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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한국어 교재의 학습 활동 연구 A Study on the Learning Activities of the Korean Language Textbooks in the Early 20th Century
  • 비영리 CC BY-NC
ABSTRACT
20세기 초 한국어 교재의 학습 활동 연구

This study is to consider the Korean language learning activities of westerners in the beginning of the 20th century. It investigated the aspects of practice activity which confirmed or strengthened the learning contents and utilized it variously. The Korean language learning activities of westerners in the beginning of the 20th century can be divided into five points in large.

First, pattern drill was the practice to master the structure of sentence through oral training. They tried to master the tense expression, honorific expression and interrogative expression and practiced to extend the sentence.

Second, the vocabulary practice was the learning activity of vocabulary itself using vocabulary list or by replacing the vocabulary in sentence.

Third, there was the writing practice and the translation practice. translation practice was to translate the sentences adapted significant grammar items. The writing practice suggested the process of ‘copying of sentences-writing from memory-writing from dictation-writing of original sentences’ and it included the speaking practice.

Fourth thing was the reading learning activity. There were the reading aloud practice of linguistic conversation phrases and the reading practice focusing on contents. The reading practice focusing on contents consisted of proverb reading, story text reading and explanation reading.

Until now, it has been known that the learning activity of Korean language textbook has been conducted since 1960s. But through this research, it is found that the learning activity of Korean language was executed by the Korean language textbooks of westerners in the beginning of the 20th century.

The Korean language learning activity of westerner in the beginning of the 20th century has the meaning that it suggested the frame of specific and systematical learning activity such as sentence structure training and that it handled the learning of Korean culture intentionally and that it reflected the Korean language learning experience of westerners and they developed the learning activity spontaneously.

KEYWORD
학습 활동 , 20세기 초 한국어 교재 , 문형 연습 , 어휘 학습 활동 , 읽기 학습 활동
  • Ⅰ. 서론

    외국어 교육은 학습자가 대상 언어를 학습하고,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원활하게 의사소통 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한다. 이와 같이 학습한 내용을 강화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훈련이나 연습을 일반적으로 ‘학습 활동’이라고 한다. 즉, 교재 내용을 학습하고 이것을 활용하는 학습 활동을 통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교수-학습과정이 실현된다고 할 수 있다. 현대 한국어 교재 역시 효과적인 언어 학습을 위해 다양한 학습 활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학습 활동은 교재가 편찬된 시기를 비롯하여 학습자, 학습 목적 등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박건숙, 2006:427-428).

    지금까지 선행연구에서는 이러한 학습 활동이 한국어 교재에 등장한 것을 1960년대 이후로 보고 있다.1) 1960년 이전에 저술된 한국어 교재는 한국어 문법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서 학습 활동에 대한 부분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국내에 언어 교육 기관이 설립되어 한국어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 이후의 교재들은, 대부분 ‘본문-단어설명-문법설명-연습문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이 시기부터 비로소 학습 활동 및 연습 문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편찬된 한국어 교재를 심층적으로 고찰한 결과, 당시 서양인들의 한국어 학습 활동이 수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행 연구에서 한국어 교재에 학습 활동이 등장한 것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것은, 한국어 교재 구성이나 한국어 교수법에 대한 연구에 비해서 학습 활동의 현황이나 기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특히 한국어 교육사(敎育史) 혹은 교재사(敎材史) 측면에서 학습 활동에 관한 연구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20세기 초 서양인의 한국어 학습 활동 양상을 밝혀내고, 시사점을 탐구하고자 한다. 본고는 그간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던 1960년대 이전 한국어 교재에 나타나는 서양인의 한국어 학습 활동 양상으로 연구 범위를 한정하였으며, 연구 대상은 다음과 같다.

    [<표 1>] 연구 대상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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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대상 목록

    위의 연구 대상 교재들은 1960년대 이전에 편찬된 서양인의 한국어 교재들2) 가운데 본고의 분석 결과 한국어 학습 활동이 나타난 자료들이다.

