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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현대패션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에 관한 연구: 2000년 이후 컬렉션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Grotesque in Modern Fashion - Women's Fashion Collections since 2000
ABSTRACT
현대패션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에 관한 연구: 2000년 이후 컬렉션을 중심으로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nvestigate the concept and characteristics of 'grotesque,' examine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grotesque reflected in arts and dress, and modern fashion. The findings are as follows: 1) Grotesque indicates unnatural, unpleasant, and exaggerated that it upsets or shocks person. The characteristics of grotesque include terror, abnormality, unreality, amusement, disgust. 2) The grotesque art represented terror, abnormality, unreality, amusement, disgust by disordered form, nonnatural things, evil world, unorthodox methods, unrealistic image, strange dreamland. 3) The grotesque dress represented terror, abnormality, unreality, amusement, disgust by exaggerated silhouette, exaggerated adornment, excessive decoration, incroyables, using exaggerated silhouette, crinoline silhouette, bustle silhouette, surrealist style, extraordinary materials, glam rock style, unique silhouette, cyber look. 3) Terror was implied in the punk look suits of Junya Watanabe, and exaggerated outers of Viktor & Rolf. Abnormality was shown in the atypical suit of John Galliano, Junya Watanabe's dress decorated with the extreme ruff, Thom Browne's suit of abnormal proportion. Unreality was reflected in the architectural dress of Gareth Pugh, Mermaid dress of Giles, the surreal suit of Jean-Charles de Castelbajac. Amusement was represented in the amusing suit of Gareth Pugh, John Galliano's dress of sexual perversion. Disgust was reflected in the decadent dress of Thierry Mugler, Undercove's suit, and the ensemble of shocking details.

KEYWORD
비정상성 , 유희성 , 혐오성 , 그로테스크 , 비현실성
  • 1. 서 론

    오늘날 예술과 패션에 있어서 괴기스러움, 흉측함, 우스꽝스러움을 뜻하는 그로테스크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수많은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예술성을 표현하기 위해 그로테스크한 요소들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의 보편타당한 창작물들은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는 대중들과 예술가들의 욕구를 더 이상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 미술계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며 (“Some kind”, 2008), 패션에서 그로테스크는 마케팅 전략으로써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예로, 지미 추(Jimmy Choo)와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의 광고에서는 시체나 꼬챙이 등의 충격적인 소재를 도입하였다(“Why do”, 2010).

    한편, 그로테스크에 관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Seo(2003)는 그로테스크의 개념, 특성, 예술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패션 일러스트를 분석하였고, Kim(2008)은 알렉산더맥퀸(Alexander McQueen)과 같은 특정 디자이너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Yoo and Lee(2001)는 디자인의 매너리즘 극복을 위해 난무하는 그로테스크 미학을 해석정리하였고, Nam(2002)은 그로테스크 복식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 정신·사회적 요인을 분석하였다. 이 밖에 Nam and Park(2004), Park(2003), Choi and Yoo(1998)는 그로테스크의 개념, 예술, 형성요인들을 살펴보고 이에 근거하여 20세기말 패션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2000년 이전의 패션을 다루고 있어, 최근 매컬렉션마다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그로테스크 패션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그로테스크의 개념과 특성을 고찰하고, 미술과 복식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을 살펴본후, 현대 패션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조형적 특성과 미적가치를 분석하는데 있다. 이 연구는 그로테스크에 대한 개념과 미적 특성에 관한 체계적인 고찰과 함께, 이를 근거로 현대패션에서 디자이너들이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을 창조해내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패션디자인을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이를 위하여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로테스크의 개념과 특성을 시대와 학자별로 고찰한다. 둘째, 미술과 복식에 나타난 그로테스크를 사적고찰하여 미적 특성을 파악한다. 셋째, 미술과 복식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에 근거하여 최근 컬렉션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조형적 특성과 미적 가치를 분석한다.

    이를 위한 연구 방법은 문헌 연구와 사례 연구를 병행하고 자 하는데, 우선, 그로테스크의 개념과 특성, 미술과 복식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을 밝히기 위하여 미학·복식· 그로테스크와 관련된 서적, 선행 논문, 인터넷 자료 등을 위주로 한 문헌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연구의 범위는 그로테스크라는 용어가 처음 생겨난 르네상스 시대부터 20세기까지이다. 다음으로, 현대패션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조형적 특성과 미적 가치를 분석하기 위해 패션 사이트 스타일닷컴(style.com)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복식을 통해 사례연구를 실시하고자 한다. 연구의 범위는 2000/2001 F/W부터 2013 S/S까지의 런던(London), 파리(Paris), 밀란(Milan), 뉴욕(New York) 컬렉션이며, 그로테스크 패션 선정에 있어서는 문헌 연구를 통해 추출한 용어인 ‘그로테스크’, ‘공포’, ‘충격적인’, ‘비정상적인’, ‘비현실성’, ‘웃기는’, ‘혐오감’ 등이 언급된 사진들을 그 대상으로 한다.

    2.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

       2.1. 그로테스크의 개념 및 특성

    그로테스크는 원래 르네상스 시대에 발굴된 로마 궁전의 동물, 인간, 식물의 형상들이 혼합된 기괴한 벽장식을 말한다. 이러한 그로테스크는 하나의 양식으로 발전해 16세기동안 유럽각국으로 활발히 전파되어, 기묘하고 반자연적이며 비현실적인 특성을 가지는 예술 작품들을 생성했다(The oxford companion to art, 2002).

