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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장소기반교육(PBE)의 사회과교육적 의의 및 효과 탐색 An Exploration on the Significance and the Effect of Place-Based Education(PBE) in Social Studies Educatio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장소기반교육(PBE)의 사회과교육적 의의 및 효과 탐색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ory and cases of ‘Place-Based Education(PBE)’, thus to explore significance and effect of PBE in social studies education. For that, this study, based on understanding of meaning and features of PBE, extracted social studies educational significance of PBE. First, it could establish sound identity based on understanding of place and place attachment. Second, it could enhance key competencies of social studies education including citizenship that are required for democratic citizen. Third, it could activate civic engagement that contributes to improvements of local community. Fourth, it could contribute to raise global citizen rooted in local who is able to live an independent living in an era in which globalization and localization coexist. These social studies educational significances of PBE were used to analyze educational effects of real cases. By analyzing educational effects of real cases, this study made sure the significance of PBE with cases and argued that PBE is effective in social studies education.

KEYWORD
장소기반교육(PBE) , 장소 , 장소 애착 , 사회과 핵심역량 , 시민적 참여
  • I. 서 론

    사회과에서 학습하는 사회(society)는 인식의 대상이자 생활 또는 활동의 영역으로서, 초등학교 사회과에서는 사회적 사실과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사실과 개념의 학습, 이를 주변 환경이나 일상생활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사고력의 습득, 지식과 사고를 사회적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적극적인 태도의 함양을 강조한다(교육과학기술부, 2011). 즉, 사회과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지식의 학습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여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강조해왔다. 이처럼 사회과는 본래적으로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교과로서, 사회과교육은 학생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교육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너무 많은 교실에서 학교교육과 학생들의 삶 사이의 간극을 발견할 수 있다. 공교육의 심각한 위기도 학교교육을 통한 앎의 과정과 일상적인 삶의 과정과의 괴리가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박승규, 2004)이다.

    교과중심, 학문중심 교육에 대한 최근의 비판들 역시 기존의 자유교육이 주목하지 않은 실제의 세계에 관심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량중심적 접근으로 표현되는 최근의 학교교육에 대한 논의들은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특정 맥락의 수행과 관련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강조한다(소경희, 2007). 즉, 역량은 단순한 정보의 차원을 넘어서 인식 주체에게 암묵적으로 내면화되어 있으며 고도의 판단능력을 통해 드러나는 지식의 차원을 강조하는데, 이는 구체적인 실천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구성되고 체화되는 지식이다(송경오·박민정, 2007). 이처럼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닌 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사회과 역시 미래 시민에게 요구되는 자질에 관심을 갖고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함양시키는 핵심 교과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삶의 공간이자 체화된 경험으로 가득하며, 시민적 역량을 기르기 위한 실천과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장소’를 기반으로 사회과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장소의 교육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접근법이 ‘장소기반교육(PBE, Place-Based Education)’이며, 이때의 장소는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는 생활세계이자 지역사회로의 참여를 실천하는 시작점이다.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실생활 맥락에서의 학습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실제 삶 간의 강력한 연계를 조성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각 개인들과 삶의 세계가 분리되지 않도록 재 연결함으로써 현대사회의 특징이 되는 개인의 고립과 소외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Smith, 2002a).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사회과 교육에 적극적으로 소개되거나 적용되지 않아온 장소 기반교육의 이론과 실천 사례를 고찰하여 장소기반교육의 사회과교육적 의의 및 효과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 를 위해 우선 문헌연구를 중심으로 장소기반교육의 의미와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히 현대사회에서 사회과교육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과 관련지어 장소기반교육이 갖는 사회과교육적 의의를 도출해 낼 것이다. 다음으로 질적 사례연구를 통해 장소기반교육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사례를 발굴하고 그 사례들 속에서 장소기반교육의 사회과교육적 의의를 확인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장소기반교육이 사회과교육의 실천에 효과적임을 논할 것이다.

    II. 장소기반교육과 사회과교육

       1. 장소기반교육의 토대로서 장소

    장소기반교육에서의 장소는 탐구의 대상이자 참여의 공간으로서, 장소의 기능과 가치는 장소기반교육의 토대를 형성한다. 일상적인 용어로도 자주 사용되는 장소의 개념을 학문적 차원에서 보면, 지리학 분야에서 1950년대에 개발되기 시작하여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지리학의 주요 개념이 되었던 용어이다(Creswell, 2004; Resor, 2010 재인용). 장소 개념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인간주의 지리학자 Tuan에 따르면, 우리는 장소를 통한 지각과 경험에 의해 세계를 알게 된다고 하였다(심승희 역, 2012). 또한 Relph는 위치로서의 장소라는 단순한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생활세계, 즉 우리가 살고 있는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직접적으로 알게 되고 경험하는 일상의 환경과 상황을 강조하였으며, 장소를 ‘일상적인 생활공간의 맥락 속에서 의미 있는 경험의 중심’으로 정의하였다. 이처럼 지리학에서의 장소 개념은 공간에서 표현된 인간의 추상성과 반대되는 구체성 또는 구체적 특성에 주목하는데, 공간이 아직 인간의 경험과 의미가 투영되지 않은 세계로서 추상적으로 구조화 된 체계라면 장소는 구체적이며 총체적인 일상생활의 현장을 의미한다(권영락, 2005).

    이에 더하여 장소에 대한 최근의 논의들은 외향적이고 더 넓은 세계와의 연결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며 세계와 지역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장소 의미를 선호한다(Massey, 1991; Morgan, 2011 재인용). 또한 장소에 대한 개념은 개인들의 마음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과 우리 삶속의 문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회적 구성물이기도 하다(심승희 역, 2012).