    본 연구에서는 학습 활동을 ‘학습 과정 속에서 연습이나 문제, 과제 등의 형식으로 제공되는 학생 중심의 수행 활동’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학습 활동이 한국어 교재 속에서 어떻게 안내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3)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20세기 초의 교재들의 학습 활동에 대하여 현대적 관점의 학습 활동 평가를 적용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당시의 학습 활동 분석과 평가는 시대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당시 교재는 오늘날 교재의 구성·시각적 디자인·학습자 활동 등과 대비하여 현저히 부족하므로, 당시의 학습 활동이 어떤 ‘주목할 점’을 가졌다는 것은, 실제로 오늘날 교재의 학습 활동과 비교한 장점이라기보다는 오늘날에 주는 시사점에 관계된 것이며 역사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임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1)이지영(2003)은 근대 초기에 외국 선교사들이 편찬한 한국어 교재의 단원 구성은 대부분 단순하게 본문과 번역의 형태로 이루어져 특별히 학습 활동에 관한 부분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박건숙(2006)도 이지영(2003)의 연구 결과를 수용하여, 한국어 교재에 학습 활동이 등장한 것을 1960년대 이후로 보고, 1960년대부터 1985년 중반까지 간행된 한국어 교재의 학습 활동을 분석하였다. 신현숙(2006:116) 역시 1959년 이전의 초기 한국어 교재는 학습 활동에 관한 부분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 1959년부터 1985년까지의 교재를 분석하였는데, 1959년부터 1985년까지의 한국어 교재는 많은 양의 언어 지식을 학습자가 암기하고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두고, 반복 연습 및 훈련을 통해서 학습 내용을 강화하는 형식이 주로 나타난다고 평가하였다.  2)지금까지 발굴하여 알려진 과거 한국어 교재 전체 목록들은 고예진(2013)을 참고할 수 있다.  3)본고에서 ‘연습’이라함은 ‘exercise’나 ‘practice’, ‘drill’을 모두 포함한다. 이들은 명칭에는 차이가 있지만 학습 내용을 확인하거나 강화하는 학습 활동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drill’은 반복을 강조하는 학습 활동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므로 포함하기로 한다. 한편, Nunan(1999:25-26)에서는 ‘과제(task)’가 언어 외적 결과(nonlinguistic outcome)라면, ‘연습(exercise)’은 언어적 결과(linguistic outcome)라고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Harmer(1983:88-141)에서도 언어활동 영역을 대상으로 하여, ‘활동(activity)’이 언어 외적 결과의 측면이 강한 측면에서, ‘연습(practice)’과 대비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하여, 본 연구에서의 ‘학습 활동’이라 함은, ‘과제(task)’나 ‘활동(activity)’과 같이 ‘언어 외적 측면이나 결과’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언어적 연습(linguistic exercise or linguistic practice)’에 가까운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한다.

    Ⅱ. 20세기 초 한국어 교재 개관

    19세기 중엽 이후 유럽과 북미에서 교통·통신의 발달로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의사소통이 중요하게 되면서, 19세기 말에는 언어 습득 및 구어 중심의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었다(신길호, 2004:21). 한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서양인들은 선교·외교·군사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한국어를 연구와 학습의 대상으로 삼아, 이전 시기와는 달리 ‘체계적인 한국어 학습’을 시도하였다. 서양인들 스스로 한국어를 습득한 뒤 한국어 교재를 저술하여 후속 한국어 학습을 안내하였고, 한국어 교수·학습 경험을 교재에 반영함으로써,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한국어 교재는 꾸준히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였다.

    한국어 교재 가운데, 학습 활동을 담고 있는 1960년대 이전의 교재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2>] 학습 활동을 포함한 1960년대 이전의 한국어 교재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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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 활동을 포함한 1960년대 이전의 한국어 교재 개관

    Baird(1903)는 한국어 학습에 중요한 문법 항목들을 표제어 42개로 제시하고 있다. 각 표제어를 제시한 후 해당 표제어에 관한 문법 설명을 제공한다.

    Underwood(1921)는 주제별 회화부 35개의 단원과 어휘부로 구성되어 있다. 회화문 본문은 한글로 되어 있으며 영어 번역문은 없다.

    Eckardt(1923)는 전체 총 45개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단원(lesson)은 ‘문법설명-어휘모음-읽기자료-회화자료’의 순서로 전개되고 있다.

    Sauer(1925)는 전체 4부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제1부는 요한복음서의 구절 가운데 핵심문장으로 활용될 부분을 골라 30개의 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과에서 제공하는 단 하나의 핵심문장을 완벽히 암기, 복습해야 하며 이 학습을 돕는 하위 예문들을 10~15개 정도 제공하고 있다. 제2부는 전체 19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과는 두 개 혹은 세 개의 연습(excercise)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연습은 모두 문형 연습(pattern drill)단계를 구현하고 있다. 제3부는 ‘방문, 흥정’ 등의 상황을 담고 있는 회화체 문장을 싣고 있고 제4부에는 1부와 2부의 문법에 관한 설명을 영어로 간단히 기술하고 있는데, 다른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다.

    Ⅲ. 20세기 초 한국어 교재의 학습 활동 양상

    20세기 초 서양인의 한국어 교재에 나타난 한국어 학습 활동은, 학습 활동의 주된 내용에 따라 ‘언어 지식 영역’과 ‘언어 기능 영역’으로 구분하기로 한다.4) 당시 한국어 학습 활동 가운데 ‘언어 지식 영역의 학습 활동’에는 문형 학습, 어휘 학습, 번역 학습이 해당되며, ‘언어 기능 영역의 학습 활동’에는 읽기 학습, 작문 학습이 해당된다.