    17세기에는 그로테스크가 주로 유희적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1694년에 편찬된 프랑스의 아카데미 사전(Dictionnaire de l'Académie Fran çaise)은 그로테스크를 “표상적으로 우스꽝스럽고 기이하며 괴상한 것을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개념은 경멸적 의미가 더해진 유희성을 주요 특성으로 가진다 (Kayser, 1957/2011).

    18세기에는 여러 학자들에 의해 그로테스크의 개념을 미학적으로 확립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크리스토프 빌란트(Christoph Martin Wieland, 1733~1813)는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상상력에 의해 탄생한 형상으로 조소와 혐오감,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내리며, 비현실성을 그로테스크의 특성으로 설명하였다. 프리드리히 슐레겔(Schlegel, Friedrich, 1772~1829)은 “형식과 소재 사이의 극명한 대비이자 다양한 영역의 혼합체, 패러독스의 폭발력, 우스꽝스러운 동시에 소름 끼치는 무엇”이라고 정의하였다. 이처럼, 18세기의 그로테스크는 좀 더 복합적이고 모순되는 특성이 혼재하여 나타났다 (Kayser, 1957/2011).

    19세기에는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Hegel, Georg Wilhelm Friedch, 1770~1831)이 그로테스크를 불합리하고 환상적인 상징 표현이라고 정의하며, 초자연적인 것과 관련지었다. 이와 관련해 헤겔이 정리한 그로테스크의 세가지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여러가지 영역을 부적절하게 혼합한 것이고, 둘째는 무절제와 왜곡이며, 셋째는 부자연스럽게 복제된 특정요소이다(Kayser, 1957/2011).

    20세기에 와서 그로테스크는 볼프강 카이저(Wolfgang Kayser, 1906~1960)가 예술과 문학에서의 그로테스크(The Grotesque in Art and Literature)를 출간함으로써 미학적 분석과 비평적 평가의 대상으로써 주목받게 되었다(Thomson, 1972/1986). 카이저는 저서에 그로테스크한 세계의 특성이란, 불분명해지는 본질과 자연스러운 비율이 왜곡되어 나타나는 비정상성이라고 하였다(Kayser, 1957/2011). 또, 필립 톰슨(Philip Thomson, 1941~)은 그로테스크를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의 충돌이자 양면성이 존재하는 비정상이라고 정의 내리며, 다음과 같은 4가지 특성을 들었다. 첫째는 부조화, 둘째는 희극적인 것과 끔찍스러운 것이고, 셋째는 지나침과 과장, 넷째는 비정상성이다. 이처럼 현대의 그로테스크는 상반되는 의미가 동시에 나타나는 특성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Thomson, 1972/1986).

    앞에서 살펴본 바, 그로테스크는 비정상성과 비현실성을 가지는 고대 장식미술의 한 양식에서 유래되었고 17세기에는 가벼운 의미의 유희성이 강조되어 나타났다. 18세기에 이르러서는 비현실성, 유희성, 공포성 등과 같은 다양한 특성들이 나타났으며, 19세기에는 초자연적인 비현실성과 비정상성이 동시에 나타났다. 20세기에 이르러 체계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그로테스크는 비정상성, 유희성, 공포성, 혐오성 등의 다양한 특성들이 혼재하여 동시에 나타난다고 여겨진다.

       2.2. 미술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

       2.2.1. 근세 미술

    르네상스 시대에 발굴된 그로테스크 장식은 하나의 양식으로서 전 유럽에 급속히 전파되어, 1502년 추기경 토데스키니 피콜로미니(Todeschini Piccolomini, 1439~1493)는 화가 핀투리키오(Pinturicchio, 1454~1513)에게 “오늘날 그로테스크라 불리는 것(che oggi chiamono grottesche)의 상상력과 색상, 배치를 활용해” 시에나 대성당 도서관의 천장화를 그리라고 하였다 (Kayser, 1957/2011). 이를 시작으로 그로테스크 장식화가 활발히 제작되기 시작하였는데, Fig. 1-1은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명성과 영향력을 떨친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의 교황청 장식화이다. 이 작품에는 휘감기듯 솟아나는 덩굴, 덩굴의 잎사귀에서 자라난 동물의 형상이 묘사되어 비현실적인 세계가 그려졌다(Kayser, 1957/2011).

    마니에리슴(Mannerism)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사이의 미술사조로, 이 용어는 미술작품을 제작할 때 특정 규범의 양식으로 창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마니에리슴 미술은 과장되고 왜곡되어 비정상적인 형태의 인체 묘사, 원색적이고 역동적인 기괴한 색상, 비현실적인 빛의 묘사 등과 같이 독창적이고 그로테스크한 특징들을 가진다(Strickland, 2007/2010).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7~1593)는 과채와 같은 자연물들을 재배열하여 그로테스크한 인간의 형상을 그린 화가로(Gombrich, 1950/1997), Fig. 1-2는 그의 양식을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이다. 그의 작품은 유희성과 공포성을 동시에 표출한다(Vaughan, 2000/2011).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는 부자연스럽고 왜곡된 마니에리슴적 표현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그로테스크하게 창조하였다(Gombrich, 1950/1997). 그는 작품에서 종교적 광기에 휩싸여 있던 스페인의 사회적 분위기를 초현실적이고 격앙된 이미지로 나타냈는데, 자연적인 형태와 색상을 무시하고 비정통적인 구성 방법을 구사하였다(Fig. 1-3)(Strickland, 2007/2010).