    이처럼 최근 지리학이나 지리교육에서는 장소를 다양한 스케일과 다양한 위치(locations)에 적용될 수 있는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개념으로서 강조해 온 경향이 있다. 실제로 최근 수십 년 동안 ‘공간적 전환’을 경험해오면서, 학문에서 새로이 등장하는 다양한 관점들은 실증주의, 인간주의, 비판적/구조적 접근 간의 융합을 요구하는 장소관을 제시하고 있다(Walmsley and Lewis, 1993; Morgan, 2011 재인용).

    그러므로 장소기반교육에서의 장소는 지리학 내의 다양한 장소 개념을 포괄적으로 수용함과 동시에 장소를 생물지역으로 바라보는 생태학에서의 장소 개념(심승희 역, 2012)까지 포함하여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으로 이해됨으로써 장소기반교육의 논의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2. 장소기반교육의 형성과 개념의 발달

    장소기반교육의 개념은 교육학자인 Smith(2002a)Gruenewald(2003)의 학술 문헌에서 처음으로 표현되었다. 이들의 논의는 주로 두 가지 지적 원천에 의존하였는데, Orr(1992)의 생태교육(ecological education)과 Theobald(1997; Theobald and Curtiss, 2000)의 지역사회 지향 교육(community-oriented rural education)이다. Orr가 자연환경에 중점을 두었던 반면에 Theobald는 지역사회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Orr와 Theobald의 장소에 대한 개념은 다소 다르지만 두 학자 모두 장소에 대한 연결의 증대가 생태적, 사회적 잘 삶을 촉진시키는 필수적인 구성요소로 보았다. 이후 Smith와 Gruenewald는 장소의 생태적, 사회적 측면의 중요성을 인식하여Orr와 Theobald 의 논의를 자신들의 이론을 설명하는 데 들여왔다. 먼저 Smith(2002a)는 문화, 경제, 정치, 생태 시스템을 포함하는 장소의 다양한 차원과 연결되는 교육적 실천들로서 다섯 가지 주제의 장소기반 접근법(문화연구, 자연연구, 실생활 문제해결, 인턴쉽과 취업기회, 지역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의 참여)을 연구했으며,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장소의 여러 측면들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유도하고 그 장소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참여시킨다. 또한 Gruenewald(2003)는 ‘장소의 비판적 교육학’이라고 부르는 본인의 이론에서 장소기반교육의 개입적 측면을 더욱 강조하여, 지역 장소에서의 사회적, 생태적 정의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이자 그 필요를 드러내고 강조하는 개념으로서 장소기반교육을 지지했다(Israel, 2012).

    그러므로 장소기반교육이란 학습을 위한 시작점으로 지역사회 및 총체적인 지역 환경을 활용하고 실제 세계에서의 직접적인 학습 경험을 강조하는 교육법(Sobel, 2004)으로서, 더욱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촉진시키고자 일상적인 삶의 장소에서부터 행동하고 느끼는 방식을 변화(Israel, 2012)시키려는 접근법이다. 장소기반교육은 교육적 경험을 위한 중요한 맥락으로 지역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자연적 환경을 채택 (Smith, 2002b)하는데, 장소기반교육에서는 장소에서의 직접적인 학습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장소에 대한 애착이 발달하게 되고 행동할 수 있는 기능을 습득하게 되면 개인은 자신의 지역사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가정(Powers, 2004)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소기반교육은 장소의 연구에 관한 교육과정을 통합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청지기 정신을 고양하는 수단이자 시민적 삶의 활성화를 위한 수단(Lane-Zucker, 2005)으로서, 장소기반교육을 통해 이러한 시민적 참여가 증가할 때 비가시적 관계망인 사회적 자본이 확대되고 이는 자연적, 사회적으로 더욱 건강한 지역사회로 이끌 것이다(Powers, 2004).

    장소기반교육은 문화연구, 자연연구, 실생활 문제해결, 인턴쉽과 취업기회, 지역사회 과정으로의 유도 등 크게 다섯 가지 주제의 형태1)들이 있으며, 장소기반교육을 지향하는 교육자들은 학습을 학생들의 삶과 지역사회, 지역에 연결 짓게 하는 광범위한 경험들을 창안하고 있다.

    1) 문화연구(Cultural Studies)

    문화연구를 주제로 하는 장소기반교육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자신의 삶, 가족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 된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현상을 조사 주제로 삼는다. 이러한 학습 경험은 학생들을 장소에 더욱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며, 장소에서의 토착지식, 친숙한 것을 기반으로 하여 점차 확장되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장소기반 문화연구의 사례인 1970년대 Georgia주에서의 Foxfire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에서 지역 문화를 조사하고 문서화하기 위한 국가적인 움직임을 자극했다(Smith, 2002a).

    2) 자연연구(Nature Studies)

    자연연구를 주제로 하는 장소기반교육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1990년대 중반 Oregon주의 Portland에 위치한 환경중학교(Environmental Middle School)는 지역의 자연 현상을 명시적으로 교육적 노력의 중심에 두었다. 환경중학교는 사회, 과학, 언어, 수학 등의 수업에서 단원을 조직하는 중심으로 해당 지역의 산, 강, 숲 등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교육과정을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Oregon주 북부와 Washington주 남부의 Willamette 강, Columbia강, 그리고 많은 지류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연어 서식지 개선, 작은 습지 만들기 등 강가 주변의 회복에도 기여하였다. 이러한 유형의 장소기반교육은 주변의 자연 세계에 대한 연구를 교육과정으로 포함시킴으로써 더 먼 거리 또는 추상적인 현상에 대한 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초 역할을 할 수 있다(Smith, 2002a).