       1. 언어 지식 영역의 학습 활동

    1) 문형 학습

    문형 연습(Pattern drill)5)은 집중적인 구술훈련을 통해서 문장의 문법적 구조를 익히게 하는 지도 형식을 총망라한 포괄적인 명칭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훈련의 종류와 유형이 있다. Paulston(1970)에 의하면 훈련(drill)에는 세 가지 유형 즉 기계적 훈련(mechanical drill), 의미훈련(meaningful drill), 의사소통 훈련(communicative drill)이 있으며 이들 훈련 유형과 상호교차 되는 훈련의 종류로서 수십 가지에 달하는 구조적 문형 훈련이 별도로 총망라된다고 한다.

    Baird(1903)Sauer(1925)에서 ‘문형 연습(pattern drill)’을 분석해 낼 수 있었다. Baird(1903)Sauer(1925)에는 문형 연습 가운데 의사소통 훈련(communicative drill)을 제외한 기계적 훈련(mechanical drill), 의미훈련(meaningful drill)6)이 나타났다. 기계적 훈련(mechanical drill)에는 대체훈련(substitution drill)과 변형훈련(transformation drills)이 나타났다. 대체훈련과 변형훈련은 교체훈련(alternation drill)에 포괄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형태·어휘 훈련(morpho-lexical drill)과 통사 훈련(syntactic drill)으로 분류될 수 있었다.

    다음은 Baird(1903)에서 제시하는 42개의 문법 항목 표제어 가운데, 1번 표제어(수잇소)에서 제시하고 있는 문형 연습의 일부이다.

    Baird가 제안하는 문형 연습 4단계에 따라, 1번 문법 항목 표제어인 ‘수잇소’를 통해 학습하는 구문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단계 훈련(drill)은 주어진 문형의 의미를 파악한 후 형태의 변형을 통해 높임표현과 시제표현, 의문표현을 연습하게 하는 것이다. 주어진 문형과 그 반대 표현을 같이 연습하게 하는데, 교체훈련(alternation drill)으로 볼 수 있다. 형태·어휘 훈련(morpho-lexical drill)과 통사 훈련(syntactic drill) 중 형태·어휘 훈련이며 대체훈련(substitution drill)과 변형훈련(transformation drills) 중 변형훈련에 해당한다.

    2단계 훈련(drill)은 ‘가다, 보다, 먹다’ 등 다른 동사로 대체하여 문법항목 ‘-ㄹ 수 있다’를 적용하는 연습이다. 형태·어휘 훈련(morpho-lexical drill) 및 대체훈련(substitution drill)에 해당한다. 즉, 통제된 훈련(controlled drill)7)의 성격을 띤다.

    3단계 훈련(drill)은 문장의 주어를 다양하게 교체하여 문장을 완성해 보는 연습이다. 한국어에서는 대부분 (인칭)대명사, 성·복수표시를 사용하지 않고 문맥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주어를 넣어서 주어진 문형을 연습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교체 훈련 중에서 통사 훈련과 대체훈련에 해당한다.

    4단계 훈련(drill)은 자유문장 작문을 제안하며 예시문장을 2~3개 제시하고 있다. 주어진 문형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meaningful drill’(의미훈련)8)로 볼 수 있다. 즉, ‘+볼수업소/ 죠션밥+먹을수업소/ 일+갈수업냐’와 같이 ‘A+B’의 양상으로 구조학습(목적어+서술어, 부사어+서술어)을 유도하고 있다. 일정한 문장의 틀을 제시하여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이분법의 방법으로 학습한 문형에서 자연스럽게 문장 형성에 이르게 하는 과정이다. 구어에서 주로 문장의 주어가 생략되는 점을 반영하여, 주어가 없는 문장을 형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장형성에 대한 쉬운 접근방법이며 문장에 관한 직관이 생기게 하는 효과가 있다.

    Baird(1903)의 학습 활동은 이와 같이 문장을 생성하는 학습 활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1번 문법 항목인 ‘수잇소’는 문형 연습 4단계를 거치면서 ‘갈수잇소→ 이갈수업냐’까지 표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9번 문법 항목인 ‘면됴켓소’ 역시 ‘오면됴켓다 →일면삭주겟다, 부모효도 면됴켓소, 교군부르면곳가겟소’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Baird(1903)의 문형 연습의 의의는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문형학습 1, 2, 3 단계(pattern drill 1, 2, 3)를 통해 주어진 ‘문형(pattern)의 활용연습’을 하게 된다. 문형 연습 1단계에서 ‘높임 표현, 시제 표현, 의문 표현’을 적용해보고 문형 연습 2단계에서는 주어진 문형을 다양한 동사에 적용해 본 뒤, 문형 연습 3단계에서는 다양한 주어와 결합해 본다. 3단계의 연습 단계를 거치면서 문형을 반복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문형의 ‘이해’ 단계로 볼 수 있다.

