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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이주민 문제의 정치적 탈이념화 Political Ideology and Attitudes toward Immigratio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이주민 문제의 정치적 탈이념화

Political ideology is one of the major factors that affect attitudes toward immigration. In general, conservatives are less likely than liberals to support immigration due to their tendency to resist change and seek out stability. However, South Korean case deviates from this tendency. Conservative groups including the conservative Saenuri Party have been very supportive of multiculturalism and pursued policy agenda geared toward its promotion. This is even more counter-intuitive in that ethnic nationalism has long dominated race and ethnic relations in South Korean society. This paper analyzes 20 years’ worth (1990-2009) of editorials and columns from two Korean newspapers, one conservative and one progressive, and sees how the media representation of migrant workers and marriage immigrants, the two largest migrant groups in Korea, vary along the media’s ideological orientations. The results show that Korean media were predominantly positive toward migrants regardless of their ideological orientations. Negative perspectives, such as asserting that migrants disrupt social order, were limited to a small number. While the conservative newspaper was slightly less positive—but still not negative—toward migrant workers than the progressive one, the two media’s attitudes toward marriage immigrants were not differentiated. This paper explains the de-ideolization of the immigration issues with the diffusion of human rights norms. As globalization proceeds, global norms such as human rights influence political and discursive practices in the local context. As a result, humanitarian attitude toward immigrants became a norm in South Korea and accordingly domestic discourse around immigrants became centered on how to embrace and help them.

KEYWORD
이주노동자 , 결혼이민자 , 미디어프레임 , 인권 , 이념
  • Ⅰ. 서 론

    2012년 4월 11일 19대 총선에서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온라인상에 “불법체류자가 판을 치게 됐다” “우리가 뼈 빠지게 벌어서 낸 세금을 매매혼가정이 거덜 낼 것이다”라는 등의 인종차별적 비난이 이어졌다. 당시 대표적 보수언론인 조선일보는 여러 기사와 사설 및 칼럼을 통해 한국인의 ‘외국인 혐오증’을 집중 조명하고 이를 비판했다. 특히 아래의 사설은 이 사태에 대한 진보진영의 침묵을 꼬집고 있다.

    이주민과 관련된 수용국의 태도는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미국의 경우 이민정책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한 표심을 가르는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다. 특히 불법체류 청소년들을 구제하는 ‘드림법안’(DREAM Act)이나 애리조나 주의 ‘이민단속법’(Senate Bill 1070)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사이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반적으로 보수적 성향의 행위자들은 이민 및 이민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보수적 이념은 근본적으로 안정을 추구하고 기존 질서의 유지를 꾀하기 때문에 이민 현상이 수용국 사회에 가하는 변화와 위협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이자스민의 사례에서 본 것과 같이, 한국의 보수언론은 이 같은 예측을 벗어나 있다. 보수언론이 외국인 출신 국회의원을 비호하고 그에 대해 인종차별적 인신공격을 하는 네티즌을 비판하는 반면 진보진영은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이는 한국에서 이민자 문제가 진영논리로만 설명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한국처럼 민족주의가 강한 나라에서 어떻게 이처럼 이민자에 관대한 시선이 가능해진 것인가. 본 논문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난 20년간(1990-2009) 한국의 대표적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에 실린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관련 사설 및 칼럼을 프레임분석했다.

    분석결과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모두 두 이주민 집단에 대한 우호적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진보언론이 보수언론보다 ‘좀 더 우호적’이었고 결혼이민자에 대해서는 두 언론의 우호적 시선에 차이가 없었다. 이주민 문제의 진단과 처방에 있어서도 언론사의 정치적 이념을 막론하고 이주민을 비난하는 내용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본 논문은 이주민 관련 사안이 이념의 자장을 벗어나 있는 것을 인권담론의 확산으로 설명한다. 이주민 문제가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문제로 규정되면서 이를 반박하는 것은 상당한 도덕적 부담을 감수해야하는 일이 되었다. 그 결과 진보언론은 물론 보수언론 역시 이주민에 대한 인도적 처우를 호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온정적 시각은 피상적 담론에 머무를 뿐 구체적 방안이 언급된 경우는 드물었다

    Ⅱ. 기존연구 검토

    국제이주현상은 이민수용국이 이주자에게 제공하는 제도적 기회(institutional opportunities)와 담론적 기회(discursive opportunities)에 따라 변화한다(Koopmans, Statham, Giugni and Passy, 2005). 법이나 정책을 의미하는 제도적 기회는 이주자에게 제공되는 권리와 책임을 결정하는 반면, 시민권이나 민족정체성에 대한 문화적 인식을 의미하는 담론적 기회는 내국인이 이주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결정한다. 이주민 수용 여부는 제도적 기회에 따라 결정되지만 이들의 일상은 담론적 기회구조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외국인 유입에 대한 제도적 기회가 열려있다 하더라도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국가의 경우 담론적 기회가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에 이주현상이 제한될 수 있다.

    매스미디어는 이주민에 대한 담론적 기회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Koopmans and Olzak, 2004). 앤더슨(Anderson, 2006)이 주장한 바와 같이, 미디어는 한 번도 마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민족’이라는 공동운명체 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y)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미디어의 역할과 그에 따라 민족정체성이 재정의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는 정책연구에 비해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국제이주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주민 정책이 만들어내는 제도적 기회뿐만 아니라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담론적 기회 또한 살펴봐야 한다.