    3) 실생활 문제해결(Real-World Problem Solving)

    장소기반교육의 세 번째 접근 방식은 학교나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견하는 데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것으로서, 이러한 교육과정 개발 방식은 특정 장소에 깊은 근거를 두고 있으며 그 과정은 매우 민주적이다. 예를 들어, Portland 북부의 한 초등학교의 5학년 학생들은 그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로서 인접한 공원과 놀이터를 찾아냈다. 두 장소는 낙서로 손상되고 기물이 파손되어서 학생들이 놀기에 적합하고 안전한 장소로 인식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그곳을 청소하고 더 나아가 지역의 자부심의 원천으로 만들기 위해 일부를 재설계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으며, 그 계획에 따라 몇 주간의 활동을 진행한 결과 경관의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환경문제에만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으며, 학교 근처 지역의 기아와 무주택 정도에 대해 조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을 개발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Smith, 2002a).

    4) 인턴쉽과 취업기회(Internships and Entrepreneurial Opportunities)

    일부 교육자들은 청소년들이 자아를 찾고 직업을 갖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산업사회의 일반적인 믿음에 대항하여, 학생들에게 직업과 장소 사이의 관계를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본인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경제적 기회를 찾거나 만들어 내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는 청소년들은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자신들의 근거지에 더 깊게 뿌리내린다. 학교교육을 지역 내의 직업 기회와 연결 짓는 이러한 장소기반교육은 청소년들의 자신감과 주도성을 길러주어 청소년들을 본인들의 지역사회에 남게 하고 가족과 이웃에게 도움이 되도록 한다(Smith, 2002a).

    5) 지역사회 과정으로의 유도(Induction into Community Processes)

    장소기반교육에 대한 다섯 번째 접근법이자 가장 포괄적인 접근법은 학생들을 지역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을 지지하는 교육자들은 어린이들을 성인과 동등한 시민으로 간주하고 중요한 지역사회 문제에 관한 그들의 지식, 관점, 통찰력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사례로서, 자치주 공원(county parks) 위원회의 위원들은 새로운 놀이기구 설치에 관심이 있었지만 지역사회의 요구에 대한 대중의 조언을 듣고자 했다. 5학년 학생들은 어린이들의 관점에서 위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Clatsop County에 있는 모든 자치주공원(county parks)을 방문하여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조사했고, 위원들을 위한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에게 적합한 더 많은 놀이기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례에서 학생들은 지역사회 지도자의 눈과 귀가 되었으며 그들의 관찰과 조사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Smith, 2002a).

    오늘날 장소기반교육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사실 지역의 주변 환경으로부터 학습한다는 생각은 형식적인 학교교육의 형성보다 앞서 왔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되어 왔다. 이로 인해 장소기반교육은 다양한 인접 개념이 존재하는데, 장소기반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해주는 개념 중 하나가 ‘토착지식’이 강조되는 ‘생물지역주의’이다.

    생물지역주의란 1970년대부터 북미에서 환경 위기의 근원이자 해결책이 지역과 지방에 뿌리를 둔다는 인식 아래 분산적이며 다발적으로 행해져 온 개별 사례들의 공통 특성에 붙여진 이름으로서, 생태적이자 문화적으로 규정하는 장소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행동들이 이루어질 때 가장 큰 결실을 맺는다는 공유 의식을 말한다(이준미, 2006). 특히 생물지역주의는 생태학, 즉 생명 세계를 지배하는 근본 법칙이나 원리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생물지역주의자들은 모든 생명체의 삶의 터전인 땅, 즉 ‘장소’라는 관념에 큰 무게를 두며, 각각의 사람이 살아가는 장소에 대한 생태학적, 자연지리학적, 전통문화적, 향토사적 이해와 재발견을 통한 지속가능한 삶 및 상호존중 속의 공생·공영적 삶을 추구한다(송명규·김병량, 2001).

    이처럼 생물지역주의는 기본적으로 자신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근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지금 살고 있는 장소로부터 모색하는 것으로서, 특히 재거주화(reinhabitation) 프로젝트를 통해 ‘제자리에서 살아가는 것’의 배움을 강조한다(이준미, 2006).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인간이 자연과 접하면서 습득해왔으나 자본주의와 서구 물질문명에 의해 파괴되고 폄하되어온 친자연적 지혜와 지식, 삶의 방식들을 재조명하고 부활(송명규·김병량, 2001)하고자 하므로, 이는 필연적으로 토착지식과 토착문화의 강조로 귀결된다.

    토착지식(Indigenous knowledge)은 문화나 사회에 고유한 지역지식(local knowledge)이다. 자연계의 복잡한 지식은 과학적 지식에 한정되지 않으며, 전 세계에 걸쳐 인간 사회는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과 관련된 풍부한 경험과 설명의 집합체를 발달시켜 왔다(UNESCO, 2010). 즉, 토착지식은 토착주민들이 특정 장소에 오랫동안 살면서 파생된 것으로서, 그 지식의 깊이는 학교가 모든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경험을 풍부하게 이끌 수 있는 지식의 보고를 제공한다(Barnhardt, 2008). 오늘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토착지식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증대하고 있으므로, 토착지식을 유지시키고 문화적, 교육적으로 적합한 학교교육과정으로 통합시키려는 노력은 현명할 것이다. 또한 교육이 효과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아는 것에서부터 모르는 것까지’라는 철학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학생들에게 친숙하고 점차적으로 지역적, 국가적, 세계적 환경에 대한 지식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지역에 관한 지식으로부터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UNESCO, 2010). 이러한 맥락에서 토착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장소기반교육의 가치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장소기반교육은 학생들의 능동적 체험 강조, 장소의 토착지식 활성화, 지식의 실세계 적용 강조, 지역사회 개선에 기여 등 을 주요한 특징으로 하며, 전 세계의 많은 교육자들이 점차 이 접근법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

       3. 장소기반교육의 사회과교육적 의의

    장소기반교육의 의미와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출해 낼 수 있는 사회과교육적 의의는 첫째, 장소 이해와 장소 애착을 기반으로 하는 장소에 뿌리내린 건전한 정체성의 형성, 둘째, 시민의식을 비롯한 민주시민에게 요구되는 사회과 핵심역량의 함양, 셋째, 지역사회개선에 기여하는 시민적 참여의 활성화, 넷째, 지역에 뿌리내린 세계시민의 양성에 있다.