       2.2.2. 근대 미술

    낭만주의는 중세의 모험담을 지칭하는 ‘로망(roman)’에서 유래한 용어로 기존의 사회 질서와 종교 제도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에 의하여 나타났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숭배하였고 감정표현 자체를 목적으로 하였다(Janson & Janson, 2002/2008). 존 헨리 푸셀리(John Henry Fuseli, 1741~1825)는 영국 낭만주의 화가로, 중세 시대를 연상시키는 악마적 세계를 즐겨 그렸다. 이는 Fig. 2-1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데, 잠들어 있는 여성은 비정상적인 비율로 묘사되어 있고, 그로테스크하게 묘사된 악마와 괴물은 중세에 등장했던 악마적 세계를 연상시킨다(Janson & Janson, 2002/2008).

    상징주의는 19세기 말 문학과 미술 분야에서 동시에 나타난 예술사조로(Strickland, 2007/2010), 화가들은 작품의 표현법에 있어서 자연의 관찰보다 내면의 환상을 더 높게 평가하였다 (Janson & Janson, 2002/2008). 그들은 전통적인 원근법을 배재하고, 감정적 표현의 도구로 색상을 사용하였다(Gentil, 1997/2002). 오딜롱 르동(Odilon Redon, 1840~1916)은 집착에 가까운 상상력을 가진 상징주의 화가로 그의 작품에 나타난 세계는 그로테스크하다(Janson & Janson, 2002/2008). 무시무시한 곤충, 코 없는 외눈박이 괴물, 인간의 머리를 한 식물과 같이 환상적이고 혐오스러운 사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Strickland, 2007/2010). Fig. 2-2는 그의 그로테스크한 작품세계를 잘 나타내는 석판화로, 한쪽 안구를 하늘에 떠다니는 풍선처럼 표현하고 있다 (Janson & Janson, 2002/2008).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 1860~1949)는 그의 작품에서 풍자적 요소를 과장하여 환상적 그로테스크를 표현하였다. 그는 선의 해체와 겹치기 등의 새로운 화법을 사용해 악마성을 띤 세계와 전율적인 상상의 공간을 창조해냈다. 즐겨 사용하는 모티브는 어릿광대나 가면, 군중 등이었다(Fig. 2-3)(Kayser, 1957/2011).

       2.2.3. 현대 미술

    표현주의라는 용어는 반자연주의적 형태와 색상을 사용하여 작가의 주관적인 시각을 관람자에게 전달하고자하는 표현형식을 지칭한다(Lynton, 1994/2011). 표현주의자들은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형태와 색상을 사용하였다 (Strickland, 2007/2010).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는 기묘한 주제를 가지고 충격적이며 환영과 같은 작품을 그린 표현주의 화가로, 신비로운 것에 심취하였는데 그 배경에는 수없이 여행한 동양과 원시적인 나라들이 있다(Vaughan, 2000/2011). 이러한 경험은 Fig. 3-2(Lynton, 1978/1988)와 같은 원초적이고 강렬하며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제작하게 하였다. 그는 인간의 얼굴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공포스럽게 표현하였고, 원색적인 색상과 조잡한 형태로 작품을 구성하였다.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한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 1896~1966)은 프로이트 이론과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이 고안한 ‘집단 무의식’ 개념에 큰 영향을 받아 무의식을 새로운 예술과 문화의 원동력으로 보았다. 이같은 초현실주의는 논리의 타파,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합, 시공간적 질서의 파괴, 불합리성의 추구, 무의식으로의 귀환, 꿈을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 특징으로 그로테스크의 특성과 유사하다(Kayser, 1957/2011). 르네 마그리트(Renè Magritte, 1898~1967) 작품의 특징은 세밀한 묘사와 기묘한 사물의 병치, 생물처럼 변형시킨 무생물이다. Fig. 3-3은 머리에 천을 씌운 연인의 모습을 신비하고 우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어린 시절 자살한 어머니의 모습에서 기인한 것이다 (Vaughan, 2000/2011).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 í, 1904~1989)는 무한대의 공간 및 연골과 같은 형태,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비스듬한 윤곽 등을 Fig. 3-2와 같은 작품에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에서 뒤틀리고 분해되어 혐오스러운 형상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는 대상들을 단순히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서로 뒤섞거나 해체하기도 한다. 예로, 인간의 몸에 서랍을 달거나 기계적인 것과 인간의 육체를 뒤섞고, 각 부분이 동시에 여러 대상에 속하게 하는 것 등이 있다(Kayser, 1957/2011).

       2.3. 복식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

    앞 절에서 미술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특성을 살펴본 바, 공포성, 비정상성, 비현실성, 유희성, 혐오성 등이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본 절에서는 이러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이 동시대 복식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3.1. 근세 복식

    르네상스 시대에는 직물과 장식품의 제작 기술이 발달하여 다양하고 독창적인 복식이 나타났다. 남성미와 여성미의 강조를 위해 과장된 실루엣이 유행하였고, 이를 위해 인공물과 장식을 사용하였다. 여성들은 코르셋(corset)과 러프(ruff), 패드를 넣은 레그 오브 머튼 슬리브(leg of mutton sleeve), 커다란 파딩게일(farthingale)을 사용하여 극단적인 실루엣의 의복을 착용하였다(Fig. 3-1)(Laver, 2002/2005). 남성들 역시 과장된 복식을 추구하였는데, 패드를 사용하여 어깨 및 가슴, 성기를 부풀려 위엄을 과시하였다. 또 여성복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러프 장식을 사용하였고, 군복 칼자국에서 유래한 슬래시(javascript:;slash)를 과도하게 장식하였다(Jung, 2003).