    미디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도 하고 만들어내기도 하지만(Braham, 1982), 많은 미디어 연구자들이 후자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들은 미디어가 객관적 현실을 전달하기보다 현실을 구성하고 창조해낸다고 주장한다. 미디어가 특정 사건을 어떻게 재구성하는가에 따라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부정적 혹은 긍정적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Kaye, 1998; Tuchman, 1978). 학자들은 미디어의 보도 행태가 인종적 편견을 타파하기보다 이를 강화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한다(Braham, 1982; Gordon and Rosenberg, 1989; Greenberg and Brand, 1994; Hartmann and Husband, 1974; Van Dijk, 1991; Kaye, 1998, 2001; Ter Wal, 1996; Tsuda, 2003).

    한국의 경우 이주민들의 모습이 2000년대 들어 TV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미디어에 투영된 그들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었다(류한호, 2002; 백선기, 2005; 이경숙, 2006; 이동후, 2006; 이상길·안지현, 2007; 한건수, 2003). 이동후(2006)이경숙(2006)은 TV프로그램에 투영된 결혼이민자들의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결혼이민자들의 문화적 정체성이 무시된 채 단순히 동화의 대상으로만 묘사되고 있음을 밝혔다. 류한호(2002)의 연구는 한국의 미디어가 이주민들의 인권문제를 간과하고 그들에 대한 보수적이고 부정적인 선입견을 조장한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한건수(2003)는 한국 언론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이미지는 “노예”, “부정한 존재”, “오염의 근원” 등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제시한 서양 국가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미디어 역시 이민자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민자에 대한 경직된 시선은 보수언론의 보도행태에서 두드러진다. 애리조나 반이민법에 대한 미국 언론의 보도프레임을 분석해보면 보수언론일수록 이민자가 가져올 일자리 잠식과 치안 위협을 강조함으로써 반이민법 통과의 타당성을 설득하는 경향을 보인다(Fryberg, Stephens, Covarrubias, Markus, Carter, Laiduc, and Salido, 2012). 또한 이민자를 묘사하는 용어 선택에 있어서도 미국의 보수언론은 진보언론에 비해 ‘불법’(illegal) 이나 ‘사면’(amnesty)과 같이 비난의 의미가 내포된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함이 발견되었다(Merolla, Ramakrishnan and Haynes, 2013).이 외에도, 이민자에 대한 미디어 프레임을 연구한 논문들은 보수언론이 이민에 대해 부정적임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이를 통제변인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수적 성향과 그에 따른 이민자에 대한 배타적 시각은 ‘집단위협이론’(group threat theory)과 사회심리학의 정치적 보수성 연구에서 이론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집단위협이론’에 따르면 여러 다양한 집단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며 타집단이 내가 속한 집단의 존속을 위협하면 그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된다. 즉 이민 자가 내국인들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기존의 사회질서와 가치체계를 어지럽힌다고 판단될 경우 이들에 대한 경계심과 거부감이 증폭되는 것이다(Blalock, 1967; Quillian, 1995; Espenshade and Hempstead, 1996; Fetzer, 2000; Stephan, Ybarra and Morrison, 2009). 이러한 위협감은 보수적 행위자들에게 더 큰 불안을 야기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보수가 진보보다 불확실성(uncertainty)이나 공포(fear)와 같은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감소시키려는 동기가 더 높다고 주장한다(Jost, Glaser, Kruglanski and Sulloway, 2003). 즉, 이민자의 유입은 수용국 사회에 실질적·상징적 위협을 가하고, 보수이념은 근본적으로 위협을 최소화하려는 동인을 내재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수성향의 행위자들은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디어 환경 때문에 이민문제에 대한 미디어 프레임을 연구한 많은 연구들이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을 동시에 연구 자료로 삼았다(안정순, 2013; 양정혜, 2007; 정의철·이창호, 2007; 채영길, 2010; 홍지아, 2010). 이주노동자에 대한 미디어 보도 프레임을 분석한 채영길(2010)은 보수언론(조선일보)의 경우 이주민 인권문제와 관련해 국가 대외 이미지와 외교문제를 염려하는 ‘국가민족’ 프레임이 두드러진 반면 진보언론(한겨레신문)은 이주민을 피해자/약자로 인식하고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관용온정’ 프레임이 두드러짐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념적으로 상이한 언론매체가 채택된 이유는 이념적 차이가 만들어내는 이주민에 대한 시각차를 연구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연구결과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했다.

    그동안 많은 국내 학자들이 이주민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분석해왔지만 몇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많은 경우 질적연구방법에 의존하고 있다(이경숙, 2006; 이동후, 2006). 질적연구방법은 연구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과 통찰을 제공하지만 객관성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둘째, 분석대상으로 삼는 자료의 기간이 짧다. 대부분 특정 사건을 전후해 수집된 자료나(정의철·이창호, 2007) 2~3년간 자료에 국한돼 있어(양정혜, 2007; 양지현, 2010; 채영길, 2010) 미디어 프레임의 장기적 변화를 포착하기 어렵다. 셋째, 미디어의 이념적 성향에 따른 프레임의 차이를 연구한 논문은 있지만 하나의 이주민 집단에 국한되거나 다문화와 같은 하나의 키워드에 집중함으로써 이주민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하위집단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김수정, 2008; 양정혜, 2007; 정의철·이창호, 2007; 채영길, 2010; 홍지아, 2010).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 논문은 20년간(1990-2009) 보수언론 및 진보언론이 각각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를 묘사해온 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만들어내는 차이 못지않게 이주민에 대한 두 언론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수렴되는 현상에도 초점을 맞출 것이다.