    첫째, 장소기반교육은 장소에서의 능동적인 체험을 통해서 장소 이해 및 장소 애착의 형성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장소에 뿌리내린 건전한 정체성을 함양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장소기반교육은 학습을 학생들의 삶과 관심사, 그리고 그들의 지역사회 안에 위치시킴으로써 교실의 확장을 지향한다(Knapp, 2008). 즉, 장소기반교육은 장소의 여러 측면들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능동적 체험을 강조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그 장소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참여시킴으로써 장소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장소의 개선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기능을 습득하게 한다.

    장소에 대한 이해 경험과 장소를 위한 실천 경험은 장소에 대한 애착을 길러주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데, 특히 장소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장소 애착의 형성은 장소기반교육의 주요 초점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장소 내에서 더욱 환경적,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Morgan, 2011).

    [표 1.] 사회과 핵심역량(김경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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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과 핵심역량(김경은, 2012)

    궁극적으로 이렇게 형성된 장소 애착은 장소에 뿌리 내린 정체성의 형성에 기여한다. 빠른 변화 속에서 자신 들만의 공간이나 장소를 상실하고 표준화된 공간이나 장소 속에 거주하게 될 때, 인간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거나 위협받게 된다. 이때 학습자들에게 정체성을 길러줄 수 있는 공간이나 장소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된다(박승규·김일기, 2001). 같은 맥락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에 관한 연구들은 반복적으로 장소, 정체성, 잘 삶(well-being)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장소에 대한 애착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소속감 및 안정감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장소기반교육을 통한 장소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 경험은 장소 애착의 발달 및 장소에 뿌리내린 정체성의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그들이 사는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특징이 되는 개인의 고립과 소외를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Smith, 2002a).

    둘째, 장소기반교육은 현재의 시민, 미래의 시민에게 요구되는 사회과 핵심역량을 함양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미래 사회의 변화된 상황에 맞추어 지식 전달 중심의 학교교육에서 벗어나 학습자가 ‘실제로 정보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의 함양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기초(이근호 외, 2012).하여 ‘핵심역량’ 이 교육 개혁의 키워드로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육과정평가원을 중심으로 ‘미래 사회 한국인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에 대한 연구(윤현진 외, 2007; 이광우 외, 2008; 이광우 외, 2009)가 수행되면서 초·중등학교 교육을 통해 강조해야 할 핵심역량 10 가지2)가 설정되었으며, 이 중 특히 사회과에서 길러주어야 하는 핵심역량3)은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정보처리능력’, ‘협업능력’, ‘시민의식’이 도출되었다(김경은, 2012).

    선행연구에서 도출된 사회과의 다섯 가지 핵심역량을 장소기반교육과 관련지어 구조화하면 그림 1과 같다.4) 즉, 장소기반교육은 장소에서의 직접적이고 실천적인 문제해결 경험을 통하여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 능력, 정보처리능력을 길러 줄 수 있으며, 이때 협업능력은 팀 구성원 간의 관계에서 요구되는 사회적 역량으로서 다른 능력의 함양을 도울 것이다.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시민의식의 함양이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학습 경험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기능, 전략 등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앎과 실천의 괴리를 극복하고 반성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확장해 가도록 할 것이다.

    셋째, 장소기반교육은 사회과교육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해오던 시민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앞서 논의하였듯이, 장소기반교육은 장소에서의 직접적인 학습 경험을 통하여 장소를 더욱 잘 이해하고 장소 애착을 형성하게 한다. 더불어 장소에서의 문제해결을 비롯한 다양한 학습 경험은 사회과 핵심역량으로 표현되는 기능들, 능력들을 효과적으로 습득하게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각각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장소에 대한 긍정적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결국 청지기 정신을 바탕으로 한 시민적 참여로 이어지게 한다. 이러한 시민적 참여의 증가는 결과적으로 비가시적 관계망인 사회적 자본을 확장하고 심화시키며,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의 개선은 결국 사회적·자연적으로 더욱 건강한 지역사회로 이끈다는 데에 큰 가치가 있다(Powers, 2004).

    장소기반교육을 통한 이러한 참여의 활성화는 ‘알지만 실천하지 않는 시민’이라는 사회과교육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즉, 시민의 실천이 차지하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과교육은 시민의 실천성 증진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장원순, 2003). 그러므로 장소기반교육을 통한 지역사회로의 참여는 어린이들을 ‘실천하는 시민’으로서 세상과 재연결 시킴으로써 다른 사람을 위하는 가치를 경험하도록 돕는 동시에 지역사회가 그 구성원들의 헌신과 공헌으로부터 이익을 얻게 하여 개인과 지역사회 모두에 기여할 것이다(Smith, 2002a).

    넷째, 장소기반교육은 궁극적으로 지역에 뿌리내린 세계시민을 양성해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세계화, 정보화가 가속화되면서 미래 사회에 요구되는 시민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세계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시민에게 더욱 요구되는 것은 지역에의 뿌리내림으로서, 지역에 뿌리내린 건전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할 때 지역화와 세계화 모두에 적극적으로 대응 할 수 있다. 즉, ‘지역사회를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지역사회 안에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지역사회 발전의 비전을 지니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 해결할 역량을 지닌 시민’(김민호, 2011)이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화 또는 세계화가 동질화의 과정이기는 하지만 장소들이 동일해진다는 것을 함의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장소 간의 차이와 상호의존성을 동시적으로 개념화 하도록 했다(Castree, 2003; 남호엽, 2005 재인용). 그러므로 장소마다 고유한 문화적, 생태적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학습에 활용하고 장소의 토착지식과 실천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장소기반교육은 세계화와 관련된 균질성의 반복 경향을 극복하는 전략을 제시하는 것(Barnhardt, 2008)임과 동시에 세계적 차원에서 생각하고 지역적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줌으로써 지역에 뿌리 내린 세계시민을 길러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한 ‘장소기반교육의 사회과교육적 의의’를 구조화하여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나타내면 그림 2와 같다. 이는 장소기반교육의 기본적인 특성을 규명 함과 동시에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장소기반교육이 현대사회에서 사회과교육이 당면한 일련의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교육적 의의를 나타낸 것이다. 이론적 고찰을 통해 형성된 ‘장소기반교육의 사회과교육적 의의’에 대한 개념체계는 II장의 전체적인 내용을 집약한 것임과 동시에 III장에서 사례를 분석하는 기준으로 활용됨으로써 각각의 사례가 갖는 사회과교육적 의의를 효과적으로 해석해 낼수 있을 것이다.