    바로크(Baroque) 양식의 본질은 부조화이다. 호화로움이 목적이 되어 조화는 무시된 채 여성복은 물론 남성복에까지 화려한 장식이 과용되었다. 여성의 복식은 루이 14세 시대에 극도로 화려해져 허리를 조이고 스커트를 크게 과장한 실루엣이 나타났다. 스터머커(stomacher) 장식은 더 넓고 길게 내려가 허리선이 크게 확장되었고, 스커트는 페티코트로 부피를 크게 늘렸으며, 힙 부분이 양 옆으로 넓게 퍼지는 파니에(panier)를 사용하여 비정상적인 실루엣을 연출하였다(Fig. 4-2)(Jung, 2003).

    로코코 시대의 복식은 복식사 사상 가장 사치스럽고 화려한 경향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허리는 가늘게 하고 가슴은 풍만하게 보이기 위해 코르셋(Corset)을 착용하였다(Jung, 2003). 후프(hoop)는 스커트를 부풀리는 도구로 르네상스 시대부터 재료와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며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1740년경부터 크게 유행한 파니에 때문에 스커트의 형태는 극단적으로 과장되었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불편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이 시대의 머리모양은 18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거대하게 과장된 건축물과 같은 형태로, 온갖 기이하고 거대한 머리 모양이 등장하였다(Fig. 4-3)(Shin, 2005).

       2.3.2. 근대 복식(18C~19C)

    나폴레옹 1세 시대는 민중을 배경으로 하는 자코뱅(Jacobins)당과 정부측에서 혁명을 진행하려 한 지롱드(Gironde)당이 대립하는 구조였다. 이는 복식의 대립으로 나타났는데, 자코뱅파의 옷차림은 수수했고 지롱드파는 자코뱅파의 옷차림을 조롱하며 괴이한 옷차림을 하였다. 이들을 앵크루와야블(Incroyable)이라고 불렸는데, 일종의 앤티 패션(anti fashion)이었다. 앵크루와 야블은 Fig. 5-1과 같이 불균형한 크기의 칼라가 달린 상의에 턱밑까지 크라바트를 여러번 감고 종아리 길이의 퀼로트 바지에 끝이 뾰족한 신발을 신는 등 기묘한 옷차림을 하였다(Jung, 2003).

    왕정복고 시대의 유럽은 정치적 혁명과 기술혁신에 따른 급진적 변화의 시기였다. 이에 반발하여 나타난 것이 낭만주의 사상으로서 정서적 표현의 과장과 무절제함이 특징이다. 복식에도 이 같은 요인들이 작용하여 댄디(dandy)라는 남성 집단이 나타났고, 여성복은 과장된 X형 실루엣의 로맨틱 스타일이 나타났다(Shin, 2005).

    댄디의 옷차림은 처음에는 절제되고 정교한 옷차림이 특징이었지만 갈수록 지나치게 사치스러워졌다. 톱 해트(top hat)는 윗부분이 커지기 시작해서 크라운(crown)이 테보다 넓어졌고 셔츠 칼라의 끝부분이 거의 눈높이까지 올라갔으며 스톡(stock)이나 크라바트는 더 타이트해지고 길어졌으며, 코트의 어깨에 패드를 넣었고 허리에는 코르셋을 착용하여 꼭 끼도록 하였다 (Fig. 5-2)(Laver, 2002/2005).

    나폴레옹 3세 시대에는 유럽 전반의 무역과 상업이 번성하여 부가 증대되었다. 이는 곧 복식에 반영되어 여성들의 옷차림은 점점 더 화려해지고 과장되었다. 스커트의 부피가 점점 넓어졌는데, 1856년경에 후프를 넣은 크리놀린(crinoline)이 출현하게 되어 크게 유행하였다. 크리놀린의 실루엣은 점점 더 과장되어 1850년대 말에는 두 여성이 한 방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Fig. 5-3)(Laver, 2002/2005).

    19세기 말, 크리놀린 스타일은 버슬 스타일(Bustle Style)로 변화하였다. 버슬 스타일을 위해 코르셋은 앞이 납작하고 힙을 부풀리기 위해 뒤가 짧은 형태로 발전하였고, 스커트에는 버슬(bustle, tournure)이라는 패드를 넣어 힙을 돌출시켰다. 힙은 거의 90° 까지 돌출하여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과장된실루엣으로 변화하였다. 여기에 화려한 트레인(train)을 달거나 리본과 주름장식을 달아 더욱 극단적인 실루엣을 연출하였다 (Fig. 5-4)(Jung, 2003).

       2.3.3. 현대 복식(20C)

    1930년대 복식은 초현실주의 양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예로, 특정 신체부위를 의상의 일부분에 표현하거나, 감추어진 부분을 겉으로 드러내고, 식물 혹은 생물의 형상을 의상에 묘사하였다(Jung, 2003). 엘자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 1890~1973)는 이 시대에 가장 유명한 초현실주의 디자이너 중하나였고, 당시에 굉장히 새롭고 충격적인 디자인을 하였다 (Bond, 1981/2000). Fig. 6-1은 스키아파렐리가 디자인한 기이한 구두 형태의 모자이다(Lehnert, 2000).

    1960년대 말 베트남 전쟁에 반발하여 등장한 히피들은 사이키델릭 음악과 술 등의 유흥에 몰두하거나 환각제를 복용하는 등의 방탕한 생활을 추구했다(Jung, 2003). 히피들의 약물 문화는 환각상태로부터 영감을 얻은 사이키델릭 아트(Psychedelic Art)를 탄생시켰다. 사이키델릭이 아트란, 약물을 복용한 것 같은 증세를 일으키기 위해 강렬한 빛, 음향, 색상, 진동을 동시적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복식에서는 내면적인 환상을 이차원적인 문양으로 프린트되어 표현되었다(Chae, 2002).