    Ⅲ. 인권 담론의 국내적 확산

    다문화 담론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사회에서 각광을 받는 것은 전 세계적 인권담론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인권 담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UN의 설립 및 세계인권선언의 채택과 함께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다. UN헌장은 UN 설립의 목적 중 하나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인도적 성격의 국제문제를 해결하고, 인종, 성별, 언어,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함에 있어 국제적 협력을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제1장제1조).

    이후 인권과 관련된 각종 조약들, 예를 들어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철폐에 관한 국제협약」(1965년),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 및 언어적 소수자 권리선언」(1992년),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1979년) 등이 체결되었고 이를 승인하는 국가의 숫자도 늘어났다(Cole, 2005; Wotipka and Ramirez, 2008). 신제도주의학파에서는 인권담론의 확산을 일종의 동형화(isomorphism) 과정으로 설명한다. 개인, 조직, 국가 등의 행위자가 국제규범이나 글로벌 문화를 모방함으로써 정당성을 획득하고 결과적으로 유사한 제도를 양산해낸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되는 것이 인권의 확산인데, 인권에 대한 제도, 사회운동, 문화, 교육 등은 정당한 문화 체계로 전세계인들의 일상생활에 자리잡았다(정진성·구정우·공석기·유기웅, 2014).

    인권프레임은 특히 성소수자, 여성, 소수민족 등 사회적 차별을 받는 집단들의 권리옹호를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자주 사용되었다. 가령,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무부장관은 2011년 UN에서 열린 세계인권의 날 연설에서 “성소수자의 권리는 곧 인권이다”(Gay rights are human rights)라고 천명했다. 이주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1990년 체결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은 이주노동자의 인권유린을 방지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차원의 노력을 대변한다. 소이살(Soysal, 1994)은 인권과 같은 국제규범이 이민자 문제를 규정하게 되면서 이주민들은 국적이 아닌 보편적 인성(universal personhood)에 근거한 초국적 시민권(postnational citizenship)을 부여받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구로위츠(Gurowitz, 1999) 역시 인권이 이주민 권리의 확장을 요구하는 국내 행위자들의 강력한 담론적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였다.

    인권의 확산이 국내 이주민 문제에 영향을 미친 과정은 직·간접적 메카니즘으로 나누어 설명해볼 수 있다. 직접적 영향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7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UNCERD)의 권고안을 들 수 있다. UNCERD는 한국 정부 보고서를 검토한 뒤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인종차별적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한국정부가 다른 국가 출신에 대한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언론은 이에 대한 무수한 기사를 쏟아내며 한국의 폐쇄적인 민족주의를 비판했다(Kim, 2012). 한편 간접적인 영향으로는, 국내 시민단체들이 국제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초국적 옹호망(transnational advocacy networks)을 형성하고 국제적 차원의 인권담론을 차용하는 이른바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를 생각해볼 수 있다(Keck and Sikkink, 1998). 가령, 민주노총은 국제자유노련(ICFTU)과 공동으로 국제노동기구(ILO)에 국내 외국인노동자 인권침해 상황을 알리고 제소하였으며 2005년에는 국제자유노련 사무총장이 이주노동조합 위원장 연행과 관련해 정부에 항의서한을 공식 발송했다(한승주, 2010).

    국제적 차원의 인권담론이 개별국가의 국내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주권침해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세계화 연구자들은 세계화 과정에서 현대 국가가 독점하고 있던 많은 권한들이 소멸되어 간다고 주장한다(Albrow, 1996; Ayoob, 2001; Giddens, 1985; Sassen, 1996; Strange, 1996). 그러나 한편으로 국제규범의 확산은국가주권의 소멸이 아닌, 재정의를 의미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Hirsh, 2003; Levy and Sznaider, 2006; Petersen, 2011; Teitel, 2003). 국가의 정당성은 더 이상 영토내의 민족 혹은 국민들과의 독점적 계약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초국가적 인권 규범을 얼마나 잘 준수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Levy and Sznaider, 2006).

    세계화의 진행과 함께 국가정당성이 점차 인권규범의 준수에 영향을 받게 되면서 한국의 이주민 문제 역시 국제사회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학자들은 「고용허가제」의 도입과 같은 제도적 개혁이 성공한 주된 요인으로 이주민 문제의 ‘인권 문제화’를 꼽는다(Chung, 2010; Kim, 2003, 2005; Lee and Park, 2005; Lim, 2003). 실제로 이주민 지원단체들은 이주민 문제가 곧 인권의 문제임을 각인시키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써왔다. 이를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이주민 지원단체의 이름에서다.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1992년 설립), ‘외국인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한 불교대책위원회’(1994),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1995),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1996) 등 지원단체 이름에 인권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하였다.

    또한 이들은 각종 성명과 출판물을 통해 이주민 인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켰다. 1995년 3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제도가 철폐되지 않는 한, 이러한 강제노동, 인권유린의 악순환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또한 2001년 ‘외국인 이주노동자 대책 협의회’는 320페이지에 달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백서’를 발간해 외국인 노동자 인권침해에 대한 100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림(Lim, 2003)은 한국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채택하게 된 것은 이주민 지원단체들이 국제적 인권담론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인권프레임이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함으로써 일반 대중을 비롯, 다양한 행위자의 지지를 동원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본 논문은 한국에서 이주민 문제가 인권의 문제로 프레임되면서 미디어 역시 이념적 성향을 떠나 이 문제를 인류 보편의 정서에 호소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을 것으로 예측한다.