    둘째, 문형학습 4 단계(pattern drill 4)를 통해 ‘문장 생성 연습’을 하게 된다. 즉, ‘수밧긔업소’에서 ‘집에갈수밧긔업소, 날이더울수밧긔업소’의 문장을 생성하는 것이다. 학습이 진행됨에 따라 ‘면됴켓소’에서 ‘일면삭주겟다, 부모효도면됴켓소, 교군부르면곳가겟소(Baird, 1903:19)’와 같이 이어진 문장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는 문형의 ‘표현’ 단계로 볼 수 있다.

    셋째, 문형연습 1~4단계를 거치면서 주어진 개별 문형에 숙달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한국어 문장의 어순, 호응 등 한국어 문장을 형성하는 ‘틀’에 대한 직관을 형성할 수 있다. 19세기 서양인의 한국어 교재에서 한국어 문법 체계를 명시하여 설명한 것과 달리, Baird(1903)의 문형 연습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 문장을 직접 생성, 확대할 수 있 으며, 한국어 문장에 대한 직관을 형성하게 한다는 점은 Baird(1903)가 제안하는 문형 연습의 중요한 가치로 주목할 수 있다.

    이러한 문형 학습은 Sauer(1925)에서도 분석할 수 있었다.

    다음은 Sauer(1925)의 partⅡ에서 적용되는 문형 학습(pattern drill)을 잘 보여준다.

    이 단원은 Exercise 1~3 단계로 문형 연습을 안내하고 있다.

    Exercise 1에서 ‘서울가기를원오, 그이를도와주기원오’와 같이 ‘-기원다’ 문형에 대한 형태·어휘 훈련(morpho-lexical drill), 대체훈련(substitution drill)을 적용하고 있고, Exercise 2에서는 의문문이나 부정문을 만드는 통사적 변형 훈련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Exercise 3에서는 ‘-기원다’ 문형에서 다양한 의미의 표현 방법으로 확대하여 drill을 안내하고 있다. 즉, 단지 경향을 표현하는 방법(to express a mere inclination), 소망을 더 강하게 표현하는 방법(to express a more intense desire), 의도를 표현하는 방법(to express an intention)을 설명하고 있다. 즉, ‘갈이잇소, 가고십흐오, 갈생각잇소’까지 확대하여 문형 연습을 할 수 있는 의미훈련(meaningful drill)으로 볼 수 있다.

    Sauer(1925)의 part Ⅰ에서도 핵심문장을 먼저 제시하고, 핵심문장의 학습 방법으로서 문형 학습(pattern drill)을 제안하고 있다.

    해당 단원의 도입에서 제시하는 핵심문장은, 그 아래 12개 하위문장의 문형 학습을 통해 귀납적으로 학습하도록 한 것이다.

    ‘1번 녀인이왓슴니다-2번 녀인이문안에셔왓슴니다-3번녀인이물을길너왓슴니다’는 핵심문장 ‘녀인이문안에서물을길너왓소’의 기본문형인 ‘녀인이왓소’를 이해하고, ‘문안에서’, ‘물을길너’를 ‘A+B’의 양상으로 문장이 확대되는 구조(부사어+서술어)를 학습 할 수 있도록 제안한 문형 학습 과정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위문장들은 다른 주어 ‘사이’, ‘가’, ‘그이가’로 다양하게 적용한 결과를 보여주거나 ‘당신을보러’, ‘셔울셔’, ‘평양셔’ 등 다양한 부사어를 적용하고 대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하위문장 연습을 통해 핵심문장의 문형을 반복, 암송할 수 있게 된다.

    Baird(1903)Sauer(1925)에서 제안하는 문형 연습(pattern drill)은 일반적으로 ‘통제된 반복(guided repetition)’과 ‘대치 연습활동(substitution activities)’으로 구성된다. 이 활동에는 전체 반복연습 그리고 구두에 바탕을 둔 통제적 읽기 및 암송(controlled oral-based reading and recitation)이 포함될 수 있다. 한국어 학습 활동에 대한 설명과 학습 활동의 성격으로 비추어 볼 때, 학습자간 연습과 한국어 교사와 학습자간 연습, 집단 연습을 포함한 구두 연습 활동이 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문형 연습과 관련된 학습 활동으로, Baird(1903)는 한국어 교사의 도움으로 10개 문장 만들어 보거나 지금까지 배운 것을 활용하여 긴 문장 25개 만들어 보기,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 보고 교사에게 정확한 지를 검사받기(Baird, 1903:30)의 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Sauer(1925:6~32)는 주어진 문장의 단어 바꿔 다른 문장 25개 만들어 보기, 지금까지 학습한 의문문 모아서 정리해보고 의문문에 대한 답 만들어보기, 책·물·연필 등 하나의 단어로 연상되는 짧은 문장 재미있게 만들어보기, 지금까지 학습한 문장 연결하여 연결되는 이야기로 만들어보기 등 학습이 지루할 때 다양한 문형 학습 활동을 시도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2) 어휘 학습

    20세기 초 서양인들은 한국어 어휘 학습을 중요하게 여겼다.