    미국 디자이너 벳시 존슨(Betesey Johnson, 1942~)은 앤디워홀(Andy Warhol, 1928~1987)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플라스틱, 금속, 전단지 등을 이용한 드레스와 팝아트 이미지가 실크 스크린 된 수트, 전구가 달린 수트, 형광색의 수트 등의 기묘하고 과감한 옷들을 제작하였다(Fig. 6-2)(Buxbaum, 2005).

    1970년대는 대중문화의 확산으로 팝 스타들의 영향을 받은 글램 록(Glam Rock) 스타일, 미래지향적 패션, 펑크 룩 등에 서 그로테스크한 특성이 두드러졌다. 글램 록 스타일은 당시 팝스타들이 착용한 성적 경계가 모호한 충격적인 복식이다. 데이빗 보위(David Bowie)는 진한 화장과 여성성이 강한 액세서리를 사용하여 성도착적인 모습을 연출하였다(Fig. 6-3). 1970년대 중후반은 경제적으로 침체되어 있었고 정치적으로는 동요가 심했던 사회적 영향으로(Mendes & Haye, 1999/2003), 펑크가 등장하였다. 이들은 실업자 노동계층의 자녀들로 좌절과 외면, 소외로부터 돌출구를 찾는 방법으로 고의로 추하게 조작된 과격한 복식을 선택하였다(Kim, 2004).

    1980년대에 큰 영향을 미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은 기존 복식의 틀을 거부하고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해체하여 장르가 붕괴되고 혼합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시기에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등 일본 디자이너들은 조형적인 실루엣과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여(Kim, 2004)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야마모토는 1986/87 F/W에 Fig. 6-4와 같은 디자인을 발표하였는데, 빨간색의 튤로 만든 버슬 위에 검은색의 긴 코트로 이루어져 있어 새와 같은 형상처럼 보인다.

    1990년대의 패션경향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스타일의 혼합으로 나타났다. 초반에 나타난 그런지 룩(Grunge look)은 과거의 패션 원칙을 깨트리는 파격적인 것으로 80년대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항 심리와 현실에 대한 냉소가 내재되어 있다(Kim, 2004). 90년대에 나타난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과 미래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사이버 패션(cyber fashion)이 등장하였는데, 펑크, 공상과학 소설, 가상현실, 컬트영화, 성인만화의 캐릭터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Mendes & Haye, 1999/2003). Fig. 6-5는 1999년에 발표된 우주시대 패션으로, 파격적인 형태와 기이한 메이크업, 기묘한 포즈로 이전의 보편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에서 벗어난 모습이다(Lehnert, 2000).

    미술과 복식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을 살펴본 결과, Table 1과 같다.

    [Table 1.]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grotesque reflected in arts and 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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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grotesque reflected in arts and dress

    3. 현대 패션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조형적 특성과 미적 가치

    2장에서 미술과 복식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을 살펴본 결과, 공포성, 비정상성, 비현실성 유희성, 혐오성 등 5가지 공통적 특성이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본 장에서는 현대 패션을 분석하고자 한다.

       3.1. 공포성

    공포란, 괴로운 상황이 다가왔을 때 일어나는 두렵고 무서운 감정을 말한다(Doopedia, 2010). 고통은 가장 즉물적인 공포성의 요소로, 이를 암시하는 패션은 문신, 피어싱, 코르셋과 같이 신체에 고통을 주는 것에서 나타난다. 또, 고통을 통해 성적 쾌감을 느끼는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은 페티시즘(Fetishism)과 연관되어 패션에서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Choi,2003).

    Fig. 7-1은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2000/01F/W 컬렉션으로 무릎길이의 피트 앤드 플레어(fit and flare)실루엣의 블랙 원피스이다. 원시적인 액세서리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 생소함을 불러일으키고, 거대한 피어싱은 신체를 훼손시켜 나타나는 고통에 의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위협적인 도구는 파괴와 폭력 등을 나타내어(Kayser, 1957/2011) 공포성을 표출하는데, Fig. 7-2는 빅터 앤 롤프(Viktor & Rolf)가 2007S/S 컬렉션에서 발표한 극단적으로 과장된 크기의 원피스로 인체가 의복에 조종당하는 듯한 기괴한 이미지를 표출한다. 펑크패션은 여러가지 신체적 고통을 암시하는 요소들을 혼합하여 냉소적인 이미지를 표출함으로써 공포성을 나타낸다. 또한 펑크 패션은 사도마조히즘을 즐겨 차용하는데, 가죽끈과 체인, 채찍, 본디지 스트랩(bondage strap) 등의 하드코어(Hard-Core)적요소들을 그 도구로 사용한다(Kayser, 1957/2011). Fig. 7-3은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가 2006 S/S 컬렉션에서 발표한 디자인으로, 코튼 소재의 화이트 셔츠에 블랙 테일러드 재킷을 덧입고 블랙 와이드 앵클 팬츠를 매치시켰다. 펑크를 연상시키는 위협적인 머리장식과 얼굴을 칭칭 감은 랩은 가학적이고 고통스러운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 재킷에 장식된 본디지 스트랩은 대표적인 사도마조히즘적 요소이다.

       3.2. 비정상성

    그로테스크의 특성인 비정상성은 웃음과 함께 혐오를 불러 일으켜 양면성을 가진다. 이러한 패션은 극단적으로 과장·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난다(Choi & Yoo, 1998).