    Ⅳ. 연구자료 및 방법1)

       1. 뉴스자료

    본 논문은 1990년 1월 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까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사설 및 칼럼을 자료로 사용하였다. 이 시기는 이주민의 유입이 시작돼 가속화한 시점을 모두 아우른다. 한국의 미디어는 정치적 이념성향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하나의 미디어를 선택하는 것은 보도 프레임의 한 가지 측면만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보수언론으로 채택된 조선일보는 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한국ABC협회)의 조사결과 2010년 기준 매일 184만 부의 신문을 발행한다. 한겨레신문은 비록 발행부수는 적지만(28만 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매체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념적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 존재하는 언론을 동시에 연구함으로써 미디어의 이념적 성향이 이주민 묘사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어 검색을 통해 총 558건의 사설 및 칼럼을 추출했다.2) 한겨레신문의 경우 미디어 가온 온라인 기사통합검색 서비스(www.kinds.or.kr)를 이용했으며 조선일보는 미디어 가온에서 지원되지 않는 관계로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검색 서비스(archive.chosun.com)를 이용하였다. 보도기사 대신 사설/칼럼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본 연구는 미디어가 이주민의 이미지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검토하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보도기사보다 주관적 견해를 전달하는 사설/칼럼이 더 적절한 연구대상으로 사료되었다. 둘째, 보도기사를 대상으로 할 경우 20년간의 기사의 분량이 방대해 데이터 처리가 용이하지 못한 점도 고려하였다. <표 1>은 언론사별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설/칼럼의 건수를 나타낸다.

    [<표 1>] 언론사별 사설/칼럼 게재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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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별 사설/칼럼 게재현황

       2. 프레임 분석

    본 연구는 프레이밍 이론에 기반한 프레임 분석을 사용하였다. 프레임 분석이란 사회과학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방법론으로 한 사회에서 어떻게 특정 현상이나 행위가 해석되는지를 연구한다. 프레임이란 어빙 고프만(Goffman, 1974)이 주창한 것으로 개인 혹은 집단이 특정 사건을 인지하고 정의하는 ‘해석의 여러 유형’(schemata of interpretation)을 의미한다. 프레이밍 효과는 동일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언론이 이를 서로 다른 의미로 재해석해 독자에게 전달할 경우 독자는 각기 다른 반응을 표출하게 된다. 본 논문은 미디어가 현실을 반영한다기보다 현실을 재구성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프레임 분석은 본 연구의 목적에 적절히 부합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이 중점적으로 보는 프레임은 1) 논조, 2) 진단프레임, 3)처방프레임이다. 첫 번째로, 각 사설 및 칼럼의 논조를 긍정적(우호적), 부정적(비우호적), 양가적, 중립적으로 분류하였다. 긍정적 논조는 이주민의 유입을 허용하거나 그들의 사회적 통합을 지지하는 경우, 부정적 논조는 그들의 유입과 사회적 통합을 반대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또한 양가적 논조는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동시에 드러난 경우를 의미하며 중립적 논조는 이주노동자나 결혼이민자가 언급만 되었을 뿐 별도의 견해가 드러나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각 언론의 논조를 쉽게 비교하기 위해 긍정적 사설/칼럼에는 1점을, 부정적 사설/칼럼에는 -1점을, 양가적 및 중립적 사설/칼럼에는 0점을 부과한 뒤 총점을 합산해 전체 사설/칼럼 건수로 나누어 평균을 산출했다. 이처럼 논조를 계량화하는 것은 미디어간의 논조 차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 각 사설/칼럼의 진단프레임(diagnostic frame)과 처방프레임(prognostic frame)을 코딩하였다. 진단프레임은 각 글이 이주민과 관련해 ‘문제가 무엇인가’(혹은 ‘누구의 잘못 때문인가’)를 진단하는 프레임이며 처방프레임은 그 문제에 대해 ‘해결책은 무엇인가’를 처방하는 프레임이다. 스노우와 벤포드(Snow and Benford, 1988)는 진단프레임 및 처방프레임을 연구함으로써 언론이 해당 사안에 대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러 진단프레임 및 처방프레임 중 5% 미만의 사설/칼럼에서 언급된 항목은 분석의 편의를 위해 ‘기타’로 분류해 연구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에 대해 채택된 프레임은 다음과 같다(<표 2>, <표 3>).

    [<표 2>] 진단프레임과 책임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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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프레임과 책임귀인

    [<표 3>] 처방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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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방 프레임

    1본 논문은 Kim(2012)에서 쓰인 것과 동일한 자료를 사용하므로 IV장의 내용이 Kim(2012)와 다소 겹칠 수 있음을 밝힌다.  2핵심어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1)외국인 노동자, 2)외국인 근로자, 3)이주노동자, 4)노동이민, 5)산업연수생, 6)고용허가제가, 결혼이민자의 경우 1)결혼이민자, 2)결혼이주자, 3)외국인 신부, 4)베트남 신부, 5)국제결혼, 6)이주여성이 사용되었으며 공통적으로 검색된 것은 한 건만 포함시켰다.

    Ⅴ. 분석결과

    <그림 1>은 지난 20년간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이주민 관련 사설/칼럼 게재 건수를 보여준다. 한겨레신문이 조선일보보다 더 많은 관련 사설/칼럼을 게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주민 문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설/칼럼의 게재 건수는 20년간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1998년 게재 건수가 잠시 주춤한 것은 1997년 말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이하 IMF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많은 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국내노동자들의 실직과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부각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 2003년에는 고용허가제 시행과 관련돼 이주노동자 관련기사가 폭증했고 2007년에는 정부의 다문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결혼이민자 관련기사가 증가했다.