    어휘 학습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어휘 자체의 의미나 결합 방식, 의미 관계 등에 대한 학습 활동과 둘째는 문장 속에서 단어의 의미 혹은 기능에 관한 학습 활동이다(박건숙, 2006:459).

    먼저 어휘 자체의 의미나 결합 방식, 의미 관계 등에 대한 학습 활동은 어휘 목록으로 제시하였다. 20세기 초 한국어 교재에서 어휘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학습 활동은 주로 의미를 학습하는 수준이다.

    다음은 Sauer(1923)과 Underwood(1921)의 어휘 목록이다.

    <그림 8>의 왼쪽은 Sauer(1925)의 어휘 목록 일부이고, 오른쪽은 Underwood(1921)의 어휘 목록 일부이다. Sauer(1925)는 어휘 목록 앞에 ‘각 단원을 학습한 뒤 새로운 단어를 정리·암기하기,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배운 단어를 복습하기, 어휘 색인표를 활용하여 매일 적어도 10분씩 이미 익힌 어휘복습하기’(Sauer, 1925:122) 등 어휘 학습 활동을 구체적으로 제안, 설명하고 있다. Underwood(1921)는 주제별 회화문에서 다루는 단어를 목록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주제별 어휘 목록을 통한 ‘분류 범주형 어휘 학습’도 시도하고 있다. Baird(1903)는 종교 관련 특수 어휘를 별도로 제시하였고, Underwood(1921)는 지리적 명칭(geograohical names), 측량단위(양, 거리, 넓이, 화폐 등), 시간단위(해, 달, 날 등), 친족관계일람표를 어휘 정리하여 학습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Eckardt(1923)는 이러한 어휘 목록을, 각 단원에 ‘어휘부’를 마련하여 로 이원화하여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14과의 주제별 어휘제시는 a) 음식에 관한 어휘로 ‘음식, 진지, 양식, 국, 면투, 면보, 감자, 밥, 반찬, 죽, 국수, 국수장국, 떡, 과자, 간장, 된장, 두부, 김치, 무, 당근, 배추, 달걀, 구운 고기, 살믄 고기, 조리다, 물 끄리다, 복다, 썰다’ 등을 싣고 있다. b) 해당 단원의 단어 제시는, 해당 단원의 학습을 위해 익혀야 하는 단어를 먼저 제시하여 원활한 학습을 돕는 것이다. 14과의 경우 ‘삼다, 원하다, 짐, 받치다. 쉬다, 당하다, 과연, 머슴, 몹시, 온, 가렵다, 낙심하다, 실망하다, 배고프다, 물고기, 개, 삶다’ 등의 어휘를 싣고 있다.

    문장 속에서 단어의 의미 혹은 기능에 관한 학습 활동은 Sauer(1925)에 나타나고 있다. 문형 연습 가운데 대체 연습(Studying by substitution)은 문장의 각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교체)함으로써 다양한 단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즉, 구문 내의 특정 어휘를 반복적으로 대체하는 활동이다. 통사 층위에서 어휘를 학습한다는 점에서 훨씬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의 예는 대치 연습을 통해 어휘 학습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 다섯 문장에서는 ‘그이가-그 의가-그 들이-그이’, ‘오-시젼에-어제-세시에-언제’의 단어들이 문장 속에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어휘 대체 학습 활동’은 통사 층위에서 어휘의 의미, 기능 등을 학습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3) 번역학습

    번역 연습은 19세기 서양인의 한국어 교재에서 꾸준히 활용되는 방법이었는데, 20세기 초 한국어 교재에서는 Eckardt(1923)에 번역 학습이 남아 있다. Eckardt 교재의 ‘과제 학습란’은 각 단원에서 학습한 문법 내용에 대한 예제의 성격을 띠는 것인데, 독일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해보는 이른바 ‘문장 만들기 학습 활동 문제’이다.

    위 인용의 각 문장은 해당 단원(조동사 단원)에서 학습한 문법 항목과 요소를 포함하므로 문법에 대한 적용학습이 이루어진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문장이 아닌 실제 회화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문법 번역식 학습’과는 성격이 다른 번역 학습 활동이다.

       2. 언어 기능 영역의 학습 활동

    1) 읽기 학습

    읽기 학습은 ‘회화 구문을 소리 내어 읽기 학습 활동’과 ‘내용 중심의 읽기 학습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회화 구문을 읽는 연습은 Underwood(1916), Sauer(1925), Eckardt(1923)에 나타난다. Underwood(1916), Sauer(1925)의 회화 구문이나 일상 대화를 기록한 Eckardt(1923)의 회화 자료를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이다. 다음은 Underwood(1916), Sauer(1925)의 회화 구문 읽기 학습 자료의 일부이다.