    Fig. 8-1은 2000/01 F/W 컬렉션에 발표된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의 드레스로, 극도로 과장된 크기의 러프 장식이 하의까지 내려와 기형적인 실루엣을 연출하고 있다. Fig.8-2는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가 2010/11 F/W 컬렉션에서 발표한 디자인으로, 크롭트 재킷과 팬츠로 구성된 수트이다. 재킷은 하이넥 칼라가 달려있고 슬리브는 착용자의 팔 길이보다 길게 구성되었으며 상대적으로 길이는 짧다. 팬츠는 마치 하나의 상의가 아래로 더 달려 있는 듯한 형상인데, 힙 전체는 타이트하게 밀착되는 반면 그 밑으로는 극도로 과장된 실루엣이다. 또 칼라와 팬츠의 헴 라인에 퍼 장식이 가미되어 과장된 실루엣에 한층 더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재킷의 바디와 슬리브의 헴 라인에 에스닉한 엠브로이더리가 장식되어 있다. 여기에 오리엔탈 이미지의 헤어 스타일과 메이크업을 더하여 다양한 요소들이 혼합된 이미지의 과장된 그로테스크를 연출하고 있다. 2012/13 F/W에 톰 브라운(Tom Browne)은 맨즈컬렉션(Men’s Collection)에서 로드 워리어(Road Warrior), 록키 호러(Rocky Horror),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등과 같은 파괴적이고 충격적인 소재의 영화들을 모티브로 삼아 드라마틱한 무대를 연출하였다. 모델들은 블랙 색상으로 메이크업하고 복면을 써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연출하였다. 이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장된 부피의 패드를 넣은 재킷으로, 모델들은 크롭 팬츠와 함께 이 재킷을 입고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처럼 걸었다(Fig. 8-3)(“Thom Browne”, 2012).

       3.3. 비현실성

    비현실성은 가상의 세계를 기반으로 한 환상적인 그로테스크와 관련이 깊으며, 초현실주의 패션, 미래주의 패션, 미지의 생물을 표현한 패션 등에서 나타난다.

    초현실주의 기법 중 하나인 위치전환법(Dépaysement)은 사물을 원래의 장소와 전혀 관계없는 곳에 놓아둠으로써 얻어지는 놀라움과 충격을 일으키는 효과를 말한다(Eun et al., 2007). 쟝 샤를르 까스텔바작(Jean-Charles de Castelbajac)은2011/12 F/W 컬렉션에서 데페이즈망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그는 만 레이(Man Ray, 1890~1976), 엘사 스키아 파렐리와 같은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패션으로 표현하였는데(“Jean-Charles de Castelbajac”, 2011), Fig. 9-1은 이컬렉션 중 하나로 튜브 톱(tube top)과 롱 스커트로 이루어진 디자인이다. 리얼하게 묘사된 장갑을 낀 손 형태는 모델의 가슴을 쥐고 있는 듯한 형상이고, 스커트에 프린트된 그림은 만레이의 대표작인 앵그르의 바이올린(Le Violon d'Ingres)이다. 미래주의 패션은 사이보그 룩, 스페이스 룩 등에서 나타나 비인간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의 그로테스크를 표현한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탄생한 사이보그(cyborg)는 비현실성을 드러내는 그로테스크한 모티브이다(Nam, 2002). Fig. 9-2 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이 2012/13 F/W 컬렉션에서 발표한 사이보그 이미지의 드레스이다. 이 드레스는 벌크 실루엣(bulk silhouette)으로 신체의 선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형태이다. 여기에 사이버틱한 고글과 실버 메탈 벨트를 더하여 환상적인 사이보그 이미지를 완성시켰다(Lee & Kim, 1999).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생물의 형태를 표현한 패션에서도 비현실적 그로테스크가 나타난다(Kayser, 1957/2011). 알렉산더 맥퀸은 2010/11 F/W 컬렉션에서 해양 파충류·포유류의 피부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과 태고의 바다 괴물을 연상시키는 그로테스크한 슈즈를 발표하였다(“Alexander McQueen”, 2012). Fig. 9-3은 이 컬렉션 중 하나로 구조적인 형태의 미니 원피스이다. 이 원피스는 웨이스트가 잘록하고 힙을 부풀린 아워글라스 실루엣(hour-glass silhouette)으로, 레그 오브 머튼 슬리브가 달려 있으며 전체적으로 직선적인 라인의 건축적인 실루엣을 이룬다. 파충류의 피부와 같은 데이글로 컬러(day-glo color)의 사실적인 패턴을 옷 전체에 프린트하여 미래적이면서도 기괴한 이미지를 나타낸다.

       3.4. 유희성

    유희의 사전적 의미는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그 자체로서 흥미를 느끼게 되는 활동의 총칭(Doopedia, 2010)이다. 유희성은 그로테스크의 핵심 구성 요소로, 현대 패션에서는 풍자, 키치, 패러디 등과 같은 요소들을 활용하여 유아적 모티브를 활용한 패션, 광대와 같은 유희적 패션, 추한 현실을 희화한 패션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Fig. 10-1은 가레스 퓨(Gareth Pugh)가 2006/07 F/W 컬렉 션에서 발표한 바디수트(body suit)이다. 몸에 꼭 끼게 밀착된 이 수트는 과장된 형태로 부풀려진 장신구들로부터 대비되어 극단적인 실루엣을 강조한다. 유아적 유희성을 나타내는 풍선이라는 모티브와 이와 상반되는 검은색을 전체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그로테스크함이 두드러졌다. 18세기부터 서커스의 광대는 그로테스크적 유희성을 설명할 때 즐겨 사용되던 주제였다 (Kayser, 1957/2011).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기도 하며 우스꽝스러운 광대의 행위를 통해 인생의 허무함을 냉소적으로 풍자하기도 한다(Chae, 2002). Fig. 10-2는 빅터 앤 롤프가 2008 S/S에 발표한 드레스로, 스트레이트 실루엣의 발등을 덮는 긴 길이로 제작되었다. 연한 핑크색의 새틴실크 소재로 이루어져 있으며 네크라인에 표현된 과장된 러프장식은 지나칠 정도로 부풀려져 있어 광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로테스크의 범주에서 나타나는 풍자는 종종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해학으로 나타난다. 2006 S/S 컬렉션에서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는 유희적이면서도 현실을 풍자한 디자인들을 발표하였다. 그는 극장처럼 꾸며진 세트를 배경으로 그로테스크한 커플들은 캣워크에 세웠다. 전문 모델 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동원해 리얼한 가상의 연극무대를 표현하였다(“John Galliano”, 2005). Fig. 10-3은 이 컬렉션에서 발표된 디자인으로, 트랜스베스티즘적 복장을 한 남성 커플의 모습이다. 이들이 착용하고 있는 것은 누드 색상의 스트레이트 시스루 드레스로, 남성적인 외모와 에로틱한 여성미가 표출되는 의복이 충돌하여 조소를 불러일으킨다.