    1)다섯 가지 주제의 형태를 제안한 Smith(2002a)의 연구는 주요한 교육 저널(Phi Delta Kappan)에서 발표되었으며 ‘장소기반교육’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기념비적 연구로서 가치를 지닌다(Rosenthal, 2008).  2)‘미래 사회 한국인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에 대한 연구에서 설정된 핵심역량 10가지는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정보처리능력, 대인관계능력, 자기관리능력, 기초학습능력, 시민의식, 국제사회문화이해, 진로개발능력이다(이광우 외, 2009).  3)김경은(2012)은 핵심역량 10가지 중 기존의 핵심역량 관련 연구들(DeSeCo 프로젝트 등), ‘2007년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을 대상으로 역량과 관련된 진술이나 표현의 빈도를 분석한 연구’, ‘사회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델파이 조사’의 결과를 종합하여 다섯 가지의 사회과 핵심역량을 도출하였다.  4)사회과 핵심역량으로 제시된 다섯 가지 능력들은 같은 층위의 성격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능력들을 그림 1과 같이 구조화하였는데, 이러한 구조의 출발점은 역으로 ‘목표 역량’에서부터 시작된다. 즉, ‘시민의식’을 사회과교육을 통해 길러주어야 할 목표 역량으로 보고, 다른 능력들은 시민의식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구적 역량’으로 보았다. 또한 협업능력은 다른 능력들과 달리 개인의 노력만으로 길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길러지고 다른 능력들을 신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역량’이라는 다른 범주로 분리하였다.

    III. 장소기반교육의 사례 분석 및 논의

       1. 분석의 기초

    본 장에서는 앞서 논의한 이론적 개념체계를 가시화 할 수 있는 사례들을 분석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장소기반교육이 사회과교육에서 구현되었을 때 어떠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사회과교육으로의 접목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분석의 대상이 되는 두 사례는 장소기반교육의 기본적인 특성을 충족하며 사회과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으로 선택하였으며, 그림 2에 제시된 ‘장소기반교육의 사회과교육적 의의’를 기준으로 분석하여 그 이면의 의도와 효과를 해석하였다.5)

    사례 분석을 위한 자료로는 각 사례를 실천했던 지도교사와의 면담, 그 교사들로부터 직접 확보한 각종 문서, 관련 신문 기사, 연구자가 직접 답사를 통해 수집한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질적 연구에서의 방법의 다각화와 자료의 다각화를 지향하고 연구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보완하고자 하였다. 다만 [사례 2]의 경우 연구 자료를 수집하는 당시까지 관련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본 연구자가 직접 4차 탐구활동에 참여하여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재학 중인 학생들과 면담을 실시할 수 있었다.

       2. [사례 1]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주세요!

    1) [사례 1]의 등장배경 및 활동 개요

    첫 번째 사례는 2006년 당시 서울D초등학교의 5학년 ○반 학생들과 B교사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실제 학교 앞 통학로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게 된 사례이다. 환경을 위해 자전거의 이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학교교육 내용과는 달리 D초등학교는 안전상의 이유로 자전거 통학을 금지하였다. 특히 D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사회과 중간고사 문제 중 하나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쓰는 것이었는데, ‘자전거 타기 생활화’를 정답으로 인정하면서도 정작 학교에서는 자전거 통학을 금지하는 모습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모순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5학년 ○반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통학로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를 구체화시켰다. 특히 서울시장에게 두 차례 학교 앞 자전거 도로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편지를 보냈고, 결국 서울시청으로부터 다음 해에 통학로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해 주겠다는 확답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학습과정은 학습을 위한 공간으로서 그 지역의 자연환경 및 인문환경이 총체적으로 담겨 있는 장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장소에서의 실천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더욱 깊은 애정을 갖고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장소기반교육의 지향점을 잘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2) [사례 1]의 특성 및 효과 분석

    (1) 장소 애착 및 정체성 형성 측면

    기본적으로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학생들의 생활권은 학생들의 실질적인 삶의 공간으로서, 특히 학교 앞 통학로는 학생들에게 친밀하고 일상적이며 매일 오고가면서 직접 경험하는 곳이다. 학생들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장소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그 장소에 대한 나름의 지식을 형성해 나가는데, 이는 번안된 의미의 ‘토착지식(Indigenous knowledge)’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학생들은 오랜 기간 동안 등·하굣길을 오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어떤 길이 학교까지 가는 지름길인지, 어떤 길이 도로가 평평하여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한지 등과 같은 장소에 대한 특유의 지식을 축적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학생들은 통학로에 자전거 길이 없으며, 이로 인해 많은 위험과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더불어 학생들은 ‘자전거 21’의 O교사와 함께 동네의 지역도를 보면서 자전거 도로가 왜 필요한지, 어디에 있으면 좋을지 등에 대해 논의한 후 답사를 실시하였다. 학생들은 실제로 학교 주변의 곳곳을 둘러보면서 통학로가 자전거를 타기에는 얼마나 위험한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개선을 필요로 하는 장소를 지도에 표시함으로써 장소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개선을 위한 실천의지를 갖게 되었다. 이는 B교사와의 면담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활동의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 지역을 다시 보게’ 되고 ‘지역을 두껍게 읽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그 과정 속에서 본인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보았다는 구절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처럼 D초등학교 학생들이 경험한 장소에서의 의미 있는 활동들은 장소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장소에 대한 애착을 발달시켰다. 장소 애착은 어린 시절의 직접적이고 반복적인 장소 경험에 큰 영향을 받는데(Jack, 2010), 특히 장소와 관련된 긍정적인 경험과 그것의 기억을 통하여 발달(Morgan, 2011)하기 때문이다.