    Sauer(1923:4-7)는 주어진 회화 구문을 한국인이 반복해서 읽도록 하여, 그것을 주의 깊게 들으며 전체 문장을 통째로 읽는 학습 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문장 읽기 연습을 반복하여 ‘스며드는 과정(soaking in process)’을 거쳐 자동화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강조하였다. 유창성(fluency of speech)을 강조하여, 발음의 정확성보다는 1초에 5음절 정도 발화하는 정상적인 발화 속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안내한다.

    Underwood(1921) 역시 주제별로 주어진 회화 구문을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반복함으로써 한국어 회화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교재에는 한국어 회화 구문에 대한 해석이나 발음이 제시되지 않았는데, 당시 한국인 교사와 함께 하는 수업 교재로 활용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9)

    주로 회화문에는 대화 맥락, 상황이 설정되어 있어 당시 한국 사회를 반영하거나 한국 문화 교육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회화문의 대화 내용과 상황을 통해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의 <그림 1> Underwood(1921)에서는 회화 단원이 초상집의 담화 상황을 다루고 있다. 이 외에도 ‘혼인, 연날리기, 가족’ 등 당시 한국 문화를 다루고 있어 대화를 읽고, 대화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Eckardt(1923)의 읽기 연습은 다음과 같이 한국어 회화를 발음 나는 대로 로마자로 음역하여, 한국어 학습자가 보고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위의 Eckardt 회화 구문 읽기 학습 자료는 매우 생생하고 실제적인 한국인의 대화를 싣고 있다. 다단으로 구성하여 왼쪽에는 한국어 회화를 로마자로 전사한 것을, 오른쪽에는 해당 내용의 독일어 번역을 싣고 있다.10)

    이러한 방법은 한국어 발음을, 청각이 아닌 시각 자료를 통해 접한다는 한계를 가지지만, 한국어를 전혀 모르고 한국어 화자를 접하기 어려운 당시 외국인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하기에 나름대로 효과적인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Eckardt(1923) 회화 학습 자료는, 로마자로 표기된 한국어 회화를 ‘소리 내어 읽는 학습 활동’으로 유도한다.

    한편, ‘내용 중심의 읽기 학습 활동’은, 주어진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통해,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는 독해 연습도 겸하는 한국어 학습 활동이다. Eckardt(1923)는 읽기 학습 자료로, ‘설명하는 글’과 ‘이야기 글’을 제시하였다.

    이 글은 ‘한국인의 제사’ 문화를 설명하는 글의 일부이다. 이 외에도 한국의 종교, 결혼관습, 의복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형식의 글을 단원의 읽기 자료로 제시하였다. 읽기 학습 자료로서, 주요 한국 문화에 대한 내용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image

    ‘무새와 오리니야기’는 한국민담인데, 민담을 읽기자료로 제시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며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이해하도록 하였다.11)

    이와 같이 ‘설명하는 글, 이야기 글’을 읽는 학습 활동을 통해 언어 기능으로서 ‘읽기’ 학습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이해’라는 내용 중심의 한국어 학습을 시도하고 있다.

    2) 작문 학습

    한국어 작문 학습 활동은 Sauer(1925:5)에서 제안하고 있다.

    먼저 한국어 문자 습득 후 한글 자모음을 쓸 수 있을 때부터 ‘문장 베껴 쓰기(copying of sentences)’를 시작하고 ‘문장 외워서 쓰기(writing from memory)’ → ‘받아쓰기(writing from dictation)’ → ‘문장 작문하기(writing of original sentences)’의 학습 과정을 안내하고 있다. 매일 한국어 작문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마지막 단계의 작문 연습 결과는 주위의 도움을 받아 교정하고 재작성하는 학습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Baird(1903)는 ‘구두 작문(oral composition)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Sauer(1925)와 달리 눈으로 보거나 쓰기(writing) 연습을 많이 하는 것보다, 크게 소리 내어 암송하면서 학습한 문장을 활용하여 새로운 내용의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이 훨씬 좋은 학습 활동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Baird(1903:18-30)가 각 문법 항목을 학습한 다음 단계로 제시한 ‘문장/구문 만들기’ 활동은 모두 ‘구두 작문 활동’을 가리키는 것이다.