       3.5. 혐오성

    혐오란, 싫어하고 미워하는(The National Institute of the Korean Language, 2004) 감정을 뜻하는 것으로, 패션에서는 금기 및 자학적 이미지 등이 파괴적이고 정신분열적 형태로 구현된다(Nam, 2002).

    Fig. 11-1은 언더커버(Undercover)가 2004/05 F/W 컬렉션에서 발표한 디자인으로, 재킷과 스커트로 구성되어 있다. 재킷은 바디스 부분이 여유있게 맞는 평범한 형태인데 반해 슬리브가 신체비율을 무시하여 길게 늘어져 있어 기이한 실루엣을 연출하였다. 색상은 빛이 바랜 듯한 바이올렛 컬러와 브라운을 사용하였고 소재는 워싱된 코튼과 두꺼운 니트를 사용하여 빈티지한 이미지를 나타낸다. 여기에 재킷과 같은 소재의 너덜너덜한 형태의 비정형적인 모자와 여러 겹의 비즈 목걸이를 착용하였다. 또, 조류의 발을 리얼하게 묘사한 부츠를 신고 있는데 늘어진 긴 슬리브와 함께 기형적인 형태로 제작하여 혐오성을 표출하고 있다. Fig. 11-2와 같이 지나친 성적 표현은 매력을 나타내기보다는 거부감과 불쾌함을 불러일으킨다(Nam, 2002). 이드레스는 티에리 뮈글러(Thierry Mugler)의 2011/12 F/W 컬렉션으로, 팝스타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이를 착용하고 캣워크(cat walk)에 선 모습이다. 이 디자인은 피트 앤드 타이트(fit & tight) 실루엣으로, 상의는 블랙의 시스루로 되어 있고 하의는 블랙의 PVC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물리적으로 훼손된 신체를 형상화한 패션도 혐오성을 불러일으키는데,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상처의 형상화, 장애를 가진 신체의 파괴적인 묘사, 과격한 액세서리에 의한 의도적인 신체 훼손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Nam, 2002). Fig. 11-3은 언더커버(Undercover)의 2005 S/S 컬렉션으로, 네크라인 사이로 장기가 쏟아져 나오는 듯한 오브제를 부착함으로써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상에서 살펴 본 현대 패션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조형적특성과 미적 가치를 정리하면 다음의 Table 2와 같다.

    [Table 2.] Formative characteristics and aesthetic values of grotesque in modern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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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mative characteristics and aesthetic values of grotesque in modern fashion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그로테스크에 대한 개념과 특성을 시대별로 고찰하고, 미술과 복식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을 살펴본 후, 현대패션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조형적 특성과 미적가치를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로테스크는 르네상스 시대에 발굴된 로마 궁전의 벽장식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시작하여, 17세기에는 우스꽝스럽고 가벼운 의미로 쓰이는 경향이 강했고, 18세기에는 상상력에 의해 탄생한 조소, 혐오감,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써 비현실성을 특성으로 가진다고 간주되었다. 19세기의 그로테스크는 불합리하고 환상적인 상징 표현이라고 정의되어 부적절한 혼합, 무절제와 왜곡, 부자연스러운 복제 등이 특성으로 나타났다. 20세기에 와서야 그로테스크의 개념은 체계적이고 심도있게 고찰되어 양면적이고 대립적인 것들의 격렬한 충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착하였다. 이와 같이 16~20세기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개념적 특성은 공포성, 비정상성, 비현실성, 유희성, 혐오성 등이다.

    둘째, 미술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을 살펴보면, 르네상스 미술에서는 인간·동물·식물의 형상들이 뒤엉켜 있는 문양에서 비정상성, 비현실성이 나타났고, 마니에리슴에서는 자연물의 재배치로 인간의 형상을 묘사하거나 왜곡된 종교화 등에서 비정상성, 비현실성, 유희성, 공포성 등이 나타났다. 낭만주의 미술에서는 악마적 세계의 묘사에서 비정상성, 비현실성, 공포성 등이 나타났으며, 상징주의 미술에서는 내면의 환상적 표현, 비현실적 모티브 사용, 어릿광대·가면·군중 등의 모티브에서 비현실성, 공포성, 유희성, 혐오성 등이 나타났다. 표현주의 미술에서는 원초적이고 공포스러운 이미지에서 비정상성, 비현실성, 공포성, 유희성 등이 나타났고, 초현실주의 미술에서는 생·무생물의 결합·왜곡 등에서 비현실성, 비정상성, 혐오성 등이 나타났다.