    즉, 장소기반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었고 같은 지역을 보더라도 더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되었으며, 일상적이고 익숙하던 것에 대해 개인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른 일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일상의 재발견’을 경험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의미가 스며들어 있는 장소를 이해하고 애착을 갖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특정 장소에 대한 소속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방식의 기본 구성요소(Jack, 2010)이다. 이처럼 장소에 대한 이해, 애착, 소속감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은 그 장소의 거주민이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본 사례의 학생들은 장소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점차 거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데, B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을 해나가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고 더 자세히 바라보며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거주민이 되었다고 하였다.

    (2) 지역사회로의 참여 활성화 측면

    자전거 전용도로의 설치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자전거 전용도로의 설치를 위해 D초등학교 5학년 ○반 학생들과 B교사는 1년 가까이의 시간동안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갔다. 특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학생들은 자전거 동아리를 조직하였는데, 당시에 학급 내에는 자전거 동아리를 비롯하여 세 개의 동아리가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동아리 구성원들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급회의를 통해서 학급 친구들에게 활동 계획, 방법 등을 제안하고 함께 논의하여 실천할 수 있었다.

    더불어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계획이 실제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전문 지식이 필요함을 깨닫고, 자전거 동아리 회원들과 ‘자전거 21’의 O교사와의 만남을 추진하였다. 학생들은 O교사와 함께 학교 앞부터 근처 아파트까지 답사하면서 자전거 횡단보도의 부재, 안내 표지판의 부재, 미흡한 도로 표시 등의 문제도 발견할 수 있었으며 O교사로부터 이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밑거름 삼아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안으로서 서울시장에게 학교 앞 자전거 도로의 설치를 주장하는 편지를 두 차례 보냈다. 특히 첫 번째 편지가 별다른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자 학생들은 위험한 통학로의 모습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서 두 번째 편지에 넣어 보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결국 서울시 교통운영 담당 부서와 구청 담당자로부터 이듬해 학교 앞에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마련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을 수 있었으며, 실제 일 년 뒤인 2007년에는 자전거 길이 완성되었다.

    (3) 사회과교육적 역량 함양 측면

    본 사례에서 학생들은 자전거 통학로의 설치를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실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능력, 협업능력, 정보처리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발휘할 수 있었으며, 학생들의 이러한 능력 발휘에 대해 교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을 넓혀주고, 문제의 해결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민의식을 증대시켜 주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경험들은 학생들이 성장한 이후에도 자산이 되어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에 책임감을 느끼며 참여하고자 하는 시민의식을 형성하고 있었다. 즉, 실제 자전거 도로는 만들어졌지만 신호 체계 등의 보완이 미흡하여 여전히 후배들이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없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노력은 우리 지역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넓게 보면 전 세계의 환경을 위한 중요한 실천이기도 하다. 곧, 지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역량의 함양은 세계시민으로서 전 인류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지역적 차원에서 장소를 중심으로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은 사회과교육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3) [사례 1]의 분석결과 종합 및 논의

    본 사례는 Smith(2002a)가 제시한 장소기반교육의 다섯 가지 형태 중 ‘실생활 문제해결’ 및 ‘지역사회 과정으로의 유도’와 관련된 성격을 주로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강조점에 따라 시민적 참여로 이해될 수도 있고 장소기반교육으로 이해될 수도 있는데, 장소기반교육과 시민적 참여(Civic Engagement), 서비스 러닝(Service Learning)은 매우 상호보완적인 접근법으로서 그림 3과 같은 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경우, ‘문제해결에의 참여’ 그 자체보다는 이러한 활동이 ‘장소’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장소기반교육의 시각에서 본 사례를 이해하고 분석하였다.

    더 나아가 이러한 활동은 완성체로서가 아니라 사회과교육 내에서 다른 장소기반교육 활동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실제로 B교사는 ‘자전거 길 만들기’ 활동 이후에도 꾸준히 이러한 성격의 활동을 진행하였으며, 면담을 실시한 해에는 ‘학교 안전 지도 만들기’를 통해서 장소에 근거한 유의미한 활동을 진행해 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실제 일상생활에서의 삶을 학습대상으로 하는 사회과에서 특히나 유용한 수업 주제이자 더 큰 개념을 학습하기 위한 소재로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사회과교육의 실천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3. [사례 2] 초등학생들이 만든 제주 올레길

    1) [사례 2]의 등장배경 및 활동 개요

    두 번째 사례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위치한 G초등학교 학생들이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마을의 명소 8곳을 탐구하고 그 8개의 명소를 잇는 올레길을 만들어 낸 것으로서, 이는 2010년 ‘곽금팔경 올레’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G초등학교는 2007년에 환경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우리고장에서 뛰어난 경관과 전설이 깃든 ‘곽금팔경’을 자료화하여 활용하기 시작하였고, 2009년부터는 제주형자율학교의 특성화 프로그램으로서 ‘걸으멍 굴리멍 즈멍 곽금팔경 탐구활동’을 본격적으로 운영하였다. 이러한 과정들이 바탕이 되어, 학생들은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우리고장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는 뜻에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년여 동안 8경을 잇는 아름다운 마을길을 탐사하고 정비하여 ‘곽금팔경 올레’를 완성하였다. 이를 위해 학년별로 코스를 나누어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마을길을 직접 답사하고 각각의 길에 걸맞은 이름을 지어주었으며, 길 안내 리본을 묶어주고 환경정화 활동을 하여 실제 올레길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고장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을 학습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더욱 깊은 애정을 갖고 그 장소를 위해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장소기반교육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