    4)박건숙(2006)의 ‘학습 활동 분석 기준’을 따르기로 한다.  5)‘Pattern drill’을 적용하여, Penny Ur(1996:84)는 정확성과 유창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문법 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인지단계(Awareness step) ②통제훈련(Controlled drills) ③의미훈련(Meaningful drills) ④안내에 따른 연습(Guided, meaningful practice) ⑤자유문장작문(free sentence composition) ⑥담화작문(diccourse composition) ⑦자유담화(Free discourse)  6)‘mechanical drill(기계적 훈련)’은 옳은 응답은 단 하나 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학습자의 응답에 완전한 통제가 가해진다. 반복훈련(repetition drill), 대체훈련(substitution drill), 변형훈련(transformation drill) 등이 이에 속한다. ‘meaningful drill(의미훈련)’은 문장의 구조를 익히기 위한 훈련의 일종이다. 의미상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이 훈련을 완성할 수 없게 된다. 언어조작에 개입되는 특징적 자질을 인식하고, 문법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alternation drill(교체훈련)’은 문장구조를 익히기 위한 훈련으로 대체(substitution), 변형(transformation), 확대(expansion) 등을 포괄하는 명칭이다. 교체 훈련을 크게 나누어 형태․어휘 훈련(morpho-lexical drill)과 통사 훈련(syntactic drill)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교체훈련의 유형에는 대체훈련(substitution drill), 변형 훈련(transformation drill), 완성훈련(completion drill), 확대훈련(expansion drill) 등이 있다(조명원, 1991:295).  7)Baird는 이 단계를 ‘substitute’ 단계로 이름 붙였다. 단순히 기계적인 훈련(mechanical drill)보다 ‘통제적 성격의 훈련’이라는 점에서 ‘controlled drill’로 분석하였다.  8)Baird는 이 단계를 ‘application’단계로 이름 붙였다.  9)이 교재의 서문에서는 이 책이 선교사들의 ‘The Language School’ 교실에서 사용된 교재를 책으로 출판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오대환(2013)에서도 당시 ‘The Language School’에서 활용한 교육과정(curriculum)을 밝힌 바, 이를 확인할 수 있다.  10)<그림 3>에서 로마자로 전사한 회화를 한국어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갑:그 세에 평안 하시오? 을:예, 나는 관계치안소만은, 다 평안 들 하시오?갑:예. 저 거시기. 해관세라 하난 세납은 무슨 세납인가요? 을:그 세납은 각 국에 다 읻난 거시니,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난 물건에도 받고, 본 나라에서 나가난 물건에도 받난 거신데, 해관세가 비쌀수록, 본 물건 갑시 비싸지오.  11)총 24편의 한국 민담을 싣고 있는데, 이 이야기들은 Eckardt가 한국어를 배우면서 여러 한국인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받아 적어 정리한 것을 읽기 학습 자료로 제시한 것이다.

    Ⅳ. 20세기 초 한국어 교재의 학습 활동 분석 결과

    지금까지 분석한 20세기 초 서양인의 한국어 학습 활동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19세기 말 서양인들의 한국어 문법 체계 중심 학습은, 20세기 초에 학습자의 ‘학습 활동’으로 전환하였다. 서양인들은 19세기 말, 주로 한국어의 문법 체계를 학습하는 데 치중하였다. 서양 문법과 대조하여 한국어 문법의 체계를 밝히고 학습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이르러 서양인들의 한국어 학습은 문법 체계에 대한 강조는 약화된 반면, ‘학습 활동’의 강조로 전환하였다. 광범위하고 자세한 문법 설명 대신, 학습량을 최소화하여 핵심 문형을 선정·반복하는 학습 활동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Baird(1903)는 핵심 문형 42개를 선정하여 학습 자료로 제시하였고, Sauer(1925) 역시 핵심 문장을 제시하여 그에 따른 하위 문형 학습을 제시하였다.

    Sauer(1925:73)에서 필수 동사 10개(주다, 보다, 사다, 가져오다, 앉다, 얻다, 하다, 가져가다, 놓다, 보내다)를 10일 동안 연습하는 활동을 제안한 예는 이러한 학습 활동 양상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 20세기 초 서양인들이 활용한 회화 학습 자료나 읽기 학습 자료들은 담화 상황이나 맥락을 담고 있어 한국 문화 학습이 가능하다. 당시 학습 활동은 유의미한 문법 항목을 구문에 적용하는 연습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법 학습이나 읽기 학습에 치중되지 않고 문화 학습 내용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의의를 가진다.

    셋째, 한국어로 ‘표현’하는 학습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직접 소리 내어 읽으면서 반복·암송하기, 학습한 구문을 활용하여 내용을 생성하는 구두 작문 하기, 스스로 한국어 문장 작문하기 등 표현 위주의 학습활동이 주(主)를 이룬다. 이것은 문어 중심의 문법 학습에서 벗어나 구어 중심의 회화 학습 및 표현 위주의 학습으로 전환하였음을 잘 보여준다.

    의사소통 중심 및 통합적 교수법이 주류를 이루는 2000년대 이후에 편찬된 한국어 교재들은 새로운 방식의 학습 활동을 제시한다. 이 교재들은 학습 활동을 과제(task)나 활동(activity)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습자의 동적(動的)인 ‘활동’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학습자의 의사소통 기능의 향상에 초점을 둔 것이다.