    셋째, 복식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을 살펴보면, 르네상스 복식에서는 인위적으로 과장된 아이템들과 과도한 장식등에서 비정상성, 유희성 등이 나타났고, 바로크 복식에서는 과장된 실루엣, 무절제한 장식, 과장된 액세서리 등에서 비정상성이 나타났으며, 로코코 복식에서는 극단적인 실루엣, 코르셋과 파니에, 과도한 장식, 지나친 머리장식, 과장된 액세서리 등에서 비정상성, 유희성 등이 나타났다. 나폴레옹 1세 시대의 복식에서는 앵크루와야블과 메르베이외즈들의 복식에서 비정상성이 나타났고, 왕정복고 시대에는 극단적인 X자형 실루엣, 과장된 디테일 등에서 비정상성, 유희성 등이 나타났다. 나폴레옹3세 시대에는 극단적인 크리놀린 실루엣에서 비정상성이 두드러졌고, 19세기 말에는 벌룬 소매, 화려한 장식들을 활용한 극단적인 버슬 실루엣, 유미주의자들에 의한 비정형적인 실루엣에서 비정상성, 비현실성, 공포성, 혐오성 등이 나타났다. 1930년대의 초현실주의 복식에서는 위치전환법을 활용한 드레스, 독특한 모티브의 단추·모자 등에서 비현실성, 비정상성, 유희성등이 나타났고, 1960년대의 복식에서는 히피족, 이색적인 소재등에서 비현실성, 비정상성, 유희성 등이 나타났다. 1970년대의 복식에서는 글램 록 스타일, 펑크 룩 등에서 비정상성, 비현실성, 혐오성, 공포성 등이 나타났으며, 1980년대의 복식에서는 절충주의, 구조적인 실루엣 등에서 유희성, 비정상성, 비현실성등이 드러났다. 1990년대의 복식에서는 그런지 룩, 사이버 패션등에서 두드러졌고 비정상성, 비현실성, 공포성 등이 나타났다.

    넷째, 2000/01 F/W부터 2013 S/S까지 컬렉션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조형적 특성과 미적 가치를 분석한 결과, 공포성은 알렉산더 맥퀸의 직선 라인의 원피스 드레스, 준야 와타나베의 펑크 스타일 팬츠 수트, 빅터 앤 롤프의 과장된 아우터에서 나타났는데, 이것은 신체적 고통, 죽음, 억압·구속, 사회적 모순등을 의미한다. 비정상성은 존 갈리아노의 비정형 실루엣의 팬츠 수트, 준야 와타나베의 극단적인 부피의 러프가 달린 원피스, 톰 브라운의 비정상적 비율의 스커트 수트에서 나타났는데, 이것은 부자연스러움, 규범과 상식,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 웃음과 혐오 등을 의미한다. 비현실성은 알렉산더 맥퀸의 비전형적인 실루엣의 드레스와 구조적 실루엣의 드레스, 까스텔바작의 초현실주의적 디자인의 스커트 수트에서 나타났는데, 이것은 비인간성,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 미지의 생물에 대한 공포 등을 의미한다. 유희성은 가레스 퓨의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바디 수트, 존 갈리아노의 성도착적 이미지의 드레스, 빅터 앤 롤프의 과장된 디테일의 드레스에서 나타났는데, 이것은 무목적성, 자유와 충동, 현실 풍자 등을 의미한다. 혐오성은 티에리 뮈글러의 퇴폐적인 드레스, 언더커버의 그런지 스커트 수트와 충격적인 디테일의 가디건 앙상블에서 나타났는데, 이는 혐오 생물에 대한 경멸, 폭력, 방종한 성적 표출에 대한 불쾌감을 의미한다.

    이상의 연구에서, 순수하게 시각적인 창조물인 미술과 인간의 몸에 직접 착용하는 복식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그로테스크는 미술과 복식에서 공포성, 비정상성, 비현실성, 유희성, 혐오성 등과 같은 공통적인 미적 특성이 나타났다. 또한, 이러한 특성들은 현대 패션에서 디자이너의 창작의지를 나타내는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은 문학과 건축에 나타나는 그로테스크에 대한 연구를 생략했다는 점인데, 그로테스크의 개념을 정립한 학자들의 다수가 문학가들이고, 복식과 건축은 긴밀한 관계를 가지므로 문학과 건축을 함께 다루는 것이 보다 바람직했을 것이다. 따라서, 후속 연구로는 문학, 건축 분야에서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미적 특성을 고찰하고, 현대 패션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조형적 특성 및 미적 가치를 분석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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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ig. 1 ]  Early modern art.
    Early modern art.
  • [ Fig. 2. ]  Modern art.
    Modern art.
  • [ Fig. 3. ]  Contemporary art.
    Contemporary art.
  • [ Fig. 4. ]  Early Modern Dress.
    Early Modern Dress.
  • [ Fig. 5. ]  Modern dress.
    Modern dress.
  • [ Fig. 6. ]  Contemporary dress.
    Contemporary dress.
  • [ Table 1. ]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grotesque reflected in arts and dress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grotesque reflected in arts and dress
  • [ Fig. 7. ]  Terror.
    Terror.
  • [ Fig. 8. ]  Abnormality.
    Abnormality.
  • [ Fig. 9. ]  Unreality.
    Unreality.
  • [ Fig. 10. ]  Amusement.
    Amusement.
  • [ Fig. 11. ]  Disgust.
    Disgust.
  • [ Table 2. ]  Formative characteristics and aesthetic values of grotesque in modern fashion
    Formative characteristics and aesthetic values of grotesque in modern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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