       1. 이념적 대립과 이념적 합의

    한국의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를 그리는 언론의 평균적인 태도는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혈통민족주의가 강하고 외국인에 대한 배척이 심한 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직관에 반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표 4>는 언론사별 논조를 보여준다. 전체 558건의 사설/칼럼 중 413건(74.0%)이 이주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부정적 사설/칼럼은 모두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쓰였으며 결혼이민자에 대한 것은 한 건도 없었다(양가적 사설/칼럼 제외). 부정적 사설/칼럼은 보수언론의 경우 두드러졌다. 조선일보가 이주노동자를 언급한 147건의 사설/칼럼 가운데 14.3%가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는 비율로 따졌을 때 한겨레신문의 3.2%보다 4.3배 높은 수치다. 그러나 결혼이민자의 경우 조선일보(86.1%)가 오히려 한겨레신문(78.1%)보다 더 많은 비율의 긍정적 사설/칼럼을 실었다

    [<표 4>] 언론사별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설/칼럼 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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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별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설/칼럼 논조

    언론사별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에 대한 논조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를 살펴보기 위해 카이제곱 검정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언론사 간의 차이가 있으나(p=0.000) 결혼이민자에 대해서는 언론사 간의 차이가 없었다(p=0.388). <표 5>는 각 이주민 집단에 대한 언론사별 평균적 논조를 보여준다. 이론적으로 1.00은 모든 사설/칼럼이 긍정적임을, -1.00은 모든 사설/칼럼이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두 언론사 모두 양의 값(+)을 갖는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논조가 우세했음을 시사한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조선일보(0.41)가 한겨레신문(0.77)보다 덜 우호적인 반면, 결혼이민자의 경우 조선일보(0.86)가 한겨레신문(0.78)보다 오히려 더 우호적이었다. 조선일보가 보수언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3)

    [< 표 5>] 언론사별 평균적인 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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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별 평균적인 논조

    <그림 2>는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언론사별로 지난 20년간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보여준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1990년대 초 진보언론이 이주노동자 유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1991년 한겨레신문에 실린 다섯편의 이주노동자 관련 사설/칼럼 중 네 편은 이주노동자 유입을 반대했고, 한 편은 양가적 견해를 보였다. 1990년대 초, 한겨레신문은 두 가지 이유에서 이주노동자 유입을 반대했다. 첫 번째,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국내노동자의 직업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며, 두 번째, 이주노동자가 유입됨으로써 그들에 대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래 발췌한 두 편의 사설/칼럼은 한겨레신문의 논리를 보여준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주노동자의 국내 정착을 지지하는 데 주로 쓰이는 ‘인권’의 수사(rhetoric)가 초기에는 오히려 이들의 유입을 반대하는 근거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주장의 핵심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허용하는 것은 인권침해 발생의 소지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아예 노동이주를 금하는 것이 인권보호의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권이 인류보편의 가치이긴 하지만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은 가변적임을 알 수 있다. 당시 한국에서 통용되는 인권의 개념에는 인간의 이동권(mobility right)이 포괄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는, 1990년대 초반은 인권의식의 확산이 진행되기 이전의 시기이기 때문에 국제규범에 맞는 인권의 표준적 사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림 3>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언론사간 견해차를 보여주는데, 각 년도의 한겨레신문 평균논조에서 조선일보 평균논조를 차감한 절댓값으로 산출했다. 그래프에 따르면 언론사간 견해차는 1998년, 2004년, 2008년에 크게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1998년, IMF 사태로 한국경제가 타격을 입었고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자리를 잃었지만 언론의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한겨레신문은 두건의 사설/칼럼에서 이주노동자를 옹호했고, 조선일보는 긍정적 부정적 양가적 사설/칼럼을 각 한 건씩 실었다.

    2004년에 나타난 격차는 주로 고용허가제 시행에 대한 것이었다. 2004년 8월부터 실시된 고용허가제는 기본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을 확장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언론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의견이 엇갈렸다. 한겨레신문은 이 제도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면 조선일보는 회의적이었다. 이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2004년 각 언론이 게재한 고용허가제 관련 사설/칼럼을 따로 조사했다. 그 결과 조선일보는 고용허가제에 대해 긍정적보다 부정적인 입장을(긍정 6건, 부정 8건), 한겨레신문은 부정적보다 긍정적인 입장을(긍정 22건, 부정 10건) 보였다. 두 언론 모두 고용허가제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실었지만 그 이유는 달랐다. 조선일보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약화 시킨다고 비판한 반면 한겨레신문은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여전히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2008년의 격차는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를 둘러싼 것이었다. 2008년에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위협하는 각종 사건들이 발생했다. 먼저 2008년 1월 7일에는 경기도 이천의 건설현장에서 창고에 불이나 14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 2008년 10월 20일에는 고시원 방화사건으로 6명의 조선족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또한 2008년 10월부터 연말까지 정부가 불법체류자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3만 명이 체포됐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로 인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 측에 불법체류자 단속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같은 사건 사고들로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및 생활여건이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두 언론의 시각은 달랐다. 2008년 한겨레신문에 실린 이주노동자 관련 사설/칼럼은 모두 이주노동자 문제를 인도적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아래 발췌 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선일보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사회적 무질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두 언론 모두 평균적으로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지만 진보언론에 비해 보수언론이 부정적 시각을 좀 더 드러내는 편이었고, 고용허가제와 같이 노동이주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 불거질 때 그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그러나 결혼이주민에 대해서는 언론사간의 격차가 발견되지 않았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보수언론이 진보언론보다 더 많은 비율의 우호적 사설/칼럼을 실었고 부정적 사설/칼럼은 단 한 건도 게재되지 않았다. 이는 결혼이민자가 이주노동자보다 이념적으로 덜 민감한 사안으로 다뤄진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2. 인도적 접근과 효용적 접근