    통시적 관점에서 학습 활동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현대의 동적인 ‘활동’ 측면에서 피상적으로 한국어 학습 활동의 유무를 판단하지 않고, 본질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세기 초에는 외국어 교재와 학습 활동에 대한 연구, 이론이 미숙하였으며 한국어에 대한 내국인의 연구는 물론 외국인의 연구도 미미한 시기였다. 따라서 현대의 시각적이거나 공간적인 활동 등의 ‘동적’ 학습 활동이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습의 초점은 ‘활동’ 자체보다 ‘내용’에 두었을 것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다양한 멀티미디어자료나 온라인 자료 등 학습 환경이 제공되고 있지만 당시 20세기 초는 교육 환경 및 언어 교육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가 부족했으므로, 이러한 환경의 한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기준성(2006)은 2006년 당시 서울시내 주요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사용하는 한국어 주교재를 대상으로 학습 활동을 분석하였는데, 의사소통 기능을 중심으로 학습 활동이 구성되는가 하면 문법 및 문형을 중심으로 학습 활동이 구성되기도 한다고 하였다. 이 가운데 ‘문법 및 문형 중심의 학습 활동’은 구문 형식 바꾸기, 문형 반복 대치하기 등의 활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문법과 문형의 이해를 돕는 유형이라고 분석하였다(기준성, 2006:28-29). 또, 박건숙(2006)은 1960년대부터 1986년대까지 개발된 한국어 교재를 대상으로 학습 활동을 분석하였는데, 이 시기의 교재들은 대화를 암기하고 문형을 반복·연습하는 형식으로 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형을 바꾸는 문형 교체에 관한 학습 활동이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고 분석하였다(박건숙, 2006:443). 이러한 논의들에 따르면 현대 한국어 교재의 다양한 학습 활동 가운데 ‘문형 연습 중심의 학습 활동’은 1960년대 한국어 교재부터 이어져 온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본고는 1960년대 한국어 교재 이전인 20세기 초 한국어 교재에서부터 한국어 학습 활동을 추적할 수 있으며, ‘문형 연습 활동’도 나타남을 밝힌 것이다.

    특히 20세기 초 1920년대 한국어 교재에 나타나는 학습 활동은 당시 19세기 후반에서 시작되어 20세기 초에 각광 받았던 개혁적인 언어교수 법의 흐름12)에 따라, 구어 및 발음에 관심을 가지고 언어의 반복 훈련(drill) 등을 강조한 경향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한국어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고 한국어 교육에 대한 이론적 근거 없이, 오로지 한국어 학습자였던 저자 스스로의 한국어 학습에 관한 실제 실패 및 성공의 경험을 토대로 후속 교재를 집필하고 구성함으로써 당시 서양인들의 한국어 학습에 관련된 실제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20세기 초 서양인의 한국어 학습 활동은, 당시 세계적인 언어 교육의 흐름에 따르되, 서양인들이 그간 터득한 한국어의 특성과 학습 경험을 잘 반영하여 한국어 학습 활동을 구안한 의의를 가진다.

    12)19세기 말엽부터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언어교사들과 언어학자의 합의된 공동노력은 언어교수 역사에서 ‘개혁운동(Reform Movement)’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또, 언어 음성 체계의 과학적인 분석과 기술을 제시한 음성학이 확립되면서, 구어를 발화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1886년에 국제음성학회가 창설되고, 국제음성기호(International Phonetic Alphabet:IPA)가 제정되어 어떤 언어의 음성도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게 되었다. 국제음성학회의 초기 목표 중 하나가 바로 현대 언어 교수방법을 개선하는 데 있었다(신길호, 2004:21).

    Ⅴ. 결론

    외국어 교수-학습 과정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학습 활동’은, 교수법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효과적인 언어 학습을 위해 다양한 시도의 대상이 된다.

    20세기 초 서양인들 스스로 선정하여 마련한 한국어 교재의 학습 활동은, 시각·청각적 자료의 부재 및 다양한 활동성의 결여 등 여러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어 학습 활동 구안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세기 초 서양인들은, 19세기 말부터 누적된 서양인들의 한국어 학습 경험을 토대로 하여,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학습 활동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한국 문화 영역까지 고르게 학습 활동을 구성하려는 노력을 시도하였다. 무엇보다도 자발성을 근간으로 새롭게 구안된 학습 활동이라는 의의를 가진다. 즉, 당시 서양인들이 실제 의사소통 능력 함양을 목적으로 하여, 그들의 누적된 경험과 한국어 학습에 대한 강한 열의를 바탕으로 한국어 학습 활동을 구안한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서 20세기 초 서양인들의 다양한 한국어 학습 활동을 추적하여 밝혀낼 수 있었다. 따라서 1960년대 이전의 한국어 교재들은 학습 활동 부분이 전혀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는 기존의 논의를 바로 잡아, 한국어 교재사(敎材史)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의를 가진다.*

    *이 논문은 2014년 7월 31일 접수하여 2014년 9월 17일 논문 심사를 완료하고 2014년 9월 22일에 게재를 확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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