해 나무에 오르며 자신의 몸에서 땀을 핥고 짜파게티 스프에 집착하는 행동을 보고 “님은 수줍음이 많으며 더러운 걸 좋아하고 모험을 즐기는 확실한 변태입니다. 그리고 지구의 짜장면을 많이 궁금해 합니다”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세상과의 소통의 문을 굳게 닫은 여자김씨는 오히려 남자김씨를 “외로운 외계생명체”로 오독함으로써 그와 소통할 용기를 내고 “딱 한번 60억 지구인들을 대표해 외계생명체의 메시지에 리플을 달아주기로” 한다.

    고립된 원시공간에 있으며 공통의 소통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은 ‘외로운 외계생명체’와의 소통을 위해 여자김씨는 와인병 속에 편지를 넣어서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를 위해서는 방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나사의 도움 없이” “지구 밖으로 나가”는 것이기에 “암스트롱 이외에 또 한 번 인류의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다. 또한 이것은 사실은 사이버세계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던 거짓소통을 버리고 직접소통을 시도하는 순간이다. 그녀는 ‘굳이 방밖을 나갈 필요가 없’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수많은 이들과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던 것에서 ‘두 달째 눈팅’과 ‘나사의 도움 없이’ ‘지구 밖으로 나가’는 용기와 수고로움, “3개월하고도 17일”간의 오랜 기다림을 겪고서야 직접소통에 성공한다.

    비록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HELLO”, “HOW ARE YOU”, “FINE. THANK YOU. AND YOU?”와 같은 기본적인 인사에 불과하지만, 여자김씨는 이전과 달리 대면 접촉-실지로는 달을 촬영하는 고성능카메라를 이용하지만 남자김씨의 모습을 생생히 지켜본다는 점에서-을 함으로써 진실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녀는 카메라를 통해 남자김씨가 끌고 가는 오리배를 밀어주고 사진 속의 새똥을 묻힌 남자김씨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맞추며 남자김씨가 짜장면을 먹으며 흘리는 눈물을 닦아준다. 결국 그녀는 굳게 닫았던 마음도, 굳게 잠가두었던 방문도 열고 벽장에서 나온다. 그리고 급기야 진정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 남자김씨를 만나기 위해 집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남자김씨에게 다가가 똑똑히 말한다. “마이 네임 이즈 김정연. 후아유?”라고. “무엇이 그들을 구원할 것인가? 여자김씨의 경우는 나름 명쾌하다. 그녀가 결코 답할 수 없었던 질문, ‘Who are you?’에 다른 이의 사진이 아닌 자기 이름 석 자를 댈 수 있는 용기. 그것이 그녀가 세상에 다시 발을 딛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27) 그렇게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딘 여자김씨에게 남자김씨는 웃음으로 화답한다. 그리고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여자김씨의 손을 잡아준다. 각자의 이유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격리되었던 남자김씨와 여자김씨는 이렇게 서로 연대하여 세상과 소통을 시도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여의도와 밤섬이 각각 비인간적인 문명사회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원시적 공간을 상징하는 것처럼 남자김씨와 여자김씨가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그리고 모래사장과 와인병을 이용한 편지라는 소통수단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의미작용을 한다. 즉 전자는 신속하고 편리하지만 순식간에 허물어질 수 있는 관계들 간의 거짓소통을 상징하는 반면, 후자는 느리고 불편하지만 대면접촉을 통해 신뢰와 친밀감을 형성하고 진심을 바탕으로 한 소통을 상징하고 있다고 하겠다.

    18)김은성 외, 『진심은 어떻게 전해지는가』, 21세기북스, 2013, 13쪽  19)곽영진,〈멜로드라마 이현승의 『시월애』와 키에슬롭스키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공연과 리뷰 2000》, 142쪽. 최근에 개봉된 <인터스텔라> 역시 시공간에 관한 영화로, 상대성이론을 반영했다.  20)남동철, 〈2000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5] - <비밀> 外〉, 《씨네21》, 2000-01-11  21)이다혜·옥혜령, 〈<레이크 하우스>의 샌드라 불럭, 키아누 리브스〉, 《씨네 21》, 2006-09-01 <레이크 하우스>는 스토리를 비롯해서 전반적으로 <시월애>와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받는다.  22)김도훈, 앞의 글  23)김성훈, 〈‘천하장사’ 이해준 감독의 <김씨표류기>〉, 《씨네21》, 2008-09-02  24)이영진, 〈일정한 격리를 통해 생을 갈구하는 두 남녀 <김씨표류기>〉, 《씨네21》, 2009-05-13  25)그녀가 생활하는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를 두고 “소통의 부재를 언급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아파트 혹은 아파트단지의 공간적인 절연이다. 도시와 지역 생활환경에서 이탈하여 외톨이 형상으로 존재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그 속에서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자폐적이고 폐쇄적인 생활행태를 언급하는 경우이다. 공간적 절연은 사회적 절연으로 이어진다.”(박철수, 『아파트 :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 마티, 2013, 23쪽)  26)미국의 한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종이편지보다 이메일에서 더 거짓말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영국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평균 5명 중 4명은 하루에 1번 이상 휴대전화를 통해 거짓말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박민영, 『낭만의 소멸』, 인물과 사상사, 2014, 110-111쪽 참고). “손으로 종이에 글을 써야 하는 편지는 아날로그 미디어다. 그것은 신체성과 물질성을 간직하고 있어 거짓말을 덜하게 만든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그 신체성과 물질성이 소멸된다. 그에 따라 거짓말에 대한 부담과 죄책감도 줄어든다. ⋯(중략)⋯ 디지털은 거짓말을 습관화하고, 죄책감을 불식시키며, 그것을 합리화하게 만든다. 디지털의 간접성은 인간의 진정성을 일상적으로 파괴한다.”(위의 책, 110-111쪽)  27)김지미, 〈그래도 동정을 구걸하지 않는다〉, 《씨네21》, 2009-06-04