    각 사설/칼럼은 이주민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설명하는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의 편의를 위해 이를 크게 ‘인도적 이유’와 ‘효용적 이유’로 나누었다. 인도적 이유는 대부분 독자의 감정에 호소하는데, 이주민을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피해자로 묘사하면서 그들의 인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효용적 이유는 주로 독자의 이성에 호소하는데, 이주민의 기능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한국 사회에 이바지하는 바를 강조하고 있다. 효용적 이유는 크게 (1)경제적 기여 (2)국가 이미지 제고 (3)인구학적 기여 (4)민족 동질성 기여로 나뉜다. 경제적 기여는 주로 이주노동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들의 노동력이 국가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주장이다. 국가 이미지 제고는 이주민을 홀대하는 것이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므로 그들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달리 말하면, 그들을 후하게 대접해야 국가 이미지도 동반 상승한다는 것이다. 인구학적 기여는 주로 결혼이민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출산율을 높이고 나아가 미래의 노동력을 산출하는 이주민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족 동질성 기여는 주로 조선족동포에 대한 것으로, 동족이므로 홀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그들이 갖는 국제관계학적 효용가치(예를 들어 한중관계의 가교 역할, 남북관계의 가교 역할)를 강조한다.

    <그림 4>는 언론사별로 인도적 이유와 효용적 이유가 사용되어온 추이를 보여준다. 조선일보의 경우 2002년을 전후로, 한겨레신문의 경우 1998년을 전후로 인도적 이유가 효용적 이유를 앞서기 시작했으며 그 폭은 한겨레신문의 경우가 조선일보에 비해 큰 편이었다. 즉, 이주민이 유입되던 초기에는 그들의 기능적 효용이 인권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졌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그 중요성과 정당성이 인권의 프레임을 능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에서 인권의식이 확산되어온 양상과 잘 들어맞는 결과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인권위원회가 2001년 설립되면서 국내에서 인권담론의 확산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표 6>은 언론사별로 이주민에 대한 긍정적 태도의 근거를 정리한 것이다. 각 사설/칼럼은 하나 또는 다수의 근거를 제시하였고 그에 따라 다수의 항목으로 코딩하였다. 분석결과 이주민 집단에 관계없이 긍정적 사설/칼럼의 80% 이상이 인도적 차원의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이주노동자를 살펴볼 때, 한겨레신문의 경우 그 비율이 96.5%로 높았으며 카이제곱검정을 실시한 결과 이는 조선일보의 81.1%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효용적 차원의 이유는 조선일보가 46.3%로 높았으며 카이제곱검정을 실시한 결과 이는 한겨레신문의 33.9%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였다. 반면 결혼이주민의 경우 두 언론사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표 6>] 우호적 태도를 담은 사설/칼럼과 그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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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호적 태도를 담은 사설/칼럼과 그 근거

    두 집단 모두 인도적 이유가 주요한 근거로 작용했으나 그들의 효용가치에 대해서는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이는 앞서 결혼이민자가 이주노동자보다 이념적으로 덜 민감한 사안으로 다뤄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인권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부여받는 권리이며 피해자를 돕는 것은 언제나 ‘정치적으로 옳은’ 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인도적 이유’는 이념적 견해차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닌다.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모두 ‘인권’의 프레임을 부정하는 것은 상당한 도덕적 지탄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반면, ‘효용’의 프레임은 이념적으로 의견이 갈릴여지가 상대적으로 많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효용’ 논리를 ‘인권’ 논리에 대항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자주 사용했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그림 5>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한 근거를 보여준다. 법적 이유는 불법체류 노동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연이 무엇이든 불법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사회적 이유는 이주노동자의 유입으로 야기되는 범죄와 사회불안정, 슬럼화 등을 포함한다. 경제적 이유는 이주노동자가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국부를 유출시키며 국내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그래프에 따르면 두 언론사 모두 경제적 이유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우호적 태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좁게는이주노동자의 ‘경제적 가치’가, 넓게는 ‘효용적 가치’가 이주노동자를 조명하는 중요한 프레임이었음을 보여준다.

       3. 진단과 처방

    <표 7>은 이주민 집단별로 각 언론이 분석한 이주민 관련 문제의 원인을 정리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진보언론과 보수언론 모두 한국 측 행위자(정부/사회/고용주/배우자)를 비판할 뿐 이주민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사설/칼럼은 없었다. 이는 앞서 두 언론 모두 이주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결과와 일치한다. 이주민에 대한 폭력, 차별, 민족주의는 두 이주민 집단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제기된 문제였다. 반면 이주노동자의 경우 열악한 근무조건과 강압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이 비중 있게 다뤄졌으며 특히 한겨레신문이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p<.001). 결혼이주민의 경우 인신매매처럼 행해지는 국제결혼 관행과 부실한 결혼이민자 정책이 문제로 제기되었으며 언론사 간의 견해 차이는 없었다.