    2) [사례 2]의 특성 및 효과 분석

    (1) 장소 애착 및 정체성 형성 측면

    장소와의 상호작용으로 가지게 되는 정서적인 연계는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이 경험한 장소의 독특함에 의해 형성되며, 장소를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교육과학기술부, 2010). 그러므로 장소 이해는 장소의 독특함을 경험할 때 효과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데, G초등학교는 우리 고장만의 특별한 자연·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하는 탐구활동을 진행함으로써 장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2010년에는 기존의 탐구활동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올레길을 개발하게 되는데, 한 마을에 오래 살고 있는 아이들도 매번 익숙한 길만 오고 가다 보니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을 잘 모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G초등학교에서 곽금팔경 탐구활동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올레길 개발에 앞장섰던 K교사와의 전화면담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G초등학교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올레길 개발 활동을 돕기 위하여 사전 답사를 통해 마을의 새롭고 아름다운 길을 찾아내고자 노력하였으며, 마을의 자연환경, 인문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탐색하여 교육 자료로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장소 이해를 도왔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항상 익숙해서 지나쳤던 마을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으며,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고장의 자연적, 문화적 특징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올레길을 개발할 당시 3학년으로서 활동 과정에 참여했던 M학생(면담 당시 6학년)과의 면담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사들이 미리 다양한 길을 탐색하기 위한 답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 고장의 자랑스러운 유산으로서 곽금팔경을 인식하고 8개의 절경을 잇는 올레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되었다. 전체 길이가 약 11km에 달하는 올레길은 각각의 구간 별로 희망길, 지팡이길 등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 이 길들의 이름은 예전부터 마을에서 부르던 것도 있었고 G초등학교 학생들이 올레길을 걸으면서 그 길의 특징에 맞게 붙여준 것도 있었다. 학생들은 올레길을 걸으면서 그 아름다움을 직접 발견하고 그에 걸맞은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의미를 부여하고 애착을 갖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표 2).

    [표 2.] 학생들이 붙인 곽금팔경 올레길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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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붙인 곽금팔경 올레길의 이름

    이처럼 곽금팔경을 탐구하고 올레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곽지리와 금성리에 대한 깊은 애착을 형성하게 하였는데, 이는 곽금팔경 올레 탐구활동을 마친 후 학생들이 작성했던 소감문에도 잘 나타나있다.

    더 나아가 본 사례에서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곽금 팔경을 탐구하고 곽금팔경 올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장소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이 증대되었는데, 이는 마을의 주민으로서 마을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마을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에서찾아볼 수 있다. 이는 결국 학생들로 하여금 그들이 사는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뿌리내림을 가능하게 하고 건전한 정체성의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2) 지역사회로의 참여 활성화 측면

    G초등학교 학생들은 올레길을 만들었을 당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삶터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 및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먼저 곽금팔경을 잇는 올레길을 만들기 위하여 학년별로 각기 다른 코스의 마을길을 직접 걸으면서 환경정화 활동 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을 가장 아름다운 길로 안내할 수 있도록 갈림길에 리본을 달고 향후 마스코트 ‘곽금이’가 그려진 안내 표지판도 설치하였다. 또한 아래의 K교사 와의 면담 내용과 같이, 코스 중 사람들이 다니기 불편한 숲 길, 연못가 등은 지역사회 및 학부모의 도움을 받아 정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올레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속에서 지역사회와 학교는 분리를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였으며 학생들의 뜻깊은 노력을 지원하였다.

    그 결과 학생들은 G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과오름, 곽지해수욕장 등 곽지마을을 둘러 볼 수 있는 곽지코스(5.1km)와 금성 뒷동산, 정자천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금성코스(5.8km)를 개발하였으며, 총 길이 약 11km의 곽금팔경 올레를 통해서 역사 깊고 아름다운 곽지·금성마을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G초등학교는 곽금팔경 올레코스의 보존을 위해 학교 자체 및 지역사회와 연계한 환경보호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곽금팔경과 곽금팔경 올레를 기반으로하는 이러한 활동들은 과거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이 곽금팔경의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돕고 우리 고장의 역사적 뿌리 및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였다. 또한 처음에는 학교 프로그램 주도로 장소기반학습이 이루어졌을지라도 결론적으로는 학생들 스스로 올레길을 개발, 유지, 보존하기 위한 각종 활동들을 실천하였으며, 이는 결국 지역사회의 환경적 개선 및 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지역사회의 활성화에도 기여하였다.

    더 나아가 ‘이렇게 좋은 마을에 대해서 알아야 자기네 마을을 지킬 텐데⋯’라는 K교사의 말처럼, 이러한 활동은 학생들로 하여금 본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함으로써 침체되어가는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이 마을의 유지, 보존에도 기여할 것이다.

    (3) 사회과교육적 역량 함양 측면

    학생들은 교실에서 ‘마을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직접 올레길을 걸으면서 이 길을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한 활동을 실천함으로써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기를 수 있었다. 즉, 곽금팔경과 올레길에서의 직접적인 조사활동 및 탐구활동은 정보처리능력을 발달시켜 주기에 적합하며, 실제의 문제해결 과정에서 의사소통하고 협업함으로써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이러한 역량들은 결국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경제적, 정치적, 환경적,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시민으로서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사회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민의식의 기반이 된다. 실제로 현재 G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M학생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올레길이므로 ‘우리가 책임을 지고’ 지켜내야하며, 이것을 ‘의무’로 인식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또한 곽금팔경 올레를 만들 당시에 주요하게 활동에 참여했던 K교사의 한 제자는 곽금팔경 올레의 경험을 토대로 제주도를 홍보하는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우리 마을을 알리는 경험은 제주를 세계에 알리는 경험으로 확장되었으며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지역에 뿌리내린 세계시민’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된다.