    4. 결론

    이상으로 ‘섬’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시월애>와 <김씨표류기>에서 물리적인 섬과 섬을 상징하는 공간과 소통의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영화에 나타난 섬의 이미지와 인식을 살펴보았다. 섬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특성, 즉 그것이 강이나 바다로 둘러싸여 육지와 분리되어 있다는 특성을 사람들은 흔히 고립되었다거나 고독하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며 영화에서는 섬이 부정적으로 형상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공간인식을 새롭게 하고 다각화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관건이 되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즉 섬을 하나의 단절된 공간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바다를 통해 육지와 연결되며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서로 연결하는 징검다리로 볼 것인가에 따라서 섬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섬은 영화 속에서 훨씬 다양한 공간으로 형상화될 것이며 그에 따른 연구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시월애>와 <김씨표류기>는 모두 섬을 배경으로 섬에서 촬영되었지만 물리적인 섬과 더불어 섬으로 상징되는 공간과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섬의 이미지 또한 긍정적인 형상과 부정적인 형상으로 복합적으로 그려지고 있어 이상의 문제를 총체적인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이들 영화에서 물리적인 섬과 섬으로 상징되는 공간으로 석모도와 일마레, 밤섬과 아파트 골방을 들 수 있다. <시월애>에서 실제 촬영지인 석모도는 일마레라는 상징적인 섬이 돋보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는 정도이며, 실질적인 주인공은 일마레이다. 일마레는 외딴 섬의 형상과 방어적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곧 인간의 원천적인 고독과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형상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공간을 통해 성현과 부친, 성현과 은주가 연결되고 그들 사이의 용서와 사랑이 이루어짐으로써 외롭고 고독했던 섬의 이미지는 따뜻하고 정겨운 섬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한편 <김씨표류기>의 배경인 밤섬은 고층빌딩으로 상징되는 기계적이고 비정한 현대사회와 대비되어 스스로 강인한 생명력을 내뿜을 뿐만 아니라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내는 원시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아파트 골방은 외부세계를 철저하게 차단한 폐쇄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미의 고립되고 단절된 섬을 상징하고 있다. 따라서 <김씨표류기>에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원시공간을 상징하는 섬과 음울하고 고립된 공간을 상징하는 섬의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영화에서는 공간뿐만 아니라 인물들 또한 고독하고 고립된 존재로 각각 하나의 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상호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손을 잡음으로써 그것을 극복한다. 그들은 구체적인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편지라는 소통수단을 사용하는데, 은주와 성현은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우편함을, 남자김씨와 여자김씨는 모래사장과 와인병을 이용해서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들은 첨단기술이 난무하는 현대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신속하고 편리한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느리고 귀찮은 아날로그적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직접적이고 진솔한 감정을 주고받는 한편 관객들에게 향수와 아련하고 따뜻하며 로맨틱한 정서를 불러일으킴으로써 마음대로 시간을 뒤섞고 서로 손 잡는 것을 용인하게 한다.

    이렇게 볼 때 이들 영화에서 섬은 일차적으로 고립되고 단절된 공간, 또한 그와 동일한 의미의 인간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소통을 통해 용서와 사랑과 화합을 이룸으로써 각자 고립되어 있던 그들은 서로를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된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지, 결코 그 관계들의 바깥이나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28)고 한 에드워드 사이드의 언급처럼 섬을 육지 중심의 시각이 아닌 관계 속에서 본다면 섬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극복하고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으며 영화에서 보다 다양한 공간과 상징으로 그려지는 섬의 형상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생각된다.

    28)김성곤, 「에드워드 사이드의 삶과 비평」, 『에드워드 사이드 다시 읽기-오리엔탈리즘을 넘어 화해와 공존으로』(김상률·오길영 엮음), 책세상, 2006,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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