    [<표 7>] 이주민 관련 문제의 진단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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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민 관련 문제의 진단프레임

    <표 8><표 7>에서 진단한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된 처방적 프레임을 정리한 것이다. 진단 프레임과 마찬가지로 이주민에게 불리한 처방(예를들어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자)은 5% 미만의 소수 의견에 불과해 연구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대부분 이주민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잘 대해주자’, ‘민족주의/인종차별을 철폐하자’, ‘권리보호를 위한 법을 만들자’ 등의 처방이 두 이주민 집단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제시되었다. ‘잘 대해주자’는 처방은 이주민을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자는 내용을 의미하는데 이 처방은 조선일보보다 한겨레신문에서 빈번하게 다뤄졌다(p<.001). 이주노동자의 경우 고용허가제 도입과 산업연수생제 철폐가 주된 처방으로 제시되었으며 산업연수생 폐지에 대해서는 한겨레신문이 조선일보보다 더 빈번하게 주장했다(p<.01). 결혼이주민의 경우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자’, ‘한국생활 적응을 돕자’는 제안이 주된 처방으로 제시되었으며 특정 언론사가 더 빈번하게 주장한 내용은 없었다.

    [<표 8>] 이주민 관련 문제의 처방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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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민 관련 문제의 처방프레임

    <표 7><표 8>에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민족주의에 대한 것이다. 두 집단에 대해 모두 민족주의를 문제 삼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관행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혼이민자에 대해 민족주의 문제가 더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해 결혼이민자의 경우 그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을 서로 다른 정책과 관행으로 다루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책적으로 볼 때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계약기간이 끝나는 대로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는 차별적 배제정책(differential exclusion)을, 결혼이주민에 대해서는 한국사회로의 통합을 꾀하는 동화정책(assimilation)을 펴고 있다. 즉, 민족주의는 결혼이민자가 한국사회로 편입됨에 있어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이를 타파하는 것이 결혼이민자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주된 처방이 될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의 경우 통합의 대상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민족주의의 문제가 덜 부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3<표 5>는 Kim(2012)의

    과 동일하다(Kim, 2012: 661).

    Ⅵ. 결론 및 토론

    본 논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에 대한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의 태도를 살펴보았다. 평균적으로 한국 언론은 두 이주민 집단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보수언론의 대명사로 불리는 조선일보 역시 이주민 집단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집단별로 살펴보면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진보언론과 보수언론의 입장 차이가 다소 존재했다. 보수언론이 상대적으로 덜 우호적이었으며 그들의 효용적 가치가 강조되었다. 반면 결혼이민자의 경우에는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모두 우호적인 입장이 지배적이었으며 언론사별 입장 차이가 포착되지 않았다. 이주민 문제의 진단과 처방에 있어서도 이주민을 비난하거나 그들의 변화된 행동을 요구하는 주장은 전체 사설/칼럼의 5% 미만에 불과했고 한국 정부와 사회, 고용주, 배우자 등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방식의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첫째로, 한국은 혈통적 민족주의가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주민에 대해 폐쇄적일 것이라는 예측을 벗어난다. 둘째, 보수언론이 이주민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라는 예측을 벗어난다. 이 같은 결과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권담론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인권레짐이 등장하면서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은 하나의 세계문화(world culture)로 통용되기 시작했고, 개별국민국가를 비롯한 지역 행위자(local actor)들은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권 규범을 받아들였다. 급격한 세계화를 겪은 한국 역시 국제사회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인권담론의 수용과 확산이 진행되었고 이는 이주민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국내의 이주민 권익단체들은 이주민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전환시키는 전략을 통해 국내외로부터 지지를 확보했고 결과적으로 고용허가제의 도입과 같은 제도적 개혁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인권은 인간의 태생적 권리라는 점에서 이를 부정하는 ‘대항프레임’(counter-fame)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보수진영에서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한국의 경제가 우선’이라는 경제프레임을 고안해내고 인권 중심적 접근을 경계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연민의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이주민 관련 법안을 둘러싼 국회토론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용허가제 도입에 대한 당시 국회토론을 살펴보면 보수정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측에서는 ‘경제우선’의 논리를 펴며 기업에게 유리한 기존의 산업연수생제를 유지할 것을 주장했지만 인권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매우 경계했다. 예를 들어 2013년 6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토론에서 한나라당 홍문종 의원은 “마치 고용허가제를 반대하는 사람은 인권에 반대하는 사람 같고 미개한 사람 같은 모습으로 자꾸 비추어지고 (…)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데 있어서 발목 잡고 있는 것으로 비추어진다면 이것은 무엇인가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우선이고 대한민국이 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고용허가제를 반대하고 그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이주민 관련 사안이 일단 인권문제화된 이상 그들의 권익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주장은 도덕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결혼이민자와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오히려 보수정당이 다문화 어젠다를 선점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했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헌정사상 최초로 외국인 출신 여성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등 진보정당인 민주통합당보다 더 혁신적인 다문화 공약을 내어놓았다. 당시 한겨레신문은 칼럼을 통해 “민주통합당은 다문화 쟁점에서도 새누리당한테 완벽하게 뒤졌다. (…)진보개혁 성향 정당한테 좀 더 친화적인 다문화 쟁점에서조차 새누리당한테 뒤진 것을 야당 사람들이 좀 더 심각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평했다(한겨레신문, 2012.04.26.).