    3) [사례 2]의 분석결과 종합 및 논의

    사회과교육에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의 결합체인 장소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장소기반교육이 매우 효과적임은 당연하다. 또한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학습은 실제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지리적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다른 장소를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준다. M학생과의 면담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장소기반교육은 사회과에서 학습하는 다양한 개념들을 실제의 삶 속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습의 효과를 높여주었다.

    더 나아가 본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장소기반교육은 장소의 자연적, 문화적 환경을 총체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그 지역의 토착적인 문화유산을 학습하는 데 효과적이므로 고장의 문화와 관련된 사회과 단원에서 활용 될 수 있을 것이다.

       4. 사례 분석을 통한 사회과교육에의 함의

    첫째, 장소기반교육은 ‘지역화’라고 하는 사회과교육의 지향점을 실현시켜주는 효과적이고 실제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사회과 교육과정의 지역화는 특정 학년 또는 특정 단원의 차원에서 지향해야 할 관점이 아니라 사회과교육 전반에서 학습자 적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향점(남상준, 2003)으로서, 초등학생의 삶의 방식을 고려한다면 형식적인 지역(region)보다는 본인들의 삶에 맥락적으로 관련된 장소를 중심으로 지역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더욱 적합하다.

    둘째, 장소기반교육은 학생들을 학습의 주체로서 인정하고 그들의 관점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후향적 관점의 사회과교육’6)을 구현하는 데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는, 어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공간보다는 어린이들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공간이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박승규, 2004). 그러므로 학생들의 경험세계를 구성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학습할 때 학생들은 학습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으며, 진정한 의미에서 그들의 시각이 반영된 사회과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논의한 두 사례 모두 학생들이 본인의 삶의 공간에서 흥미와 관심에 따라 주도적으로 학습을 이끌어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소기반교육은 후향적 관점의 사회과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셋째, 사회과교육 내에서 실천되는 장소기반교육은 지역적 차원에서의 실천 역량을 기반으로 세계화, 다문화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시민을 길러냄으로써 사회과교육에 대한 현대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사회과가 현대사회에 필수적인 교과로 자리매김하도록 도울 것이다. 장소는 지역과 세계라는 두 세계의 장점을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곳(Barnhardt, 2008)으로서, 학생들은 장소를 통해 그들이 거주하는 직접적인 장소와 그들이 삶을 만들어 갈 더 큰 세계와의 연계를 배울 수 있으며 더 나은 세계를 위하여 장소에서부터 실천과 참여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특정 장소에서부터 점차 확장되는 범위로의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며, 이러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장소기반교육이다. 이는 앞서 논의한 두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장소기반교육 활동을 통하여 학생들은 장소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었고 장소의 개선을 위한 활동을 실천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른 지역, 국가, 세계로 확장하여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5)분석 기준은 장소기반교육의 사회과교육적 의의를 토대로 (1) 장소 애착 및 정체성 형성 측면, (2) 지역사회로의 참여 활성화 측면, (3) 사회과교육적 역량 함양 측면 등의 세가지 항목으로 설정하며, ‘지역에 뿌리내린 세계시민’의 경우 장소기반교육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적으로 보았다.  6)남상준(2009)은 사회과교육에서 ‘후향적 관점(backward mapping)을 존중하는 활동’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학습자의 흥미와 관심을 바탕으로 한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활동의 핵심은 학습자와 교사의 요구를 존중하는 것이며 이는 학습자들의 능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후향적 관점의 사회과교육’을 정의하자면, 삶의 주체로서 어린이를 인정하고 그들의 능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사회과교육의 생태적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IV. 결 론

    특정 지역의 사태와 요구에 둔감하며 표준화되고 보편화된 ‘하나의 기준’을 전달하는 지배적인 교육 관행에 대한 대응으로서, 장소기반교육은 학생들의 삶, 지역사회, 지역에 근거한 교육과정을 지향한다. 즉, 학습을 본인들의 장소에 확고하게 위치시키고 지역사회와 환경에의 도움을 지향(Morgan, 2011)함으로써, 장소기반교육은 지역사회의 맥락 안에서 학습을 재정립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Smith, 2002a).

    그러나 장소기반교육은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제대로 이해되고 실천되지 않을 경우, 편협한 지역주의의 독려, 다른 장소,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의 손실 등의 잠재적 긴장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장소기반교육의 주창자들은 Massey의 글로벌 장소감과 같은 맥락에서 국제적인 정향의 장소 이해를 개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자기 지역에의 명시적인 초점을 통하여 ‘글로벌 시민’의 육성을 목표로 해야 함(Thornashow, 1999, 2002; Szerszynski, 2006; Gruenewald and Smith, 2008; Morgan, 2011 재인용) 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즉, 전자통신이 전 세계적으로 아이디어들과 이미지, 심지어는 가공품도 쉽게 교환하게 해주는 시대적 특성상, 장소기반교육은 지역주의를 불러오기 보다는 오히려 개인과 단체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지역사회와 문화에 대한 헌신과 충성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전히 유사한 장소, 유사하지 않은 장소에서의 사람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게 할 것이다(Smith, 2002a).

    그러므로 사회과교육은 장소기반교육을 활용함으로써 사회과가 지향하는 학교교육과 실제 삶 간의 강력한 연계를 조성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학생들이 현재의 삶과 미래의 삶을 행복하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는 개인의 발달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사회과교육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길이며,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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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1. ]  사회과 핵심역량(김경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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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림 3. ]  장소기반교육과 상호보완적인 접근법 (출처: Clark,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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