    한국사회에서 보수진영이 이주민 문제에 관대한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요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주민 관련 사안이 인권문제로 공론화된 이상 이주민을 배척하는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한다.따라서 실질적으로 이주민을 배척한다 할지라도 원론적으로는 그들의 인권을 논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또한 보수정당은 다문화 어젠다를 선점하고 결혼이민자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기존의 극우이미지로부터의 탈피를 꾀한다. 아래의 한국일보의 칼럼은 보수정당의 다문화 수용이 실질적 내용이 부재한 이미지 정치의 일환이라고 꼬집었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결혼이민자가 한국의 ‘가족’의 문제에 결부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결혼이민자의 다수는 여성이며 유입 초기 농촌 남성의 배우자로 한국에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동아일보의 추정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결혼하지 못한 것을 비관해 자살한 농촌 남성의 수가 300명에 육박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연변에 사는 동포 여성들과 중매를 나서는 단체들이 생겨났다. 또한 출산율 저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결혼이민자는 국익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보수진영이 결혼이민자를 선별적으로 우호하는 현상에 대해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에 참여했던 장향숙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보수진영이 결혼이민자 지원에 적극적인 까닭은) 가족이라는 것은 언제나 보수 측의 아주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문화 정책의 실제 내용이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4)

    결국 이주민 인권에 대한 논의와 그들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기저에는 국익이나 효용의 문제가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주민을 배려해야 한다는 합의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대해주자’와 같은 원론적 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볼 때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이주민 관련 사안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주제일 뿐 구체적 논의가 결여돼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사회가 다문화사회라는데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9%가 동의한다고 말했으나 같은 해 8월 법무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민자들의 적응 지원을 위한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2%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 결과는 이주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다문화를 ‘정치적으로 옳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데 수반되는 진통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싶은 것이다.

    이는 국제규범의 수용과정에서 발생하는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탈동조화란 어떤 조직이 정당성과 효율성이라는 상충된 요구에 직면했을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도의 채택과 실제 관행을 분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Meyer and Rowan, 1977). 예를 들어, 기업체들이 소수자 우대정책 관련 부서를 만들지만 실제 채용관행은 바꾸지 않는 것이다(Edelman, 1992). 탈동조화는 원래 조직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지만 국가나 개인 등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들에게 적용이 가능하다(Meyer, Boli, Thomas and Ramirez, 1997). 특히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인권과 같은 국제규범을 따라 정책을 입안하지만 실제 그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령, 많은 국가들이 인권 관련 조약에 가입하지만 실제 자국 내의 인권 관행은 개선되지 않거나 심지어 악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Hafner-Burton and Tsutsui, 2005).

    한국사회가 이주민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인권이라는 국제규범을 수용하면서도 실제로는 배제나 동화의 관행을 펼치고 있는 것은 이처럼 탈동조화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서술한 두 건의 상반된 설문조사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나야가야 한다는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다문화 사회의 정착을 위해 수반되어야 할 구체적 방안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사회 및 언론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다문화 사회는 정말 좋은 것인가, 왜 좋은 것인가, 다문화 사회란 것이 한국에 가능한가, 다문화 사회가 된다는 것이 한국 국민의 실제 삶의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등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묻고 답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면 이주민 인권에 대한 인식이 ‘논쟁적으로’ 확산될 여지도 적지 않다. 정진성 외(2014)에 따르면 인권인식은 단선적이고 자명한 논리로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 집단들이 서로 논쟁하며 역동적이고성찰적으로 확산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2년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인 조선족 오원춘이 1심에서 사형판결을 받았다가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자 “가해자의 인권만을 고려한 처사”라는 비난여론이 일었다. 이는 결국 ‘누구의 인권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논란을 낳았고 가해자 대 피해자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제로 네티즌들 사이의 논쟁은 외국인과 내국인의 대립구도로 전개되었다. 즉, 인권규범의 영향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집단이 자신들의 인권을 우위에 두기 위해 서로 다툼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 혐오증을 경계하고 이주민의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와 성찰이 배제된 인권규범의 수용 및 확산은 현란한 수사만 즐비하고 구체적 실체는 없는, 허구의 다문화 사회를 건설할 뿐이다. 이주민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진솔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4본 논문은 저자가 박사논문(Kim, 2013) 작성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의 일부를 사용했으며, 언론 데이터 이외에도 이주민 문제 관련 전문가 20명의 심층 인터뷰했다. 여기서 언급된 장향숙 전 국회의원의 발언은 2009년 8월 10일 실시된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것인데, 본 논문은 인터뷰 데이터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장향숙 전 의원의 발언이 연구결과를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여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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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1> ]  언론사별 사설/칼럼 게재현황
      언론사별 사설/칼럼 게재현황
    • [ <표 2> ]  진단프레임과 책임귀인
      진단프레임과 책임귀인
    • [ <표 3> ]  처방 프레임
      처방 프레임
    • [ <그림 1> ]  이주민 관련 사설/칼럼 게재 건수
      이주민 관련 사설/칼럼 게재 건수
    • [ <표 4> ]  언론사별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설/칼럼 논조
      언론사별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설/칼럼 논조
    • [ < 표 5> ]  언론사별 평균적인 논조
      언론사별 평균적인 논조
    • [ <그림 2> ]  언론사별 이주노동자에 대한 평균적인 논조 변화(1990-2009)
      언론사별 이주노동자에 대한 평균적인 논조 변화(1990-2009)
    • [ <그림 3> ]  이주노동자에 대한 언론사 견해차 (1990-2009)
      이주노동자에 대한 언론사 견해차 (1990-2009)
    • [ <그림 4> ]  이주민에 대한 긍정적 견해의 근거 변화(1990-2009)
      이주민에 대한 긍정적 견해의 근거 변화(1990-2009)
    • [ <표 6> ]  우호적 태도를 담은 사설/칼럼과 그 근거
      우호적 태도를 담은 사설/칼럼과 그 근거
    • [ <그림 5> ]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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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7> ]  이주민 관련 문제의 진단프레임
      이주민 관련 문제의 진단프레임
    • [ <표 8> ]  이주민 관련 문제의 처방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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